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語源

일만 만.png

갑골문의 萬자는, 커다란 집게와 구부러진 꼬리를 가진 전갈을 모습을 상형한 글자로, 그 원래 뜻은 '전갈'이다. 이 글자는 후에 차용되어 숫자 만(10000)을 가리키게 되었다. 다시 그 의미가 파생되어 '만물(萬物)', '만상(萬象)' 등의 말에서처럼 ‘많음’이라는 뜻을 말하는 데에 이르렀다. 또한 ‘만전(萬全)하다’ 나 ‘만무일실(萬無一失)’등 에서처럼 ‘지극히, 매우’, ‘절대’ 등의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文化

높은 수치의 숫자를 일상적으로 접하는 현대인에게 ‘만(10000)’ 이라는 수는 그다지 큰 단위로 느껴지지 않을지 모르지만, 고대인들에게 ‘만’은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힘든, 이해의 범위를 넘어서는 큰 숫자였다. 때문에 숫자 10000을 가리키는 한자 萬은 그 구체적인 수치보다는 ‘그 수가 매우 많음’을 나타내는데 쓰였다. 현대 중국어와 우리말에 공통적으로 남아 일상적으로 쓰이는 ‘천만’, ‘만일’ 이라는 말을 보면 그 쓰임을 알 수 있다.

왜 고대 중국인들은 ‘전갈’을 상형한 글자를 차용하여 숫자 ‘만’을 가리켰을까? 혹시 고대의 고온다습한 황하유역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쉽게 전갈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온 천지가 전갈 투성이라 할 정도로 전갈이 많아서 전갈을 가리키던 萬이 자연스럽게 ‘많다’는 뜻, 나아가 ‘일 만’이라는 수치를 가리키는 글자가 된 것은 아닐까?[1]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추측일 뿐이고, ‘일 만’이라는 말의 소리는 있는데 글자가 존재하지 하지 않아서 발음이 같은 萬을 차용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萬이 들어간 말 중 우리가 자주 쓰는 ‘만세(萬歲)’가 있다. ‘만세’라는 말이 처음 쓰인 것은 BC 3세기 전국시대였다고 한다. 당시 제나라의 유명한 인물 맹상군(孟嘗君)이 자신의 채권자들에게 호의를 베풀어 빚을 탕감해주자 사람들이 기뻐서 ‘맹상군 만세’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후로 ‘만세’는 천자(天子)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말로 쓰였다.[2] 우리가 시대극에서 자주 보게 되는 ‘만세, 만세, 만만세!’가 바로 그것이다. 원래 ‘만세’는 천자에게만 사용할 수 있는 말이어서, 그 밑의 제후에게는 ‘천세’라는 말로 썼다. 지금 우리는 아주 사소한 일에도 ‘만세’를 붙여 사용하곤 하는데(ex : “만세, 시험 끝이다!”), 이는 고대인 입장에서는 상당히 불경한 언사로 보일 것이다.

  1. 세실리아 링크비스트, 『한자왕국』, 청년사, 2002, pp.115-117
  2. 김언종, 『한자의 뿌리 -1권』, 문학동네, 2001, pp.277-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