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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간은 비교적 가늘었기 때문에 글자를 보통 한 줄만 썼다. 글자가 많으면 여러 개의 죽간을 삼노끈이나 소가죽 끈으로 연결해야 했는데, 고문자 冊은 간책의 모양과 비슷하다. 수직선은 죽간 한 조각 한 조각을 나타내고 한 바퀴를 두른 횡선은 죽간을 연결한 노끈이다. 해서체 冊자도 간책과 비슷한데, 단지 두 조각의 죽간과 노끈 하나로 간단하게 변했을 뿐이다. 『상서』에 오직 은의 선인들에게는 책도 있고 법전도 있었다는 기록으로 볼 때, 3천 년 전 상나라 때 이미 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ref> 스딩궈, 《한자와 중국문화》, 역락, pp.283-284</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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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간은 비교적 가늘었기 때문에 글자를 보통 한 줄만 썼다. 글자가 많으면 여러 개의 죽간을 삼노끈이나 소가죽 끈으로 연결해야 했는데, 고문자 冊은 간책의 모양과 비슷하다. 수직선은 죽간 한 조각 한 조각을 나타내고 한 바퀴를 두른 횡선은 죽간을 연결한 노끈이다. [[예서]]와 [[해서]]의  冊자는 두 조각의 죽간과 노끈 하나로 간단하게 변했다. 『상서』에 오직 은의 선인들에게는 책도 있고 법전도 있었다는 기록으로 볼 때, 3천 년 전 상나라 때 이미 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ref> 스딩궈, 《한자와 중국문화》, 역락, pp.283-284.</ref>  
  
한편, [[시라카와 시즈카]]는 冊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冊은 희생 짐승을 기르는 곳의 문짝을 나타내는 것으로, 희생물을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농기구에 더러움이 있으면 가을철에 병충해를 일으키므로 농기구나 곡물의 씨앗을 사용할 때는 특히 엄중하게 부정함을 씻어낼 필요가 있었고, 농토나 종자, 호미 가래 따위에 대해서 정화 의례를 행했다.<ref> 시라카와 시즈카, 《漢子, 백가지 이야기》, 황소자리, p.111</ref> 농기구는 농한기에 사(社)의 창고에 보관하며, 농경이 시작될 때 창고를 열어 성원들에게 분배한다. 이는 무기를 취급하는 것과 대체로 같았다. 농기구를 사용하기에 전에는 먼저 해충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때 북소리를 이용한다. 북소리의 진동은 모든 사이한 기운을 없애며, 기물이 지닌 주술적인 능력을 진작시켰다.<ref> 시라카와 시즈카, 《한자의 세계》, 솔출판사, p.518</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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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시라카와 시즈카]]는 冊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冊은 희생 짐승을 기르는 곳의 문짝을 나타내는 것으로, 희생물을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농기구에 더러움이 있으면 가을철에 병충해를 일으키므로 농기구나 곡물의 씨앗을 사용할 때는 특히 엄중하게 부정함을 씻어낼 필요가 있었고, 농토나 종자, 호미 가래 따위에 대해서 정화 의례를 행했다.<ref> 시라카와 시즈카, 《漢子, 백가지 이야기》, 황소자리, p.111</ref> 농기구는 농한기에 사(社)의 창고에 보관하며, 농경이 시작될 때 창고를 열어 성원들에게 분배한다. 이는 무기를 취급하는 것과 대체로 같았다. 농기구를 사용하기에 전에는 먼저 해충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때 북소리를 이용한다. 북소리의 진동은 모든 사이한 기운을 없애며, 기물이 지닌 주술적인 능력을 진작시켰다.<ref> 시라카와 시즈카, 《한자의 세계》, 솔출판사, p.518.</ref>
  
또, 시라카와 시즈카는 『설문해자』에서 ‘冊은 부명이다’라고 말하는데, 부명은 제후가 왕으로부터 관직을 임명받을 때의 책명이었던 점으로 보아, 책 모양의 도상이 나타내는 직업적 기능은 원래 희생을 사육하고 관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직책은 이윽고 작책(作冊: 중국 고대의 관직명으로 주례의 내사에 해당)이 되었으며, 책명을 관장하게 되었다. 희생의 수를 셈하고 축문을 읽었던 사람이 이윽고 왕명을 전달하는 데에도 관여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ref>시라카와 시즈카, 《한자의 세계》, 솔출판사, p.484</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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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라카와 시즈카는 『[[설문해자]]』에서 ‘冊은 부명(符命)이다’라고 말하는데, 부명은 제후가 왕으로부터 관직을 임명받을 때 나아가 받는 것이다. 책 모양의 도상이 나타내는 직업적 기능은 원래 희생을 사육하고 관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직책은 작책(作冊: 중국 고대의 관직명으로 주례의 내사에 해당)이 되었으며, 책명을 관장하게 되었다. 희생의 수를 셈하고 축문을 읽었던 사람이 이윽고 왕명을 전달하는 데에도 관여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ref>시라카와 시즈카, 《한자의 세계》, 솔출판사, p.484.</ref>
  
좁고 긴 형태의 찰札 위의 묵서墨書하는 간독은 그것을 묶고 연결하고 합해서 사용하는 것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 두 가지로 구별된다. 전자를 편철간編綴簡, 후자를 단독간單獨簡이라고 부른다. ‘책冊’이라는 글자가 편철된 간독의 형성이라는 점은 종종 지적되고 있고, 책자冊子나 책서冊書 등의 용어로 철한 책 또는 문서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ref>도미야 이타루, 《목간과 즉간으로 본 중국 고대문화사》, 사계절, 97p</re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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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고 긴 형태의 札(찰) 위에 墨書(묵서)하는 간독은, 그것을 묶고 연결해서 사용하는 것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 두 가지로 구별된다. 전자를 편철간編綴簡, 후자를 단독간單獨簡이라고 부른다. ‘책冊’이라는 글자가 편철된 간독의 형상이라는 점은 종종 지적되고 있고, 책자冊子나 책서冊書 등의 용어로 철한 책 또는 문서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ref>도미야 이타루, 《목간과 죽간으로 본 중국 고대문화사》, 사계절, p.97.</ref>
 
[[분류:한자어원문화사전]]
 
[[분류:한자어원문화사전]]

2021년 3월 16일 (화) 21:25 기준 최신판

語源

책 책.png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 중국 사회에서는 기록을 위해 주로 죽간, 즉 대나무 조각을 이용했다. 그리고 그 대나무 조각을 함께 묶어 책을 만들었다. 고문에서 冊은 여러 개의 죽간을 함께 묶어 놓은 모양으로, 冊‘은 책’, ‘권’의 의미를 가진다.

文化

죽간은 비교적 가늘었기 때문에 글자를 보통 한 줄만 썼다. 글자가 많으면 여러 개의 죽간을 삼노끈이나 소가죽 끈으로 연결해야 했는데, 고문자 冊은 간책의 모양과 비슷하다. 수직선은 죽간 한 조각 한 조각을 나타내고 한 바퀴를 두른 횡선은 죽간을 연결한 노끈이다. 예서해서의 冊자는 두 조각의 죽간과 노끈 하나로 간단하게 변했다. 『상서』에 오직 은의 선인들에게는 책도 있고 법전도 있었다는 기록으로 볼 때, 3천 년 전 상나라 때 이미 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1]

한편, 시라카와 시즈카는 冊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 冊은 희생 짐승을 기르는 곳의 문짝을 나타내는 것으로, 희생물을 사용한다는 의미이다. 농기구에 더러움이 있으면 가을철에 병충해를 일으키므로 농기구나 곡물의 씨앗을 사용할 때는 특히 엄중하게 부정함을 씻어낼 필요가 있었고, 농토나 종자, 호미 가래 따위에 대해서 정화 의례를 행했다.[2] 농기구는 농한기에 사(社)의 창고에 보관하며, 농경이 시작될 때 창고를 열어 성원들에게 분배한다. 이는 무기를 취급하는 것과 대체로 같았다. 농기구를 사용하기에 전에는 먼저 해충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때 북소리를 이용한다. 북소리의 진동은 모든 사이한 기운을 없애며, 기물이 지닌 주술적인 능력을 진작시켰다.[3]

또, 시라카와 시즈카는 『설문해자』에서 ‘冊은 부명(符命)이다’라고 말하는데, 부명은 제후가 왕으로부터 관직을 임명받을 때 나아가 받는 것이다. 책 모양의 도상이 나타내는 직업적 기능은 원래 희생을 사육하고 관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직책은 작책(作冊: 중국 고대의 관직명으로 주례의 내사에 해당)이 되었으며, 책명을 관장하게 되었다. 희생의 수를 셈하고 축문을 읽었던 사람이 이윽고 왕명을 전달하는 데에도 관여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4]

좁고 긴 형태의 札(찰) 위에 墨書(묵서)하는 간독은, 그것을 묶고 연결해서 사용하는 것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 두 가지로 구별된다. 전자를 편철간編綴簡, 후자를 단독간單獨簡이라고 부른다. ‘책冊’이라는 글자가 편철된 간독의 형상이라는 점은 종종 지적되고 있고, 책자冊子나 책서冊書 등의 용어로 철한 책 또는 문서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5]

  1. 스딩궈, 《한자와 중국문화》, 역락, pp.283-284.
  2. 시라카와 시즈카, 《漢子, 백가지 이야기》, 황소자리, p.111
  3. 시라카와 시즈카, 《한자의 세계》, 솔출판사, p.518.
  4. 시라카와 시즈카, 《한자의 세계》, 솔출판사, p.484.
  5. 도미야 이타루, 《목간과 죽간으로 본 중국 고대문화사》, 사계절, p.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