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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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嫦娥)

개요

비극적 운명의 주인공. 본래 하늘나라의 여신이었으나 남편인 를 따라 인간세상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남편인 예가 천제의 노여움을 사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게 되어 항아 역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결국 예가 서왕모에게서 얻어 온 불사약을 혼자 먹고 달로 날아가 흉하게 생긴 두꺼비로 변한다. 하지만 나중에는 그녀의 슬픈 운명을 가엾게 여긴 시인들에 의해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아 '월궁항아'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천제에게 버림 받은 예와 항아

신의 아들들의 장난으로 하늘에 열 개의 태양이 뜨게 되었다. 대지는 점점 새카맣게 타들어 갔고 풀과 나무를 비롯한 생명 있는 모든 것이 말라 죽어가자 천제는 벌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하였으나 차마 직접 처벌하지는 못하고 하늘나라에서 활을 가장 잘 쏘는 천신 예를 불러 붉은색 활과 흰색 화살 한 통을 내려주며 멈추게 하였다. 예가 부인인 항아와 함께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화살로 아홉 개의 태양을 쏘아 하늘에서 떨어뜨렸다. 하지만 천제는 자신의 아들 아홉을 죽인 예에게 분노하여 결국 예와 항아를 하늘로 다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불사약을 얻은 예

아무리 생각해도 항아는 억울했다. 남편이야 천제의 아들들인 태양을 쏘아 떨어뜨렸으니 그렇다고 쳐도, 원래 하늘나라의 여신인 자신까지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것은 암만해도 수긍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아내에게 미안함을 느낀 예는 곤륜산에 가서 서왕모에게 불사약을 얻어 오기로 하였다. 불사약을 먹고 지상에서 죽지 않고 오래오래 살다 보면 언젠가는 천제의 노여움도 풀릴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록 천제에게 버림받긴 했어도 위대한 영웅이었던 예는 약수(弱水)의 깊은 물과 불꽃산의 난관을 무사히 지나 곤륜산으로 들어갔고 자초지종을 들은 서왕모는 예를 불쌍히 여겨 불사약을 나누어 주었다. 서왕모는 불사약을 주며 반드시 좋은 날을 택하여 부부가 함께 나누어 먹는 다면 불사의 몸이 되고, 혼자서 다 먹는다면 하늘로 올라가 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말하였다.

항아, 불사약을 먹고 달로 날아가다

항아는 너무나 하늘나라 궁전으로 돌아가고 싶어 예가 건네준 약을 보며 욕심이 생겨났다. 하지만 혼자 약을 먹었다가 어찌 될지 확신할 수도 없으니 함부로 실행하기도 어려웠다. 어쩔 것인지 결심이 서질 않자 항아는 점쟁이 유황(有黃)을 찾아가 점을 쳐보았으나 유황은 항아가 혼자서 약을 먹으면 크게 흥할 것이라 예언하였다. 결국 항아는 불사약을 몽땅 삼켜버렸고 열린 창문을 통해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러나 하늘 높이 날아오르던 항아는 남편을 배신하고 혼자서만 돌아왔다고 지탄받는 것이 겁이나 보름달로 숨어버렸다. 달에 도착한 항아는 갑자기 몸이 못생긴 두꺼비로 변해 버렸다.

항아에 대한 평가-한나라와 당나라

항아가 달로 달아나 두꺼비로 변해서 그곳에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중국 한나라 때의 문헌에 나온다. 한나라 때는 여자가 남자에게 종속된 존재라는 관념이 확립된 시기이다. 그래서 남편을 배신하고 혼자서 도망친 항아를 용서하는 것은 사회 분위기가 용납하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의 신화 기록자들이 원래 달 속에 토끼와 두꺼비가 산다는, 그 당시에 전해지고 있던 신화에 항아의 이야기를 덧붙여 그 두꺼비가 바로 항아가 변한 것이라는 식으로 변형시켰을 것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이렇게 못생긴 두꺼비로 변한 항아는 당나라 때가 되면 시인들의 작품 속에서 다시 원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되찾는다. 항아를 노래한 당나라 때의 시는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이상은(李商隱)의 시 「항아」이다. 이상은은 항아를 쓸쓸한 존재로 그려내고 있다.

운모(雲母) 병풍에 촛불 그림자 길게 드리우고
은하수 저물고 새벽 별도 지는데
항아는 불사약 훔친 걸 후회하고 있겠지
검푸른 하늘을 밤마다 바라보며

당나라 이후가 되면 항아는 달 속에 사는 아름다운 선녀로 자리매김 된다. 그리고 중추절(中秋節) 때면 언제나 사람들은 둥근 달로 날아간 항아에 대해 이야기한다. 한나라 때 문헌 속에서 이미 달로 날아간 가엾은 항아, 21세기에도 항아는 여전히 중국 사람들의 달 속에 살고 있다. 아름다웠지만 비극적 최후를 맞은 항아를 중국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출처

김선자, 『김선자의 중국 신화 이야기 2-위대한 신과 영웅들의 사랑과 야망』, 아카넷, 2004

위앤커, 전인초·김선자 역, 『중국신화전설 1』, 민음사, 1999

전인초 외,『중국신화의 이해』, 아카넷, 2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