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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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왕안이

왕안이는 문단에 데뷔한 이래 70여 권의 책을 출판한 중국의 대표적인 다산의 중견작가이다. 특히, 90년대 이후의 작품들은 대체로 작가 자신의 동년의 기억과 오랜 도시생활의 경험을 바탕으로 上海의 모습을 다른 층차에서, 혹은 역사적 배경을 달리하여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상해의 “세속성”은 소설과 매우 잘 어울린다며, 상해를 주제로 한 글쓰기에 대한 애착을 보인다.
그녀는 특히 도시에 삶은, 여성에게 매우 적합하다고 하면서 “상해를 쓰려거든 제일 좋은 대표는 여성”이며,“어느 누구도 그들만큼 활력이 넘치고 생기발랄하지 않다.”라고 하면서 도시의 여성에 각별히 주목했다. 그녀는 ‘상하이 노스텔지어’ 혹은 ‘老上海’의 유행과 모던의 대표인 상해의 모습을 “병든 화려함”이라고 하면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상해의 다른 면모에 관심을 기울였다. 즉 그녀는 상해의 화려함으로부터 눈을 돌려, 상해의 밑바닥에 흐르고 있는, 시골 냄새로 가득한 건강한 소박함으로 시선을 옮긴다. 그녀는 물질화되고 공업화 된 상해를 껍데기라고 생각하고 그것에 대해 비판과 부정을 가했다. 그리고 일상생활의 감성과 인정미로 충만한 상해의 모습을 상해의 참모습이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소설로 담아냈는데, 그런 왕인이의 관점이 잘담긴 대표작이 바로 「푸핑」이다.

「푸핑」의 서사전략

「푸핑」은 열여덟 살의 푸핑이 상해에서 보모로 지내는 할머니의 손자며느리감으로 할머니를 찾아오는 장면에서 시작하여, 절름발이 청년의 아이를 밴 몸으로 홍수를 피해 이사하는 장면으로 끝난다. 「푸핑」에서 푸핑의 결혼을 둘러싼 우여곡절은 줄거리를 이끄는 가장 중요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작가는 거기에 그다지 많은 편폭을 들이지도 않고 세밀하게 그려내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푸핑」에서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푸핑의 정혼과 파혼, 그리고 혼인 과정이 아니라, 상해로 이주한 이민자들의 이민의 연유와 정착의 과정이다. 작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유형을 따로따로 그려내려 했고, 푸핑도 사실 이런 인물들 중 한명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푸핑의 결혼을 둘러싼 우여곡절은 사실상 작가가 진정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상해의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일 뿐이다.
이렇게 상해의 여러 사람들의 생활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작가는 몇 가지의 서사전략을 펼친다.
첫째로, 「푸핑」의 독특한 구성인 피카레스크식 구성이 있다. 이 구성은 푸핑의 결혼 과정이 실絲의 역할을 하고, 다양한 인물들의 삶이 구슬이 되어, 푸핑의 결혼 과정을 통해서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꿰듯이 엮어 나간다. 작가는 이런 독특한 구성을 통해서 할머니와 푸핑을 실마리 삼아 다양한 삶의 경력을 지닌 이주민들을 차례차례 작품 속에 불러들인다. 또한 이 방식을 통해 인물들을 등장시킬 때, 인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등장시키지 않고, 순차적으로 등장시킨다. 이렇게 다른 인물들을 강조하고, 푸핑의 결혼 과정에 비중을 줄임으로써 작가는 자신의 창작의도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둘째로, 「푸핑」에서는 소시민의 사소한 일상사가 강조되고, 과거의 역사와 이념이 약화되거나 모호화된다. 이는 왕안이의 다른 작품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작품 안에서 역사적인 이념이나 사건을 작가의 개입을 통해서 간단히 서술할 뿐, 그것들이 내용을 전개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역시도 작가의 의도를 반영한다고 파악할 수 있다. 왜냐하면 큰 역사적 사건 아래의 개인들은 각각의 개성이 무시된 채, 천편일률적으로 처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는 기존의 역사적 이념이나 사건을 다루는 ‘큰 주제’에서 탈피하여, 소시민의 자질구레한 일상 같은 ‘작은 주제’를 주제로 삼는다.
세 번째 서사전략으로는 서사공간의 분할이 있다. 크게 세 개의 공간으로 분할되는데, 이는 할머니가 보모로 지내는 淮海路 구역, 외숙부 부부가 거주하고 일하는 閘北 蘇州河 주변의 판자촌 구역, 그리고 절름발이 청년의 모자가 거주하는 梅家橋의 쪽방촌 구역으로 나뉜다. 이 세 분할된 공간을 연결하는 매개하는 인물이 바로 푸핑이다. 이렇게 다양한 공간을 서술하여, 작가는 특정 인물의 삶에 매몰되지 않은 채, 상해 이민자의 다양한 계층과 생활형태를 그려낼 수 있었다. 그렇다면 왜 그런 서사전략을 쓰면서까지 상해의 모습의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했을까? 이유는 바로 상해가 이민자의 도시였기 때문이다. 배경이 되는 당시의 상해는 외지인의 인구 비율이 85%에 육박할 정도의 이민자 도시였다. 따라서 상해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었던 모습은 상해만의 고유의 모습보단, 각각의 농촌에서 온 사람들이 각자 자신들만의 생활방식대로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민자들은 고향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삶의 방식은 매우 다양했다. 상해에서 자란 왕안이가 푸핑에 담고자 했던 것은 이런 ‘실제 상해’의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