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돌 글"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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我疾走,不敢反顾,生怕看见他的追随。<br> | 我疾走,不敢反顾,生怕看见他的追随。<b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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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빗돌글(묘비명) <br> | ||
+ | 나는 묘비를 마주하고 서서 거기에 새겨진 글을 읽는 꿈을 꾸었다. 그 비석은 모래와 자갈로 만든 것 같았다. 떨어져 나간 곳이 많은 데다 이끼까지 돋아 보이는 글자가 얼마 되지 않았다. <br> | ||
+ | ......열광과 떠들썩한 외침 속에서 추위를 느끼고 하늘에서 심연을 보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서 무소유를 보고, 희망이 없는 곳에서 구원을 얻었다...... <br> | ||
+ | ......유령 하나가 긴 뱀으로 변신했는데 입에는 독니가 나 있었다. 다른 사람은 물지 않고 자기 몸을 물어 끝내 목숨을 끊었다...... <br> | ||
+ | ......떠나거라!...... <br> | ||
+ | 묘비 뒤로 돌아가자 무덤 하나가 보였다. 풀도 없는 데다 훼손되어 있었다. 커다란 구멍으로 시체가 보이는데 가슴이 다 파해쳐지고 심장과 내장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얼굴은 기쁘거나 슬픈 표정이 아니었고, 연기처럼 뿌연 모습이었다. <br> | ||
+ | 나는 무서운 나머지 미처 몸도 돌리지 못했는데 묘비 뒤쪽에 남아 있는 비문이 눈에 들어왔다. <br> | ||
+ | ......고통이 진정된 후 천천히 먹었다. 하지만 마음이 케케묵어서 어찌 그 맛을 알 것인가?...... <br> | ||
+ | ......내게 답하라, 아니면 떠나거라!...... <br> | ||
+ | 나는 바로 떠나려 했다. 그런데 시체가 무덤에서 일어나 앉아 입술을 움직이지도 않은 채 말했다. <br> | ||
+ | "내가 흙이 될 때, 너는 내 미소를 볼 것이다!" <br> | ||
+ | 나는 죽어라 달렸고 그가 따라올까봐 뒤도 돌아보지 못했다. <b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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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25년6월17일 <b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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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제== | ==해제== |
2016년 12월 22일 (목) 01:38 판
원문
我梦见自己正和墓碣对立,读着上面的刻辞。那墓碣似是沙石所制,剥落很多,又有苔藓丛生,仅存有限的文句——
……于浩歌狂热之际中寒;于天上看见深渊。于一切眼中看见无所有;于无所希望中得救。……
……有一游魂,化为长蛇,口有毒牙。不以啮人,自啮其身,终以殒颠。……
……离开!……
我绕到碣后,才见孤坟,上无草木,且已颓坏。即从大阙口中,窥见死尸,胸腹俱破,中无心肝。而脸上却绝不显哀乐之状,但蒙蒙如烟然。
我在疑惧中不及回身,然而已看见墓碣阴面的残存的文句——
……抉心自食,欲知本味。创痛酷烈,本味何能知?……
……痛定之后,徐徐食之。然其心已陈旧,本味又何由知?……
……答我。否则,离开!……
我就要离开。而死尸已在坟中坐起,口唇不动,然而说——
“待我成尘时,你将见我的微笑!”
我疾走,不敢反顾,生怕看见他的追随。
해석
빗돌글(묘비명)
나는 묘비를 마주하고 서서 거기에 새겨진 글을 읽는 꿈을 꾸었다. 그 비석은 모래와 자갈로 만든 것 같았다. 떨어져 나간 곳이 많은 데다 이끼까지 돋아 보이는 글자가 얼마 되지 않았다.
......열광과 떠들썩한 외침 속에서 추위를 느끼고 하늘에서 심연을 보았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서 무소유를 보고, 희망이 없는 곳에서 구원을 얻었다......
......유령 하나가 긴 뱀으로 변신했는데 입에는 독니가 나 있었다. 다른 사람은 물지 않고 자기 몸을 물어 끝내 목숨을 끊었다......
......떠나거라!......
묘비 뒤로 돌아가자 무덤 하나가 보였다. 풀도 없는 데다 훼손되어 있었다. 커다란 구멍으로 시체가 보이는데 가슴이 다 파해쳐지고 심장과 내장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얼굴은 기쁘거나 슬픈 표정이 아니었고, 연기처럼 뿌연 모습이었다.
나는 무서운 나머지 미처 몸도 돌리지 못했는데 묘비 뒤쪽에 남아 있는 비문이 눈에 들어왔다.
......고통이 진정된 후 천천히 먹었다. 하지만 마음이 케케묵어서 어찌 그 맛을 알 것인가?......
......내게 답하라, 아니면 떠나거라!......
나는 바로 떠나려 했다. 그런데 시체가 무덤에서 일어나 앉아 입술을 움직이지도 않은 채 말했다.
"내가 흙이 될 때, 너는 내 미소를 볼 것이다!"
나는 죽어라 달렸고 그가 따라올까봐 뒤도 돌아보지 못했다.
1925년6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