物
語源
갑골문의 物자는 刀(칼 도)와 牛(소 우)를 따르는데, 이것은 ‘칼로 소를 죽인다’는 의미이며, 칼 위의 두 점은 소를 죽일 때 칼에 묻은 혈흔이다. 그래서, 物의 본 뜻은 ‘소를 죽이다’이며, 뜻이 파생되어서 얼룩소를 가리키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일체의 (생물)종 혹은 물건, 사물의 내용의 본질, 예를 들어 만물, ‘말에 구체적인 내용이 있다’(言之有物)등을 가리킨다.
또 다른 해석도 있다. 物의 초기의 갑골문 형태는 쟁기로 땅을 파는 모습이었는데, 나중에 활 시위가 진동할 때 나는 소리로 가차한 부정사 ‘勿’과 혼동되어 ‘勿(말 물)’로 해석되었다. 나중에 牛가 추가되어 物이 되었다. 예서로 쓰인 한나라 때의 《張君碑》에서 필획을 직각으로 꺾어 써 오늘의 글자가 되었다.
文化
고대에서 소를 죽이는 행위는 오로지 제사의식에서만 허용되었다. 소고기는 조상에게 바쳐졌으며, 일부만이 왕과 왕실에 제공되었다. 갑골 복사에 수백 마리의 소가 언급된 것은 보통이고, 어떤 의식을 위해 1000마리의 소를 죽였다는 기록도 있는 것으로 보아, 이때의 통치자들은 대량의 소를 보유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소를 죽이지 않았던 이유에는 종교적인 이유도 있었다. 도교도들은 소를 정신적인 힘의 상징으로 생각하여 노자가 소 한 마리를 데리고 현실세계를 떠나 서쪽의 천국으로 갔다고 믿었다. 윤회를 현실로 받아들인 불교도들 역시 내세에 자신들이 잡아먹힐 것을 막기 위해 고기 요리를 멀리 했으며, 특히 암소는 대지의 상징이었기 때문에 식용을 꺼렸다.[1] 이렇듯 소를 죽이는 행위는 다른 가축을 죽이는 행위보다 드문 일 이었고, 그 행위 자체의 의미가 중요한 것이었기에 글자로도 만들어졌던 것이다.
그리고 物에는 ‘만물’이라는 뜻도 있다. 소는 만물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동물로 여겨졌다. 천지간의 일은 소를 끌어 경작하는 일에서부터 비롯하므로 牛를 형부로 취한 것이다. 백성에게는 먹는 일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이므로 소는 농경의 자산이자, 천지간 만물의 근본이라는 뜻에서 만물의 뜻이 파생된 것이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