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희
복희(伏羲,fú xī)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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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복희 관련 신화
탄생 신화
<열자>「황제편」에 의하면 ‘화서씨(華胥氏)의 나라’라는 천국과 같은 곳이었는데 그곳은 걸어서든 수레나 배를 타고서든 결코 갈 수 없는 곳이고 오로지 신유(神遊)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그곳에는 정부나 지도자도 없고 일반 백성들도 욕망이나 욕심 없이 모든 것을 자연에 따르기 때문에 사람들의 수명이 길었고 모두 아름답고도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 곳 사람들은 물 속에 들어가도 빠질 염려가 없었고 불 속에 들어가도 타지 않았다. 또 공중에서도 땅을 딛은 듯이 걸을 수 있었으며 구름과 안개도 시선을 가리지 못했다고 한다. 이러한 화서씨국의 특징 묘사로 보건데 그 나라는 물질계상의 특정국가가 아니라 차원 높은 고급계임을 알 수 있다. 즉 신적인 여행(神遊)을 통해서만 갈 수 있는 고차원계인 것이다.
<태평어람>에 의하면 이 화서씨의 나라에 화서씨라 불리는 소녀가 있었는데 뇌택(雷澤)이라고 하는 호수에 찍힌 거인의 발자국을 보고 그것을 밟았다고 복희를 낳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뇌택에 찍힌 발자국의 주인은 누구인가? <산해경>「해내동경」에 의하면 뇌택 가운데 뇌신(雷神)이 있는데 사람의 머리에 용의 몸을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근거로 볼 때 복희는 바로 뇌신의 아들인 셈이다. 복희 또한 인면사신(人面蛇)이라 하니 외관 또한 유사하다. 사람의 머리에 용의 몸을 한 뇌신의 모습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중국의 전형적 신상(神像)이며 원형인 아담 카드몬의 형상이다. 아담 카드몬의 발은 말쿠트, 물질계를 상징한다. 따라서 화서씨국(고급계)에 사는 화서씨가 거인의 발자국을 밟고 복희를 낳았다는 것은 복희가 고급계에서 물질계로 화신한 존재임을 말해준다. 뇌신의 속성이 대표적으로 표현되는 천둥, 벼락, 번개 등은 모두 신적인 힘, 우주의 힘의 현현을 상징한다.
- 번개, 벼락은 영적인 광명, 깨달음, 계시, 힘의 강림 등을 상징한다. <세계문화상징사전>
- 천둥은 저급계에 행사되는 신의 의지의 표현이다. <세계경전신화사전>
복희와 여와의 공동신화
어느 여름 비와 천둥이 몰아치던 날, 뇌공(雷公 )이 복희와 여와의 집에 내려왔다. 이때 아버지가 뇌공을 쇠스랑으로 찔러 잡아 쇠우리 속에 집어넣었다. 밖에 일이 있어 나가게 된 아버지는 남매에게 절대로 뇌공한테 물을 주어서는 안된다고 신신 당부를 하고 집을 나선다. 그러나 뇌공의 간청에 못이겨 남매는 몇 방울의 물을 그에게 주어버렸다. 그러자 뇌공은 쇠우리를 뚫고 하늘로 날아 올라가버렸다.
이때 그는 자기 입속에서 이빨 하나를 뽑아주며 땅에 심었다가 거기 열린 열매 속에 숨으면 앞으로 일어날 재난에서 살아남게 된다고 일러준다. 집에 돌아온 아버지는 뇌공이 도망친 사실을 알고 쇠로 된 배를 한 척 만들어 재난에 대비했다. 남매도 뇌공의 이빨을 땅에 심었고 그것이 급속히 자라 큰 호리박이 되었다. 뇌공이 도망친 뒤 사흘이 지나자 거대한 홍수가 밀어닥쳤고 남매는 호리박 속에 아버지는 쇠로 만든 배에 숨었다.
그때 하늘까지 닿았던 홍수가 갑자기 멈추었고 대지에 마른 땅이 나타났다. 그러자 쇠로 만든 배에 탔던 아버지는 그 배가 너무 단단해서 땅에 떨어지자 그만 산산조각이 나서 죽고 말았다. 그러나 호리박 속에 숨어 있던 남매는 그 부드러운 탄성 때문에 땅에 떨어져도 살아남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그들은 모두 어른이 되었다. 오빠는 동생과 결혼하고 싶어했으나 동생은 원치 않았다. 그러나 오빠의 계속되는 간청에 동생은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자기를 쫓아와 잡을 수 있으면 오빠와 결혼하겠다는 것이었다. 큰 나무를 가운데 두고 오빠와 동생은 쫓아가고 도망치고 하게 되었다. 그러나 동생이 어찌나 빠른지 아무리 쫓아가도 잡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오빠는 한 가지 꾀를 내었다.
동생을 쫓아가는 척하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었던 것이다. 그러자 동생은 꼼짝없이 오빠의 품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결국 둘은 결혼하여 부부가 되었고 그들을 통해 세상에 인간들이 다시 생겨나게 되었다.(중국의 묘족과 요족의 신화)
이 신화에 등장하는 뇌공(雷公)은 뇌신(雷神)과 동일한 신격의 상징이다. 뇌공이 마신 물은 신들의 음료인 넥타르이다. 그리스 신들의 음료, 넥타르는 인도의 신화에 나오는 신들의 음료인 소마 또는 암리타와 동일한 것으로 불사약, 생명의 영약, 감로(甘露), 생명수 등으로 불린다. 뇌공을 가두어 놓은 쇠우리는 육체 또는 물질성을 상징한다. 그리고 뇌공의 이빨은 신성의 힘을 상징한다.
::입에서 돌출된 이빨은 힘, 발성된 힘, 실제적 행위와 형태로 현현된 발출된 힘의 말씀을 상징함’ <세계경전신화사전>
복희와 여와가 부부가 된 후 여와는 둥근 공처럼 생긴 살덩어리를 하나 낳았다. 부부는 이 살덩어리를 잘게 다져 종이로 싸고는 하늘사다리(天梯)를 타고 하늘나라에 올라갔다. 그러나 사다리의 중간쯤 올라갔을 때 갑자기 바람이 몰아쳤고 그 때문에 종이가 찢겨 잘게 다진 살덩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것들은 땅에 떨어지자 모두 사람이 되었다. 이렇게하여 세상에 다시 사람들이 생겨나게 되었다는 것이다.
신화의 해석
홍수는 항상 인간의 타락에 대한 신의 징벌을 상징한다. 어떤 학자는 타민족의 신화에서와는 달리 중국에서의 홍수 신화에는 인간의 죄악에 대한 징벌의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중국 신화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예외 없이 인간의 타락(물질성에 매이는 것)에 대한 징벌의 형태로 홍수가 등장함을 알 수 있다.
위의 홍수신화에서는 뇌공을 쇠스랑으로 잡아 쇠우리에 가둔 것이 바로 물질성으로 신성을 억압, 구속하고 있음을 상징한다. 아버지가 만든 쇠로 만든 배 또한 쇠스랑, 쇠우리와 유사한 상징성을 지닌다. 만일 아버지가 만든 것이 일반적인 배였다면 홍수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배는 우리의 진아, 혼(soul)이 거주하는 코잘제(causal body : 원인체)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것이 쇠로 만들어 졌다는 것이 문제이다.
쇠는 존재의 4단계 또는 주기의 4단계를 상징하는 금, 은, 동, 철 중 가장 저급한 단계인 철, 즉 물질성과 암흑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버지와 관련하여 쇠스랑, 쇠우리로 만든 배 등의 부정적 상징들이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아버지로 대표되는 인류의 물질적 성향을 보여주는 것이다.
홍수로부터 살아남은 남매가 탔던 호리박은 생명나무의 상징이다. 호리박 속에 숨은 복희와 여와는 우리들 인간 안에 내재한 남성원리와 여성원리를 상징한다. 이는 인도 요가 철학의 용어를 빌리면 핑갈라(Pingala)와 이다(Ida), 카발라의 생명나무로 얘기하면 우측기둥과 좌측기둥, 인간의 두뇌에 적용하면 좌반구와 우반구를 상징하는 것이다.
한 호리박 속에 복희와 여와가 함께 숨었다는 것과 후에 서로 결혼하였다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음양원리의 합일, 깨달음을 상징한다. 즉, 신화 속에 나타나는 근친상간은 바로 한 인간 안에 있는 남성원리와 여성원리의 합일을 상징하는 것이다.
이 신화송에서 복희와 여와가 타고 하늘에 올라갔다는 ‘하늘사다리’는 과연 무엇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문자 그대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 따위는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하늘사다리는 무엇인가를 상징해주는 말임을 알 수 있다. 하늘로 올라간다는 것은 물질계를 벗어나 고급계로 인간의 의식이 상승함을 의미한다. 사다리는 그러한 상승으로 이끄는 존재의 계단, 존재의 제계(諸界)를 상징한다. 중국 신화에서 이 하늘사다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두 종류가 있는데 하나는 산이고 또 하나는 나무이다. 하늘사다리의 역할을 하는 산으로서 가장 유명한 것은 곤륜산이다. 천지의 중심에 있는 곤륜산은 신들의 도시이며 그 꼭대기는 바로 하늘과 통한다. 한마디로 우산의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산이라 할 수 있다.
<회남자>「지형편」에는 곤륜산을 통해 하늘로 올라가는 과정이 묘사된다. 곤륜산의 양풍산에 오르면 불사(不死)하고 더 올라가 현포(懸圃)에 이르면 영(靈)이 되어 비와 바람을 부리며 거기서 더 상천(天庭)으로 올라가면 신(神)이 되는데 그곳을 일러 태제(太帝)가 거하는 곳이라고 한다.
이로 보건대 곤륜산은 존재계의 사다리라 할 수 있다. 즉, 존재의 각 단계를 올라설 때마다 일어나는 인간의 영적인 변형과정이 위 글 속에 묘사된 것이다. 그러므로 고서에 기록되기를 하늘사다리를 따라 마음대로 하늘을 오르내릴 수 있는 자는 신인(神人)과 선인(仙人)과 무사(巫師)들뿐이라고 하는 것이다.
중국의 신화 속에서 하늘사다리의 역할을 하는 산에 조산과 등보산도 있다. <산해경>「해내경」에는 태호(복희)가 이 건목을 오르내렸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신화에 등장하는 나무 중에 ‘하늘사다리’의 성격을 띄는 것으로 수목(遂木)이 있다. <습유기>에 의하면 옛날 수명국(遂明國)이라는 나라가 있었는데 이 나라는 사시(四時)와 주야(晝夜)를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수목(遂木)이라 불리는 불(火)의 나무가 있어서 항상 비춰 때문이었다. 1만 경(頃)이나 뻗어 있는 이 나무에는 효라는 새가 있어서 그 새가 나무로 쪼을 때마다 불이 타올랐다. 한 성인(聖人)은 이를 보고 감지하여 그 나뭇가지를 취해 불을 만들었는데 그가 바로 수인이다. 이 신화에서 수목(遂木)은 하늘사다리이며 효는 「생명나무-새」의 모티프에 등장하는 새의 전형이다. 신화 속에서 새는 항상 영혼 또는 신의 현현을 상징한다.
- 새는 절대자로부터 직접 내려온 신성한 광선에 자리한 고급자아의 상징 <세계경전신화사전>
인면사신(人面蛇身)
오누이 또는 부부 사이인 복희와 여와의 전설은 한 대(漢代)의 석각화 등을 통해 그림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유물 속에 그려진 그림들을 보면 복희와 여와는 상반신은 인간의 모습, 하반신은 뱀의 모습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고서의 기록에 보이는 ‘인면사신(人面蛇身)’, 사람의 얼굴에 뱀의 몸을 하고 있다는 것과는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상반신은 사람의 모습이고 하반신은 뱀의 형상은 어떻게 상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가? 문제의 열쇠는 상징의 이중성에서 찾을 수 있다.
어떤 하나의 상징은 고정불변한 절대성을 갖지 않는다. 상징의 해석이 어려운 것은 바로 이러한 유동성 때문이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뱀이다. 복희와 여와의 그림에서 하반신을 차지하는 뱀은 인간의 양면적 특성을 말해주고 있다.
인간은 육체와 영혼으로 구성된 존재이다. 인간이 인간으로 대접받는 것은 유체 속에 신성의 불꽃인 영혼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반신의 인간은 인간의 영적인 측면을, 하반신의 뱀은 인간의 물질적 측면을 각각 상징한다 하겠다.
‘복희-여와도’는 동양식의 ‘남녀추니양성일체, Androgyne)도’ 이다.
- ‘남녀추니는 원초적 완전성, 완전체, 대대의 합일을 의미한다. 남녀추니는 하늘과 땅, 남자와 여자, 아버지와 어머니, 왕과 여왕의 합일로써 상징된다. 연금술에서 말하는 ’대작업‘이란 완전한 남녀추니(양성일체), 완전성을 회복한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남녀추니는 남과 여의 모습, 왕과 여왕이 같이 붙은 모습으로 표현된다.’ <세계문화상징사전>
복희와 조롱박(가설)
홍수와 인류창조이야기
중국 서남부의 여러 소수민족과 중국 밖으로 동쪽의 대만, 서쪽의 월남과 인도중부에도 모두 일종의 남매 혼인형 홍수유민 인류재창조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그 모티브의 가장 전형적인 형식은 이러하다.
한 가장(아버지 혹은 형)이 있고, 그 집에는 사내아이와 여자아이(가장의 자녀이거나 혹은 그의 남동생과 누이동생)가 있다. 가장에 의해 갇힌 원수(흔히 가장의 형제이다)가 사내아이와 여자아이의 도움으로 탈출한 후, 홍수를 일으켜 가장에게 복수하지만, 사내아이와 여자아이에게는 특수한 수단을 미리 알려주어 재난을 면하게 한다. 홍수가 물러난 후 인류가 완전히 사라지고 사내아이와 여자아이 둘만 남아, 그들은 곧 오빠와 누이(혹은 누이와 남동생)끼리 부부가 되어 인류를 다시 생산한다.
이 이야기는 원시적 지혜의 보고이며 원시적 생활경험의 결정체로 민족 전체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하며, 그들의 단결의식에 대한 기억을 강화시키기에 충분하다. 예컨대 이 이야기에는 인류의 기원, 천재지변의 경험, 그리고 민족의 원한관계 등이 모두 상징적으로 섞여 있다. 그 내용은 복잡다단하고 뒤섞인 주제를 담고 있는데, 그것이 유구한 시간의 누적을 통과하며 성장했기 떄문이다. 그 중 가장 중요한 테마는 의심할 것 없이 인류의 기원이고, 다음으로는 아마도 천재지변의 경험, 그 다음으로는 민족의 원한 등이다.
보통 이러한 이야기를 ‘홍수이야기’라고 부르는데, 이 점은 사실 따져볼 필요가 있다. 어떤 이야기의 사회적 기능과 교육적 의의는 민족단결의식을 강화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에 따라 이야기 중에서 그 목적이 혈족유대의 인류기원을 증명하는데 있는 이야기, 즉 인류창조전설이 사시랑 이야기의 가장 기본적인 주제이고, 홍수는 단지 인류창조 사건의 특별한 배경으로 당연히 종속적 역할에 해당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가장 타당한 명칭은 마땅히 ‘인류창조이야기’이고, 더 자세히 하자면 ‘홍수인류창조이야기’이며, 그 ‘홍수’라는 두 글자는 어느 정도 수식어의 의미를 지닌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이야기 중 홍수 부분에만 주목하고 인류창조부분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람들이 홍수라는 사건 자체의 극적 성격에 사로잡혀서가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이것은 우리들 문명사회의 관점이다. 원시인류는 결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야기를 한 것이 아니다. 그들의 모든 행위에는 일종의 실용적 목적이 있었다.
조롱박 이야기
인류창조가 전체 이야기의 핵심인 것처럼, 조롱박 또한 인류창조 이야기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야기 가운데 사람을 만드는 소재로 간주되는 조롱박에 대해 토론하기 전에, 우리는 우선 홍수를 피하는 도구로서 조롱박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
홍수이야기의 내용을 분석하면 우리들은 이야기의 줄거리와 조롱박이 관계를 맺는 지점이 두 곳임을 알 수 있었다. 하나는 조롱박이 물을 피하는 도구일 때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을 만드는 재료일 때이다. 원시전설 중에서는 표현이 합리적일수록 원시형태에서 더 거리가 멀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홍수를 피하는 도구 중에 조롱박과 그 같은 종류인 박은 분명히 비교적 이른 시기의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그 외에 북, 통, 절구, 상자, 항아리, 침대 그리고 배 등은 더욱 합리적이므로 나중에 계속해서 수정된 결과가 아닐까 생각된다. 이 점을 우선 설명하고 나서 사람을 만드는 소재에 대해 고찰해 보자. 물건 속에 사람을 숨기거나 물건에서 사람으로 변하는 것에는 여섯 가지 형식이 있다.
- 남녀가 조롱박속에서 나온다.
- 남녀가 박꽃 속에 앉아있었는데, 열매를 맺은 후 두 사람이 박속에 들어있게 된다.
- 사람을 만들어 북 안에 넣어두다.
- 박씨가 남자로 변하고, 박속은 여자로 변한다.
- 박을 갈라 조각으로 만들고, 박 조각이 사람으로 변한다.
- 박씨를 뿌리니, 박씨가 사람으로 변하였다.
다섯 가지는 조롱박과 그것과 같은 종류인 박이고, 한 가지는 북인데, 사람을 숨기기에는 조롱박이나 박에 비해 북이 더 합리적인 듯하다. 실상 그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은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충분하며, 아마도 북 속에 사람을 숨긴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잘못된 “북 속에서 홍수 피하기 설”의 영향을 받아 발생한 잘못된 변화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들은 이 문제를 논할 때에 “사람을 만들어 북 속에 넣어두다”라는 조목을 제외시킬 수 있다고 본다. 또는 ‘鼓(북)’자는 분명 ‘瓜(박)’자가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가늠해 볼 수 있다. 이 점이 판명되어야, 우리는 나아가 사람을 만드는 소재의 전체적인 문제, 즉 사람을 만드는 소재와 조롱박의 관계를 논할 수 있다.
물을 피하는 공구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만드는 소재에 관한 표현은 상대적으로 괴이한 것과 상대적으로 평범한 것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자는 앞서 여섯 가지 형식을 언급했고, 후자를 두 가지로 나누어 아래에 예를 들겠다.
A. 물건의 모습을 닮은 것
⓵ 박을 닮은 것, ⓶계란을 닮은 것, ⓷맷돌
B. 사람의 모습을 이루지 못한 것
⓵고기공, 고기 경단, 고기 덩어리, ⓶손발(팔다리)이 없는 것, 머리와 꼬리가 없는 것, 이목구비(얼굴)가 없는 것, ⓷괴상한 태반, ⓸피 담는 그릇
A의 ⓷과 B의 ⓶는 엄격히 구분되지 않는다. 경우에 따라 ‘맷돌’을 이야기하다가, “팔다리가 없는” 종류를 이야기하기도 하므로 이러한 경우 그것들을 “팔다리가 없는” 항에 넣었다. 앞에서 말한, 합리적일수록 진면목을 잃게 된다는 원칙에 의하여, 조롱박과 멀어질수록 사람의 모습에 가까워지는 각종형식 또한 나중에 생겨난 합리화의 관념형태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가장 이른 시기의 전설은 단지 사람이 조롱박 속에서 나왔거나 또는 조롱박이 변하여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팔채흑묘(八寨黑苗)와 단군흑묘(短裙黑苗)는 어린 사내아이와 계집아이가 바위알에서 나왔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묘족을 낳은 것은 알이나 흰 알 또는 나비의 알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최초의 전설은 모두 인류가 자연물로부터 변하여 나온 것이지 사람이 낳은 것이 아니라고 여겼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알과 조롱박의 모습은 서로 비슷하니, 알에서 태어났다는 것은 아마도 조롱박에서 태어났다는 것의 변화된 표현일 것이다. 물을 피하는 도구 중에서 표주박은 또한 사람을 만드는 소재로서의 조롱박을 답습한 것이다. 사람을 만드는 것과 홍수는 본래 가각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생묘기원가(生苗起源歌)>에서는 사람을 만드는 것만 이야기하고 홍수는 언급하지 않아, 전설의 원시형태(생묘는 진화과정 중에 가장 낙후된 민족이다)를 아직 보존하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인류창조이야기가 당연히 먼저 발생하였으며, 홍수부분은 나중에 접합된 것이고, 홍수이야기 중에는 본래 조롱박이 없었으며, 조롱박은 인류창조이야기의 유기적 부분으로 인류창조이야기가 홍수이야기를 겸병하는 과정에서 조롱박이 둘 사이를 오가며 교묘하게 두 이야기를 잇는 연결고리가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요컨대 사람을 만드는 소재로서의 조롱박이 없었으면, 물을 피하는 공구로서의 조롱박도 없었으며, 인류창조 테마는 홍수보다 더 중요하며, 조롱박은 인류창조이야기의 핵심이 된다.
팔괘
<주역> “옛날 포희씨(包犧氏)가 천하에 왕 노릇 할 때 위로는 하늘에서 상(象)을 관찰하고 아래로 땅에서 법(法)을 살피고 새와 짐승의 무늬와 땅의 마땅함을 살펴, 가까이는 자기 몸에서 취하고 멀리는 사물에서 취해 이에 팔괘를 지었다.”
자세한 사항은 팔괘 참조
참고문헌
- 조하선, <<베일 벗은 천부경>>, 물병자리, 1998.
- 아서 코트렐, <<세계신화전설>>, 까치, 1995.
- 위앤커(전인초 외 역), <<중국신화전설1>>, 민음사, 2005
- 원이둬(홍윤희 역), <<복희고>>, 소명출판사, 2013.
- 『주역(周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