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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혜정 (토론 | 기여)님의 2015년 12월 27일 (일) 19:45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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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사의 장』의 여성 문학적 탐구

<독서막장>


<목차>

I. 서론
II. 영화 <황금시대>로 본 샤오홍의 일생
III. 여성 문학
III-1. 페미니즘의 정의
III-2. 『생사의 장』의 여성 문학적 분석
IV. 결론
V. 참고자료

<만든 사람들>

2012650013 염규리
2012650015 우연수
2014650018 이성은
2014650021 이하림





I. 서론

일장기만 언덕 위의 임시 군영 앞에서 펄럭펄럭 소리를 내고 있었다.
『생사의 장』의 시대가 바뀌었다. 이처럼 『생사의 장』은 시대적 배경을 굉장히 잘 반영하고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1920년대, 30년대는 군벌통치로 혼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일본이 가세하여 중일전쟁이 발발하면서 일본의 중국 침략이 본격화된 시기이다. 당시 중국은 대내외적으로 분열을 겪고 있었으며 공산당과 국민당은 통일전선을 결성한지 얼마 안가 전선을 파기하고 각자의 노선을 걷게 된다. 중국 중앙정부, 즉 국민당은 자신들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며 공산당은 국민당의 압박과 진압에 밀려 대장정을 떠나게 된다. 한편 농촌 사회는 끊임없이 지주에게서, 일본인에게서 고통을 받았다. 『생사의 장』은 일화의 형식을 이용하여 이러한 2, 30년대 중국 농촌의 시대상을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인물들이 느끼는 감정들과 이런 시대상이 어우러져 우리는 전쟁이나 공산당, 국민당의 경쟁 속에 가려져있던 중국의 민중들의 삶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생사의 장』은 항일 문학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작품 내에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그 시기에 농민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행동을 하였으며 어떤 방법으로 일본에 대항하고자 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농민들이 과연 항일에 대해 확고한 자신들의 입장을 가지고 있었을까.

분명 『생사의 장』에도 항일에 참여하는 그들의 모습이 보이기는 한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분명히 『생사의 장』은 항일문학의 성격 또한 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은 진정으로 ‘항일의 의미’를 찾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항일에 참여하는 이유는 오로지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였으며, 분노 표출의 대상이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여성 주인공 진즈는 보편적으로 무서운 적이라고 생각되는 일본인보다 중국인을 더 두려워한다. 이게 진정한 이 시기의 중국여성들의, 농민들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일반 민중들은 전쟁과 대의적인 명분이 중요하지 않았다. 생계를 이어갈 돈, 음식, 집 이런 문제들이 그들에게는 전쟁보다 더 소중했다. 그저 그들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무지한 상태로 다수가 하는 일, 즉 항일운동의 방향을 따라갔던 것이다.

이 소설 속에는 진즈 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은 여성들이 등장한다. 그들 속에는 똑똑한 여성, 무지한 여성, 어린 여성, 예쁜 여성 등 다양한 인물의 양상이 존재한다. 하지만 예쁜 여성도 비참하게 죽고, 현명한 여성도 아들을 잃고 정신을 놓고, 젊은 여성은 강간을 당하게 된다. 이렇듯 샤오홍은 일반 민중 속에 특히, 여성들의 모습을 너무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따라서 소설을 읽으며 이야기의 진행과정이 항일적 부분보다 오히려 여성들의 삶의 내용에 더 집중되어있다는 생각이 끊이질 않았다. 이 소설은 항일적 요소를 분명히 포함하고 있지만 항일문학이라고 범주를 단정 짓기에는 부족하다. 우리 독서막장은 샤오홍이 『생사의 장』을 어디에 초점을 맞춰 쓴 것인지 궁금해 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우리 독서막장이 『생사의 장』이 왜 항일문학보다는 여성문학의 범주에 가깝다는 생각을 했는지에 대해 알아볼 예정이다. 그 수단으로써 우선 영화 <황금시대>를 통해 샤오홍의 일생을 살펴볼 것이며 그 과정에서 샤오홍이 여성이었기 때문에 겪었던 고난이 여성 캐릭터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본고의 끝부분에 다룰 것이다. 한편 페미니즘적 시각을 정리한 후 그에 근거한 『생사의 장』 내부분석도 다룰 예정이다.



II. 영화 <황금시대>로 본 샤오홍의 일생

『생사의 장』의 작가 샤오홍은 1911년에 태어난 중국 여성 작가이다. 그녀의 삶은 그녀가 직접 쓴 산문 이외에 기록되어 있는 곳이 별로 없다. 그나마 2014년 중국에서 개봉한 영화 <황금시대>는 그녀의 일대기를 최대한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황금시대>를 바탕으로 작가 샤오홍의 일생을 알아보고, 『생사의 장』을 그녀의 삶과 관련 지어 심도 있게 분석해보고자 한다.
샤오홍의 생애는 길지 않다. 하지만 32년의 짧은 생애는 파란만장했다. 일생을 한 곳에 정착하여 살지 못했으며, 평생의 반려자도 없었으며 따뜻한 가족도 없었다. 그녀의 인생은 늘 가난하고 추웠다. 그럼에도 읽고 쓰는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어릴 적 아버지로부터 심한 학대를 받을 때도 그녀는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달랬고, 집을 도망쳐 나와 힘들게 살면서도 10년간의 짧은 작가 인생 동안 길고 짧은 100여 편의 글을 썼다. 정식으로 교육을 받은 적도 없었고 여건도 어려웠으나, 그럼에도 펜을 놓지 않아서인지 샤오홍의 앞에는 천재작가라는 수식어 붙었다.
가난으로 힘들었던 그녀는 사실 지주의 딸이었다. 하얼빈 주변의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의 집은 풍족했다. 하지만 그녀에게 가족, 집이란 그런 안락하고 풍족한 존재가 아닌 봉건적이고 가부장적인 굴레일 뿐이었다. 그녀는 힘이 약한 아이인데다, 게다가 소녀였다. 여자란 이유로 남동생과는 다른 대우를 받으며 자랐다. 책은 몰래 읽어야 했으며, 죽기 직전까지 맞아야 할 때도 있었고, 때로는 감금되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와 결혼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은 사촌오빠였으나 그는 이미 유부남이었다. 둘의 관계를 들키고 또 집에 감금되었지만, 샤오홍은 필사적으로 집을 탈출한 뒤, 그 후로 다시는 집으로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잃은 것은 집과 가족뿐이 아니었다. 사촌 오빠는 가족들에게 들킨 뒤 바로 샤오홍을 내버렸다. 샤오홍은 그렇게 자유를 위해 집을 떠났으나, 집을 나오자마자 겪은 현실은 남자에게 버림받는 것이었다.
그 뒤로도 샤오홍은 돈도, 집도, 먹을 것도 없었기 때문에 남자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후 만난 남자들은 모두 샤오홍을 버렸다. 집을 나온 뒤 처음으로 만난 남자는 그녀에게 뱃속의 아기와, 몇 달간 밀린 방세를 남기고 떠나갔다. 그녀는 빚으로 인해 여관에 갇혀있다가 팔려갈 처지에 있던 중, 그녀 일생에서 가장 오래 함께할 남자인 샤오쥔을 만났다. 둘 다 작가였기에 통하는 점도 많았다. 그들은 오랜 세월 함께 했지만, 결국 결혼하지 않았다. 이후 만난 동료 작가와 결혼했으나, 샤오홍은 이미 곧 큰 병에 걸렸고, 결국 남편은 그녀를 마지막까지 지켜주지 못했다. 결국 그녀의 마지막을 함께 지켜준 남자는 작가로서의 그녀에게 관심이 있었던 취재기자 뤄빈지였다. 샤오홍은 전쟁통에 그렇게 쓸쓸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
그녀의 인생에 희망과도 같은 남자들도 있었다. 어릴 적 여자아이인 샤오홍에게도 따뜻했고, 책을 읽어주었던 할아버지는 그녀가 그나마 유년 시절을 버틸 수 있게 한 힘이었다. 그리고 상하이에서 만난 루쉰은 짧은 시간이지만 그녀에게 스승이자, 벗이 되어주었다.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주었다. 샤오홍의 작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했던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루쉰, 그 둘은 죽음으로서 샤오홍을 떠났다.
샤오홍은 주변 사람들에게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라는 소리를 듣고는 했다. 그녀는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그저 글을 쓸 뿐이었다. 하지만 작가는 홀로 글을 씀에도 불구하고 아주 개인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시대에 따라 상황이 달라졌고, 작가들에게 요구되는 글도 달랐다. 글뿐만 아니라 작가들에게 요구되는 태도도 따랐다. 1930대부터는 좌익 성격의 문학과 혁명적인 태도를 지닌 작가들이 나타났고, 40년대부터는 항일문학이 주류를 이루었다. <황금시대>에서 샤오홍 역시 동료 작가들인 샤오쥔, 딩링과 함께 전쟁 중 상하이를 떠나게 되는데, 이 때 혁명의 중심인 연안으로 갈지 말지를 두고 갈등이 생긴다. 딩링은 자신에게는 작가의 피와 전사의 피가 동시에 흐르지만, 지금부터는 더 큰 대작을 위해 종이와 펜을 내려놓고 혁명에 참가하겠다고 말한다. 샤오홍은 이런 딩링을 보고 “과거의 딩링은 이미 죽었고, 새로운 딩링이 태어났군”이라고 말한다. 샤오쥔 역시 자신은 작가 말고 더 큰 일을 하고 싶다며, 당시 아내나 다름없던 병든 샤오홍을 두고 연안으로 간다. 샤오홍은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의’만을 위해 떠나는 그를 향해 ‘이거야말로 너무 맹목적이잖아’라는 말을 남긴다.
위의 갈등만 보아도 샤오홍의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샤오홍은 다른 중국 작가들이 거의 전시 선전 문학을 쓰고, 단문이나 희극 혹은 항전 소설을 쓸 때에도 자신만의 소설을 썼다. 작가라면, 당시 민중들의 생활을 잘 반영해야 한다고, 세상 물정을 모른다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샤오홍의 소설을 보면 오히려 그 누구의 작품보다도 사실적이고 예리하게 당시 사회를 그려내고 있다. <황금시대>에서 샤오홍과 루쉰이 처음 만났을 때, 루쉰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좌익이 득세하면 그게 유행이라 생각하고 바로 좌경화되고, 압박이 들어오면 금방 못견디고 변화를 택하죠. 심지어는 친구를 팔아서 환심을 사기도 해요. 적은 두려워할 필요가 없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자기 진영에 있는 좀벌레고, 그들 때문에 많은 실패를 합니다.

당시 루쉰은 같은 좌익작가들에게 매우 핍박 받고 있는 상황이었고, 그런 상하이작가들의 모습을 조소하듯 내뱉은 말이었다. 이런 루쉰의 말을 참고한다면 단지 민중들의 고통을 ‘일본의 침략’ 측면에서만 파악하지 않고, 오히려 잔인하리만큼 담담하게 그려낸 『생사의 장』을 좀 더 넓은 시각에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여성으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샤오홍은 당시 지식인이 아닌 민중들의 삶을 좀 더 가까이서 보거나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그녀의 인생은 『생사의 장』과 같이 적나라한 리얼리즘 소설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지난 역사 속에서, 그리고 당시 시대의 작가들조차 문제의식 가지지 않고 흘려 지나치던 농촌 여성들의 삶을 그토록 예리하게 고발할 수 있었던 것 역시도 샤오홍의 인생과 관련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III. 여성 문학

III-1. 페미니즘의 정의

우리는 이 『생사의 장』을 읽으면서 이 책의 여성문학적인 측면에 주목하였다. 후에 다룰 『생사의 장』의 여성문학적 부분을 분석해보기에 앞서 조금 더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매체에서 찾아보는 페미니즘의 범위를 좁혀보려고 한다. 우선 페미니즘은 무엇일까? 우리는 무엇을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하는가? 현재 대중에게 있어 페미니즘은 여권 신장을 위해 진취적으로 주장을 제기하는 사상으로 인식되어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하나의 생각은 여러 가지 측면을 필수적으로 함유하게 되어 있는 바, 그 중에서도 우리가 실생활에서 쉽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부분을 지적한 어떤 테스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1985년 미국에서는 앨리스 벡델(Alison Bechdel)이란 한 유명 만화작가가 남성 중심의 영화들이 얼마나 많은지 계량하기 위해서 하나의 간단한 테스트를 고안해낸다. 이름은 벡델 테스트(Bechdel Test)로서 영화가 최소한의 ‘젠더 개념’을 반영하는 지를 평가해보는 테스트인데 그 방법은 이렇다.
1. 영화에서 이름을 가진 여성 캐릭터가 두 명 이상인가? 

2. 이 여성들끼리 한번이라도 대화를 하는가? 3. 그 대화 속에 남자 주인공에 관한 것이 아닌 다른 주제의 내용이 있는가?

테스트는 간단하지만 실제로 할리우드 영화 4000편을 분석해본 결과 이 간단한 테스트를 온전히 통과한 영화는 불과 55%에 그친다고 영국 <메트로>는 보도한다.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킨 영화는 11%, 한 가지 기준만 통과한 영화는 24%, 세 항목 모두 통과 못한 영화가 10%였다. 그나마 영화에 나오는 여성 캐릭터의 비중이 얼마나 되는 지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자본이 더 크게 투입된 영화일수록 더 통과를 하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벡델 테스트와 별개로 조사 대상 영화에 등장한 인물 가운데 대사가 있는 여성 캐릭터 비율은 28%에 불과하고, 이들 가운데 세 명 중 한 명이 노출 있는 옷을 입고 나왔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2011년 미국에서 흥행 100위 안 영화 중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영화는 11편에 불과했다고 한다. 우리 사회 특히 문화적 부분에 있어서의 ‘남성 편향성’을 쉽사리 드러내주는 것이다. 이렇게 여성을 단순한 소비적 객체로 표현하는 것이 대부분인 상황에서 여성의 사실적인 삶을 표현한다면 그 작품은 보기에 따라서 여성 문학으로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렇다면 페미니즘이란 무엇일까? 페미니즘의 사전적 정의는 ‘여성억압의 원인과 상태를 기술하고 여성해방을 궁극적 목표로 하는 운동 또는 그 이론’이다. 책 『생사의 장』은 언뜻 보기엔 그저 사실주의적 측면으로 당시의 시대상과 고통 받는 일반 중국인들의 삶을 보여준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사실주의 문학이 그렇듯 이러한 고통의 기술은 그 밀착된 관찰과 표현만으로도 현실고발적인 측면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써진 리얼리즘의 책 대부분은 남성 작가에 의해 써졌고 그것이 사회의 시대상이었으므로 여성의 입장에서 여성이 여성으로서 받아야만 했던 고난이 무엇이었는지는 알기 어렵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이 『생사의 장』에는 무엇보다 사회와 문화로 인해 세상 전부로부터 고통 받던 여성들의 삶이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일차적으로 그 현실을 기술함으로써 사회 문제를 지적하고 고발하였으므로 우리는 이 책을 여성문학적 시각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III-2. 『생사의 장』의 여성 문학적 분석

여기에서는 앞서 정의한 페미니즘의 성격에 근거해 『생사의 장』 내부의 여성 문학적 요소를 분석할 것이다. 먼저 『생사의 장』에 묘사된 여성들의 사실적인 고통과 피해의 표현과 그 양상에 대해서 짚어볼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작품 내 진즈의 대사를 중심으로 학대의 주체에 대해 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샤오홍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 중 페미니즘적 맥락의 메시지를 읽어낼 것이다.

III-2-1. 『생사의 장』 內 여성들의 피해의 표현 양상

『생사의 장』 내에서는 사실적이고 당시 농촌의 시대상을 잘 반영한 여성들의 고통이 묘사된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생사의 장』이 여성문학으로 분류될 수 있는 것 또한 이 적나라한 고발 덕분이기도 하다. 작품 전반에 묘사된 이 여성들의 고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고통스런 임신과 출산, 끝없는 가사 노동, 남편에의 언어적, 물리적 학대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 세 가지가 복합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들도 많다. 이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으로 샤오홍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 중 페미니즘적 맥락의 메시지를 세밀히 읽어내보겠다.


III-2-1-1. 고통스런 임신과 출산 ; 형벌의 나날들

작품 내에서 임신과 출산은 자주 등장하지만 한 챕터의 주제를 임신과 출산으로 잡고 그 제목을 ‘형벌의 나날들’로 붙일 정도로 샤오홍은 임신과 출산의 고통에 중요성을 부여했다. 임신과 출산은 그 자체로도 고통이지만 미신과 임신에 대한 잘못된 편견, 비위생이 난무하던 이 시대에 가사 노동과 겹쳐 ‘형벌’로까지 심화되는 것이다.
“이 집 같은 대갓집에서 짚을 깔고 아이를 낳는 건 본적이 없어요. ‘땔감을 짓누르면 재복이 나간다.’라고 하잖아요.”
시어머니는 자리 밑에 있던 짚을 모두 거두어 버렸다. 캉 위에 먼지가 일었다. 벌거벗은 여인은 땅에 놓인 한 마리 물고기처럼 캉 위의 맨바닥에서 기었다.
(중략)

“죽은 척하는 거지? 어디 계속 죽은 척하는지 두고 보겠어!”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옆에 있던 기다란 담뱃대를 그 시체 같은 몸에 던졌다. 어머니가 아들을 끌고 나갔다. 매년 이런 식이었다. 아내가 아이를 낳는 것을 보면 그는 항상 반감을 풀었다.
낮이 되자 고통이 조금 잦아들면서 그녀는 정신이 들었다. 그녀는 비 오듯 땀을 흘리며 휘장 안에 앉아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붉은 얼굴의 귀신이 또 들이닥쳐서는 아무 말도 없이 무서운 손으로 물이 담긴 대야를 들어 휘장을 향해 내던졌다. 사람들이 그를 끌고 나갔다.
배부른 여인은 여전히 남산만 한 배를 내밀고 온몸에 찬물을 뒤집어쓴 채 말없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녀는 꼼짝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가부장적인 아버지를 두려워하는 아이처럼 남편을 두려워했다.
그녀는 계속 그대로 앉아 있지도 못했다. 고통에 시달렸다. 산파는 그녀의 젖은 웃옷을 갈아입혀 주었다. 문소리가 나자 그녀는 또 파랗게 질렸다. 정신이 이상해진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신음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여인은 형벌을 받고 있었다. 옆에 구멍이 있었다면 뛰어들었을 것이다! 독약이 있었다면 삼켰을 것이다. 그녀는 모든 것이 원수 같았다. 창문턱도 발로 차 엎어버리고 싶었다. 자신의 다리도 부러뜨리고 싶었다. 찜통에 들어간 것처럼 온몸이 열에 의해 갈기갈기 찢겨지는 것 같았다.

이렇듯 본문에서 다섯째 고모의 언니는 출산의 무시무시한 고통에 시달린다. 여기에 ‘땔감을 짓누르면 재복이 나간다.’는 산파의 미신적인 대사 한 마디로 시어머니에 의해 딱딱한 캉 바닥이라는 불편한 출산 환경에 처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아내의 출산에 불만을 품은 남편에 의해 담뱃대에 맞고, 찬 물을 뒤집어쓰는 등 폭력을 당하기도 한다. 종래에는 걸어보면 아이가 나올 것이라는 산파의 말에 일어나서 걷다가 아이가 미끄러져 나와 캉에 부딪혀 죽어버린다. 허무하기에 더욱 참혹해보이기까지 한 결말이다. 이런 과정과 결말은 진즈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이번에는 형벌이 진즈에게 내려졌다. 키 작은 그녀의 몸에 커다란 배는 영 어울리지 않았다. 진즈는 아직도 아낙이라기보다는 어린 소녀 같았다. 하지만 배는 불러왔고, 곧 엄마가 될 것이다. 여인들의 형벌이 곧 그녀를 덮쳐버릴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시집온 지 넉 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남편을 저주할 줄 알게 되었다. 남자는 모질고 차가운 종족이라는 것을 점차 알게 되었다. 이런 생각은 여느 시골 아낙들이 가진 생각과 다를 바 없었다.
(중략)

“날이 저물었어! 아직도 빨래를 하고 있냐? 게을러터진 여편네 같으니, 낮엔 뭘 한거야?”


임신해 거동이 불편한 진즈는 새벽부터 일어나 밥을 짓고, 집안일을 하고, 밥을 지었다. 임신 자체만으로도 고생인데, 높은 강도의 가사 노동까지 요구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진즈의 고생은 남편의 한 마디에 무시된다. 또한 진즈의 아이도 생후 한 달만에 아버지의 손에 어이없이 죽어버린다. 다섯째 고모처럼 허무하고 참혹한 결말이 이 비극을 더욱 부각시킨다. ‘형벌’은 죄에 수반되는 것으로 참혹한 결과 그 자체이다. 따라서 샤오홍은 이 대목에서 임신을 대가없는 ‘형벌’, ‘고통’이라고 묘사한다. 이들 여성의 죄는 의식하지 않고 ‘임신을 해버린’데에 있다. 이는 나아가 동물에 비유해 표현된다.


소나 말은 의식하지도 못한 채 자신들의 고통을 기르기에 바빴다. 서늘한 밤이면 마구간이나 외양간에서 괴상한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시골에서는 사람 동물 가릴 것 없이 모두 태어나느라 바쁘고 죽느라 바빴다.


III-2-1-2. 가사노동

앞서 임신을 다룬 대목에서는 가사노동이 임신의 고생을 가중시키는 요소 중 하나였지만 당시 여성의 중요한 쓰임 중 하나로 가사노동은 독립적인 의의도 가지고 있다. 이런 의의는 혼례를 추진할 때 ‘며느리’로 들일 여성에 대한 가치 평가에서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푸파는 처음에는 고개만 젓다가 한참 뒤에 천천히 물었다.
“그 처녀애가 열일곱 살이라고? 너는 스무 살이지. 어린 처녀애가 우리 집에 와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청예는 물러서지 않고 말했다.
“그 애는 예쁘단 말이에요! 땋은 머리카락도 검고 윤기 나고요. 무슨 일이든 다 할 수 있어요. 힘도 세거든요.”


또한 작품 곳곳에서는 여성의 끝없는 가사노동을 보여준다.


대야 속의 바지는 제대로 빨지도 않고 울타리에 널어놓았다. 아니면 다 빤 것일까? 곰보댁의 할 일은 끝이 없었다. 필요하면 그녀는 하던 일을 놓아두고 다른 일을 하러 갔다.
이처럼 가사노동은 ‘끝없이’ 여성의 삶을 고달프게 하는 바탕이 된다.



III-2-1-3. 남성으로부터의 학대

『생사의 장』내에서 남성(남편)으로부터의 학대는 간접적으로도, 직접적으로도 묘사된다. 그 양상은 언어적, 물리적 폭력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나, 강간, 병 든 아내에 대한 방치, 혹은 아직 죽지 않은 아내에 대한 살해 시도까지 다양하다.


숙모는 슬픔에 빠져 말했다.
“시집을 오고 나면 그 처녀도 변할 거야. 지금 그대로가 아닐 거라고. 안색도 어두워지고. 너도 그 애를 마음에 두지 않게 될 거야. 때리고 욕하게 될 걸! 남자들이 여자를 마음에 두는 건 너처럼 젊었을 때뿐이지!”
(중략)

“청예야, 내가 이야기 하나 해줄게. 내가 어린 처녀였을 때, 나도 강가에 가서 물고기를 잡았어. 가랑비가 내리는 9월 어느 날 아침에 도롱이를 입고 강가에 앉아 있었지.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생각도 못했어. 내가 원했던 것도 아니었고. 나는 남자랑 자는 게 안 좋은 일이라고만 알고 있었어. 그런데 네 삼촌이 강가에 있던 나를 끌고 마구간으로 갔어. 마구간 안에서 모든 게 끝나버렸지. 하지만 난 두렵지 않았어. 네 삼촌이랑 있는 게 좋았거든. 그런데 지금은 보렴. 난 그 사람을 무서워해. 그 사람은 돌덩이처럼 단단해서 건드리기도 겁이 나. 너는 툭하면 무슨 가랑비 오는데 도롱이 입고 고기 잡으러 간다느니 하는 노래를 부르더라.”
(중략)

그녀는 남편 푸파에게 다가가 그의 팔을 잡고 그를 어루만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남편의 웃는 얼굴이 예전의 그 얼굴이 아니라고 느꼈다. 그녀의 마음은 숱하게 화를 내던 그의 얼굴들로 꽉 막혀 있었다. 그녀는 움직이지 않았다. 잠깐 웃고는 곧바로 웃음을 거두어버렸다. 그녀는 깊게 웃었다가 욕을 들을까 두려웠다. 남편은 술잔을 가져오라고 했고, 그녀는 마치 명령에 따르듯 잔을 대령했다.


청예의 숙모의 결혼 내력이 이를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가장 보편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청예의 숙모는 ‘원하지 않게’ 푸파(청예의 숙부)에게 강간당했지만 그것을 반 강제적으로 받아들임으로써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신혼 초의 설레임은 얼마 가지 않았고 남편에게 ‘욕’을 먹고 물리적 폭력을 당하며 현재는 ‘남편을 무서워하고’ ‘명령에 따르는’ 처지가 되었다.
한편 웨잉의 일화는 예쁜 처녀가 남편의 방치에 의해 몰락하는 과정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웨잉은 어부촌에서 제일 어여쁜 여자였다.
(중략)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이 사라졌다! 매일 밤 리씨네 둘째 숙모는 옆집에서 들려오는 참담한 울음소리를 들어야 했다.

(중략)

베개로 사방을 막아 그녀를 고정시켜 놓은 채로 일 년이 지나갔다. 지난 일 년간 웨잉은 누워서 잠을 자지 못했다. 그녀는 중풍을 앓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은 웨잉의 병이 향을 사르거나 귀신을 불러서는 결코 치료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남편은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했다. 그는 욕을 했다. “너 같은 마누라를 데려오다니 정말이지 재수가 없었지! 조상님 모시듯 너를 모시고 있잖아!”
처음에 웨잉은 남편에게 변명을 했다. 그러면 남편은 그녀를 때렸다. 지금은 변명도 하지 않는다. 그녀는 절망했다. 저녁이 되면 남편은 시내에서 채소를 다 팔고 돌아와서 밥을 해서 혼자 먹었고, 다 먹고는 잠을 잤다. 날이 밝을 때까지 밤새도록 잠을 잤다. 옆에 앉아 형벌을 받는 여인은 날이 밝을 때까지 밤새도록 울부짖었다. 사람과 귀신이 한 장소에서 서로 상관하지 않고 생활하는 것 같았다.

방치된 웨잉은 결국 하반신이 마비되고 욕창으로 썩어 구더기까지 들끓게 된다. 죽어가는 웨잉의 이빨과 눈자위는 초록색으로 변색된다. 이렇듯 웨잉의 참혹한 모습에 대한 묘사는 웨잉의 처지만큼이나 극단적으로 사실적이고 세밀하다. 이는 비참한 여성의 모습을 독자로 하여금 절실하게 느끼게 한다.


III-2-1-4. 여성에 의한 여성 박해

여성을 하찮은 것, 가사 노동의 도구, 후계자 생산 수단, 엄격한 정절이 강요되는 사적 소유물로 보는 시각은 물론 남성주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는 이러한 관념이 당연한 것이었으므로 이러한 관념들은 여성들에게 내면화되어있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는 여성 스스로 ‘정조관념’, ‘미신’ 등을 통해 여성을 학대하는 장면도 찾아볼 수 있다.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미신’ 때문에 다섯째 고모의 언니의 출산을 힘들게 만든 것은 같은 여자인 시어머니였다. 또 대부분의 여성은 남편의 폭력에 대해 받아들이거나, 체념한다. 가장 보편적인 반발로는 ‘원망’이 있지만 이는 내적 반발에 그친다.
그 외에 여성 스스로 여성을 가장 옭아매는 것 중 하나가 ‘정조관념’과 ‘평판’이다.


“푸파네 댁이 바로 강가에서 신세를 망쳤잖니? 애어른 할 것 없이 온 마을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지. 아휴...! 처녀애가 그래서야 되겠어? 그 후로 시집도 못 가게 됐는데, 애를 배서 할 수 없이 푸파한테 시집을 갔지. 그 친정어머니는 그 일 때문에 창피해서 죽을 지경이었어. 마을 사람들을 만나면 얼굴도 못 들었다니까.”
(중략)

진즈에 관해서도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그 계집애도 이제 끝났지 뭐!”
“강가는 정숙한 사람이 갈 곳이 아닌데.”

(중략)

“엄마.... 푸파 아저씨의 조카한테 시집보내주세요! 제 배속에 있는 건.... 병이 아니라....”
딸이 그녀의 생명을 질식시킨 것 같았다. 딸이 그녀를 치욕에 겨워 죽게끔 만든 것 같았다.

이처럼 진즈와 푸파 아내의 일화를 통해 여성에 의한 여성의 박해가 드러난다. 진즈의 경우 화간이었으므로 쌍방과실이었고, 특히 푸파 아내의 경우는 강간으로 남성 측에 전적으로 책임이 있는 상황에서 비판의 대상이 ‘여성’에 한정되는 것이다.
물론 작품 내 모든 여성들이 이러한 부조리를 수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왕씨 아주머니같은 경우 이러한 부조리에 반발하며, 첫 번째 남편의 폭력에 반발하여 자식들을 데리고 분리독립하는 등 적극적이고 반항하는 대표적인 여성상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녀 또한 자신의 일생의 분노를 ‘여성에 대한 부조리’에 대한 분노가 아닌 ‘지주에 대한 분노’, ‘일제에 대한’ 분노로 착각하고 한정하는 등의 한계를 보인다.

III-2-1-5. 희생당하는 여자 아기들

작품에서는 여성 말고도 학대 받는 아기들이 등장한다.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희생당하는 영유아기 아기는 총 세 명이다. 각각 왕씨 아주머니의 회상 속에 등장하는 샤오중, 아기 진즈, 다섯째 고모의 캉에 떨어져 즉사한 아기이다. 그 중 즉사한 아기를 제외한 샤오중은 여자 아기이며, 진즈의 이름을 물려받은 것으로 보아 아기 진즈 또한 여자 아기로 추정된다.


아기 진즈는 세상에 태어난 지 한 달밖에 안 되었을 때 아버지 손에 내동댕이쳐져 죽음을 맞이했다.
(중략)

“너희 둘 다 팔아 버리겠어. 너희 같이 집안 시끄럽게 하는 귀신들을 데리고 있어봤자 뭐 하겠어...?”
부엌에 있던 엄마는 성냥처럼 타올랐다.
“그러는 당신은 어떤데? 집에 와서는 소리 지르고, 때리고. 내가 당신 원수야? 팔 테면 어디 팔아봐!”
아빠는 밥그릇을 집어던졌다. 엄마는 화가 나서 날뛰었다.
“팔라면 못 팔 줄 알고. 이 애부터 던져버리겠어...! 팔고 말고 할 것도 없지!”
그렇게 작은 생명은 끝나버렸다.

샤오중과 아기 진즈는 모두 부모의 부주의와 고의에 의해 희생되었으며, 특히 아기 진즈의 경우는 죽기 직전 아버지 청예에 의해 어머니 진즈와 함께 ‘쓸모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이는 여자 아이의 경우 남자 아이에 비해 쓸모없고, 주의력을 덜 요하는 부차적인 대상으로 여겨졌음을 간접적으로 추측할 수 있게 한다.


III-2-2. 페미니즘적 맥락에서 읽을 수 있는 샤오홍의 의도

『생사의 장』은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사실적으로 당시 여성의 참혹스런 실태를 고발했다는 데에 여성문학적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런 고발 아래에 감춰진 샤오홍의 의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큰 가치를 지닌다. 샤오홍의 의도는 진즈의 삶과 묘사를 통해 드러나는데, 이 때 ‘진즈’라는 캐릭터가 도시에서 촌뜨기로서 겪는 경험 등이 작가의 인생과 겹쳐진다. 이를 심화해보았을 때 샤오홍이 진정으로 하고자 했던 말들을 진즈의 입을 통해 보여 졌다고도 추측해볼 수 있다.


III-2-2-1. 진즈의 대사

도시인 하얼빈에서 중국 남자에게 강간당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진즈에게 왕씨 아주머니는 임신한 여성에 대한 일본군의 극악무도한 만행을 말한다. 이에 진즈는 냉소적인 태도를 보인다.
“하얼빈이 시골보다 나을 거야. 다시 가거든 아예 돌아오지 마라. 마을의 일본 놈들은 날이 갈수록 더 흉악해지고 있어. 그들은 임신한 여자를 잡아다가 배를 가르면서 ‘붉은 총 결사’를 처단하는 거라고 했단다. 살아 움직이는 태아가 배에서 흘러나왔지. 그 일 때문에 리칭산이 일본 놈 두 놈의 머리를 베어 나무에다 걸어 놓은 거야.”

진즈는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예전에는 남자가 원수더니, 지금은 일본 놈들이 원수네요.”
끝내 그녀는 가슴 아픈 생각으로 돌아가며 말했다.
“전 중국인이 원망스러워요. 그 외에는 누구도 원망하지 않아요.”

진즈의 냉소적인 태도는 일리가 있다. 『생사의 장』을 보면 임신한 여성에 대한 폭력이나, 태아를 갈퀴로 긁어내는 일 등은 일제가 중국에 난입하기 전의 중국 농촌에서도 존재해왔다.
또한 왕씨 아주머니의 시선에서 반발심을 자아내는 일본의 만행 중 하나로 일본군들의 여성에 대한 추행과 강간이 있는데, 여성에 대한 추행과 강간 또한 파푸의 아내와, 진즈가 중국의 농촌과 도시 남성에게서 이미 겪은 바이다.


사립문을 나서기도 전에 그들은 여자를 희롱하기 시작했다. 왕씨 아주머니는 일본군 ‘철모’의 손이 급히 여자의 엉덩이를 움켜쥐는 것을 보았다.


“혁명군은 규칙이 너무 엄격해서 우리도 힘들었다오. 이를테면 마을의 나이 어린 처녀를 눈으로만 볼 뿐, 가서 .......할 수는 없는 거요. 하하! 나도 한번 고생을 했소. 동지가 나를 총대로 10차례나 때렸다오!”



IV. 결론

샤오홍의 이러한 냉소와 고발이 특별한 가치를 갖는 것은 그 당시 중국 문단의 경향과 함께 설명된다. 당시 문단은 1920년대에는 항일 문학, 1930년대에는 혁명 문학 등이 주류를 이루었다. 샤오홍의 두 번째 남자이자, 당시 문학가 중 하나였던 샤오쥔의 대표작인 <<제 3대>>만을 보아도 지주와 농민의 대립을 주로 다룬 소설이었다. 같은 농촌을 배경으로 하였더라도 20-30년대의 주류 소설은 지주와 일본이라는 절대적인 가해자가 존재하던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들 주류를 향해 샤오홍이 “이 중국 농촌의 ‘생과 사의 장’에서는 일본과 지주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고통이 일상적으로 존재했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피해자는 여성이었다.”는 것을 고발하고 있다는 데에 그녀만이 가질 수 있는 의의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녀가 여성이었기에 겪을 수 있었던 그 숱한 고난들이 바로 그녀가 주류의 흐름 속에 파동을 일으킬 하나의 돌을 던지게 될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닐까. 그렇기에 우리 독서막장은 샤오홍이 쓴 『생사의 장』이 여성 문학적 범주에서 보다 소설의 가치를 발하게 된다고 생각하였다.



V. 참고자료

샤오홍, 『생사의 장』, 이현정 옮김, 서울: 시공사 , 2011

허안화, <황금 시대>, 2014</nowi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