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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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구도(鷄鳴狗盜)란 닭 울음소리에 능한 사람(鷄鳴)이나 개처럼 남의 집에 깜쪽같이 침입하는 재주가 있는 사람(狗盜)과 같이 여러 가지 다양한 재주가 있는 사람들을 거느릴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 아무리 하찮은 자라도 거두어 두면 쓸모가 있다는 뜻으로 쓰인다.

전국시대 말기에 제후국에서 활약했던 4명의 정치가를 일컬어 사공자(四公子)라 칭한다. 사공자는 제나라 맹상군, 조나라 평원군, 위나라 신릉군, 초나라 춘신군을 가리키며, 이들은 수천 명의 식객(食客)을 대접함으로써 인재들을 자신의 영역 안으로 끌어들이려 했다.

그 중, 맹상군은 한 가지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그의 식객으로 두었다. 맹상군이 빈객들을 신분 차별 없이 대접한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자 그의 집에는 어느새 수천 명의 식객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맹상군의 명성이 秦나라까지 알려지면서, 진나라 소왕(昭王)은 그를 진으로 초빙했다. 소왕은 맹상군을 만나본 후로 그를 즉시 진나라 재상으로 삼으려고 했으나, 대신들의 반대에 부딪쳤다. 심지어 진나라 대신들의 모략으로 살해될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를 눈치 챈 맹상군은 소왕의 애첩 총희(寵姬)에게 구원을 요청하는데, 총희는 맹상군이 가지고 온 흰여우가죽옷을 그 대가로 요구하였다. 그런데 맹상군은 흰여우가죽옷을 이미 소왕에게 진상한 후였다.

궁지에 몰린 맹상군이 식객들과 이를 논의했다. 다행히 식객 중에 개 흉내를 잘 내는 자가 밤에 진나라의 창고로 들어가서, 소왕에게 바쳤던 호백구를 가져와 총희에게 주어 겨우 풀려나게 되었다.

한편 소왕은 뒤늦게 맹상군에게 속은 것을 알고 추격군을 보내 그를 잡아오게 했다.

맹상군은 풀려나오자마자 밤새 말을 달려 함곡관(函谷關)까지 도망쳐 왔다. 그러나 함곡관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국경의 법으로는 첫 닭이 울어야 비로소 문을 열게 되어 있었다. 맹상군의 뒤에서는 이미 추격군의 말발굽 소리가 요란하게 들여오는 듯했다. 그러자 식객 중에 닭 울음소리를 잘 내는 자가 닭 울음소리를 내자 근처에 있던 닭들이 따라 요란하게 울기 시작했다. 관문병들은 닭 우는 소리를 듣고 관문을 열었다. 그래서 맹상군은 무사히 국경을 통과하여 제나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맹상군은 식객이 수천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많은 사람들을 두고 있었다. 처음에는 개 울음소리나 닭 울음소리를 내는 재주가 있는 자를 식객으로 거둘 필요가 없다고 했던 사람들도, 이 일이 있은 후로 맹상군의 방침에 승복하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사기 맹상군열전에 나온다. 사마천은 맹상군에 대해 '대의보다는 명성과 자기 이익만을 쫓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맹상군은 제나라와 위나라의 재상을 역임하고 독립하여 제후(諸侯)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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