皿

語源

갑골문의 皿은 고리 모양의 받침이 있는 용기(容器)의 모습이다. 금문의 皿에는 간혹 金이 더해져 동(銅)과 같은 금속으로 만들어졌음을 나타낸다. 皿의 본래 의미는 그릇이며, 碗(완)과 盘은 음식을 먹는데 사용되는 그릇의 한 부류로 칭한다. 한자 중에 凡은 원래 皿이었으며 대부분 그릇 및 그 용도와 연관이 있다.

文化

皿은 그릇 모습을 형상화한 것인데, 금문 단계에서는 단지 그릇을 청동으로 만들었다는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청동을 뜻하는 쇠 금(金)을 첨가한 것도 보인다. 여하간 명(皿)이 들어가면 그릇과 의미적 연관을 가진다. 皿이 들어있는 대표적인 글자로는 盜(도)가 있는데, '도둑' 혹은 '훔치다'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盜는 羨(선)과 皿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릇을 탐낸다・부러워한다’라는 뜻으로부터 ‘도둑질하다’라는 뜻이 나왔다고 한다.

盜에 관해서는 또 다른 해석이 있다. 盜의 윗부분은 羨(남을 연 / 부러워할 선)의 아랫부분과 같은데, 羨은 제사 때 남은 고기를 가리킨다. 그런데 盜는 접시 속의 남은 고기를 훔치려고 하는 작은 도둑이 아니라 나라를 도적질하는 자를 의미한다. 盜에서 皿은 본래 피[血]로, 동족 간의 혈맹(血盟)을 의미한다. 곧, 盜(도)란 족맹(族盟)의 그릇에 물을 끼얹어, 맹약을 매도하여 더럽히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것은 씨족을 배반하는 행위로, 盜를 盜의 자형으로 적으면 그 의미를 나타낼 수가 없다. 또한 盜는 족맹으로 결속한 공동체를 버리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반체제 인물을 뜻하기도 하는데, 일례로 춘추말기의 큰 도둑으로 이름이 높았던 도척(盜跖)은 부하가 수천 명이나 되고, 천하에 횡행해 제후를 두렵게 만들었다. 『시경』의 시편에 나타나는 盜 역시 모두 반란을 꾀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盜는 고대의 씨족사회가 붕괴할 때 체제로부터 이탈한 자를 뜻하는 글자로서 등장했다. 『좌전(左傳)』에 나오는 盜는 대개 암살자 집단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