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씨고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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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씨고아 공연 포스터

조씨고아(赵氏孤儿)

조씨고아(赵氏孤儿)는 중국 잡극 중에 복수를 주제로 하여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춘추시대 (晋)에서 일어났던 일을 원대에 기군상(紀君祥)이 각색하여 잡극으로 창작하였다. 중국의 햄릿이라고 비유되며 관한경(關漢卿)의 두아원(竇娥寃), 홍승(洪昇)의 장생전(長生殿),공상임(孔尙任)의 도화선(桃花扇)과 함께 중국4대 고전 비극으로 꼽힌다. 줄거리는 (晋) 영공시기 권세가인 조순을 시기한 도안고가 일을 꾸며 조씨 집안의 300명을 몰살했지만 조순의 아들 조삭의 유복자 조씨고아가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아 성인이 되어 복수를 한다는 이야기이다. 오늘날 연극으로 국내에서도 여러차례 무대에 오른 적이있다. 또한 천카이거 감독이 2010년 메가폰을 잡아 국내에서는 2013년 <<천하영웅>>이라는 제목으로 상영이 되었다. 조씨고아는 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원한을 잘 각색한 작품으로 평가되며 서양으로도 전파되어 이미 1735년에 프랑스에서 R,P.de Premare가 L'orphelin de la Maison de Tchao 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동양 사회와 동양적인 인간 관계를 잘 그려낸 작품이라 평가받으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 영역본도 나오고 다른 제목으로 번안 상영되기도 하면서 많은 인기를 끌었다. 특히 조씨고아는 복수라는 감정을 주제로 작품을 풀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코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작품을 통해 작품 이면의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품 줄거리

춘추시기 영공시기에 나라에 라이벌 대신 두 명이 있었다. 한명은 조순이고 다른 한명은 도안고이다. 조순은 아들 조삭을 왕의 여동생인 장희공주에게 장가를 보내어 왕과는 사돈 관계였고, 계속 공적을 쌓게 되자 도안고의 눈에 어긋나게 된다.

처음에 도안고는 자객을 보내 조순의 암살을 시도하는데, 자객이 조순을 담 넘어 살펴보고는 충신을 죽일 수 없다고 하여 자결을 한다. 이 작전이 실패로 돌아가자 도안고조순의 옷을 입힌 허수아비 안에 간을 넣어 굶주린 사냥개가 물어 뜯을 수 있게 훈련을 시켜 놓고, 어느날 영공에게 충신과 간신을 구별할 수 있는 개가 있다고 보여주겠다고 한다. 영공조순은 같은 자리에 있었고, 조순을 보고 날뛰는 개를 보고 도안고는 간신이 있다고 몰아간다.

가까스로 위기를 탈출한 조순은 성문에서 주견과 영철을 만난다. 그 둘은 충신 조순을 보호하고자 목숨을 내놓지만 모두 죽고 만다. 조순조순 모두 목숨을 잃고, 장희공주는 아이를 출산하게 된다. 장희공주네에 자주 들리던 의원 정영은 장희공주의 부탁을 받고 아이를 약 상자에 넣어 밖으로 나간다. 정영이 밖으로 나갈 때 한궐 장군에게 걸리게 되는데, 한궐 장군 역시 약 상자에 아기가 있는 것을 보지만 못본 척 하여 탈출을 도와준다. 결국 나중에 탈출이 알려지만 자신도 문책 당할 것을 알고 그 역시 자결한다.

도안고는 아이가 밖으로 나간 것을 알고 성 안에 갓 출생한 남자아이를 모두 잡아오라 명한다. 조씨고아 한 명 때문의 성안의 아이들이 모두 죽을 것을 걱정한 정영은 친구 공손저구를 찾아가 상의한다. 공손저구와 정영은 정영의 아이를 대신 가져와서 공손저구네에 숨기고, 정영이 도안고에게 밀고하는 식으로 계략을 꾸민다. 그렇게 하면 도안고의 신임을 사서 조씨고아를 안전하게 성인이 되도록 키울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밀고 하러 온 정영은 마침 도안고에게 잡혀 와 있는 장희공주의 하녀를 보게 되고, 하녀가 분노하자 오히려 도안고의 의심을 피해 성공적으로 신임을 얻게 된다. 공손저구네에 군사들을 데리고 와서 벽장 속 아이를 찾아내자 도안고는 바닥에 내리쳐 그 자리에서 죽여버렸다. 공손저구도안고와 정영을 같이 욕하여 죽기 전까지 정영과 조씨고아의 훗날을 위해 노력한다.

신임을 얻은 정영은 보상으로 도안고네에 들어가 살며 조씨고아를 도안고의 보살핌 아래 살게 한다. 그렇게 15년이 지나고 영공은 이미 죽고, 새로 즉위한 왕은 도안고의 권세가 너무 강한 것이 두려웠다. 마침 변방에 나가있던 위강장군이 돌아오자 장희공주와 만나게 된다. 배신자 정영이라는 자가 도안고의 식솔이 되어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정영을 찾아간 위강 장군은 뜻밖에 정영에게 사실을 듣게 된다. 때가 되었음을 알게된 정영은 조씨고아를 불러 그간의 사건을 요약한 그림 한 폭을 보여주어 사실 관계를 파악하게 한다.

모두가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되고, 계략을 도모하여 연회를 베푼 자리에 도안고를 초청하여 함정에 빠뜨린 후 조씨고아가 현장에서 그를 배신하고 처단하게 된다. 그를 처단하며 과거에 희생한 수 많은 사람들을 기념하여 후세에 전해지도록 했다.

(사건의 줄거리는 판본과 영화와 연극 각색에 따라 조금씩 변동은 있지만 복수의 큰 흐름은 변함이 없다)


창작 배경

조씨고아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씨(赵氏)의 이야기이다. 원전은 사기赵世家에 두고 있다. 그러나 사기의 내용은 오늘 날 각색되어 내려오는 조씨고아의 작품과는 다른 부분이 많이 있다. 특히 정영의 아이를 희생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아이를 데려와 희생했다는 점이 있다. 기군상이 조씨고아라는 잡극 작품을 창작했던 시기는 대이기 때문에 시대 상황을 두고 이를 해석할 수 있다. 은 한족 왕조인 을 무너뜨린 이민족 국가이기 때문에 한족은 의 복권, 즉 의 왕조인 조씨(赵氏)를 복권하자는 뜻을 담지 않았는가 하는 해석이다. 이민족 국가에 대한 원한을 표출하기 위해 교묘하게 맞아 떨어지는 제재를 극대화하기 위한 작가의 각색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잡극 중에 두아원이라는 작품처럼 작품의 주제를 원한과 억울함으로 하여 당시 이민족에 대한 원한 뿐만 아니라 사회의 혼란에 대한 억울함이 많은 민족적 감정을 표출하였고, 더 나아가서는 복수를 행한다는 결말을 통해 민중들의 환영을 받았던 것 같다. 또한 당시 과거길이 막혀 있었으며, 한족에 대한 이민족의 차별적 대우로 인하여 문인들의 출사길이 막혀있었다. 따라서 잡극의 창작을 위해 붓을 잡은 문인들이 나타났고, 그 결과 이와 같은 걸작이 나올 수 있었다.


작품의 형식적 특징[1]

조씨고아는 잡극의 한 작품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무대에 오르기 위한 대본의 형식이다. 잡극에서 으로 왕조가 변하면서 의 근거지였던 남방이 아닌 이민족의 근거지였던 북방의 음악, 즉 북곡을 바탕으로 한 문학 양식이다. 일반적으로 한 작품에 4절로 되어 있고, 한 절은 궁조가 같은 하나의 투수로 되어 있다. 하나의 투수는 다시 여러개의 소령곡들이 모여 만들어진다. 한 투수의 노래들은 모두 같은 운으로 압운이 된다. 잡극은 그 이전의 문학 양식이던 강창보다 희극 형식에 접근한 연예이다. 각 소령, 즉 산곡들은 서정적인 짧은 노래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그것들이 모인 투수를 통해 일정한 고사를 연출하게 했다. 4절의 구성 되에도 설자라는 간단한 1단을 덧보태어, 극의 내용을 설명하거나, 가끔 절과 절 사이에 위치하여 앞뒤로 얘기를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특이한 점은 등장 인물을 오늘날처럼 이름으로 직접 명시하지 않고 인물의 성격에 따라 정말(正末),부말(副末),외말(外末),충말(沖末),소말(小末),(이상 남자들),정단(正旦),부단(副旦),외단(外旦),첩단(貼旦),노단(老旦),소단(小旦),화단(花旦),색단(色旦)(이상 여자들) 및 (孤),(淨),(丑)(특수한 역할) 등의 각색 명칭을 쓴다. 극 중에서 노래는 남자 주인공인 정말이나 여자 주인공인 정단 한 사람이 부르는 게 원칙이다.

잡극은 또한 <<>>,<<>>,<<>>의 삼요소로 이루어지는데, 그 중 가장 중시된 것은 음악과 노래인 창이다. 은 극 중의 대화 부분으로 빈백(賓白)이라고도 하는데, 극본에 따라서는 백의 기록은 생략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경시되었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배우가 임의적으로 덧보태거나 바꾸는 경우도 있었다. <<>>는 어떤 성질의 것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는 없지만 가극적인 성격의 연극이라는 점에서 보면 상징적이고 무용적인 동작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잡극의 분파 중에서도 기군상관한경파에 속한다. 관한경파는 자주 비교되는 왕실보파와 상대적으로 조금 더 대중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을 창작했다. 왕실보파가 문장의 아름다움에 조금 더 신경을 썼던 계열이라면 관한경파는 상대적으로 조금 더 자유롭고, 현장과 무대에서의 장치를 더 생각했던 작품을 창작한 작가층으로 볼 수 있다. 조씨고아와 더불어 두아원 모두 관한경파의 작품이었고, 모두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연의 특징[2]

중국의 극과 서양의 극의 가장 큰 차이점은 제4의 벽의 존재 유무이다. 서양의 극은 무대의 방향은 객석을 향하고 있지만 그 곳은 막혀있는 공간으로 인식을 하고, 배우들의 연기 속에서 극의 상황이 온전히 관객에서 전해진다. 따라서 관객과 배우 모두 극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극적 상황에 함께 몰입하게 된다. 따라서 객석과 무대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제4의 벽이 존재한다고 가정을 하고 극을 진핸하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극은 그러한 경계가 없는 경우가 나타난다. 기본적으로 배우가 극 중에 몰입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극 중의 주인공은 경우에 따라서 잠시 극 중 상황에서 독립적으로 나와 관객을 향해 독백 아닌 독백을 하고, 그것을 통해 극 중 상황을 설명한다. 관객들은 그 순간 극 중 상황의 몰입을 중단하고 잠시 밖으로 나오게 된다. 이것을 '허구적 외적 담화'라고 논하기도 한다. 이러한 장치는 관객의 극 중 몰입을 방해하는 단점이 될 수 있지만 관객에게 극중 상황을 설명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적 극의 특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잡극은 대중의 반응을 중시하였고, 이야기 전달의 강창문화의 특성이 이어져 와서 발전한 양식이기 때문에 이러한 장치가 존재하는 것이 낯설지 않은 것이다.


작품 속의 문화 코드 : 원한과 복수

조씨고아의 작품을 통해 원한과 복수라는 중국적 문화 코드를 읽어내기도 한다. 가장 오래된 굴원초사 이소에도 굴원의 억울한 심정이 표출되어 있다. 다시 굴원을 역사 속 인물로 끄집어 내온 사마천사기도 사마천의 억울한 심정을 가득 담아 저술한 것이다. 사마천은 저술이라는 것이 분노하지 않고 쓰는 것은 아프지 않고 우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하며 그의 사기 저술의 무게를 더했다. 이렇듯 중국은 오래전부터 억울함과 그것의 해소로 복수를 생각해 왔던 것이다.

최근 근현대 역사의 일제의 만행에 중국인들이 극도로 분노하는 이유도 역시 여기에 있을 것이다. 물론 좋지 않은 역사에 대한 앙갚음을 생각하는 것은 인간 본능일 수도 있지만 중국인의 이러한 '갚음'문화는 대단하다. 국가적인 행사로 남경대학살 추도일을 챙기고, 끊임없이 역사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태도와 비교하여 뚜렷히 드러난다. 또한 부정적인 갚음은 복수 외에도 은혜를 갚는 중국의 하오커문화도 모두 같은 코드의 연장선일 것이다.

참고영상-조씨고아 공연읽기 (https://www.youtube.com/watch?v=Ffd566eXRWA)


참고한 자료

김학주.(2011)<중국문학사>.신아사,서울 김우석.<원 잡극의 허구적 외적 담화에 대하여>. 경산대학교 대학원, 경상북도


각주 링크

  1. 김학주.(2011)<중국문학사>제4편 근세문학,제1장 원대문학.
  2. 김우석. <원 잡극의 허구적 외적 담화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