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음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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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주음부호는 1918년 국민당 정부 시절에 공포된 중국어 표음부호이다. 한대(漢代)부터 약2천년 동안 중국은 반절법(反切法)을 이용하여 한자에 대한 표음 도구로 사용하였다. 반절에 비해 주음부호의 표음 방법은 훨씬 발달된 것이다. 중국 대륙은 1949년 10월 1일 모택동이 정권을 잡은 이후 한어병음방안이 공포되기 전인 1950년대까지 주음부호를 사용하였다. 대만은 지금도 주음부호를 정식적인 중국어 표음부호로 사용하고 있다. 대만의 표준 중국어를 ‘국어(國語)’라고 칭하며, 중국과 다르게 간체자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배경
한자는 표음문자가 아니기 때문에 한자의 발음을 표시하기 위해 별도의 방법을 고안해야 했다. 전에 중국 사람은 주로 반절법(反切法)이라는 방법으로 한자의 발음을 표시했다. 하지만 이런 반절법으로 발음을 표시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반절에 사용되는 한자를 알아야 하고, 음을 연결할 때 자음 가운데의 불필요한 부분을 제거할 줄 알아야 한다는 불편함이 있다. 중국의 주변 국가에서도 한자의 발음을 표시할 수 있는 표음문자가 개발되었지만, 중국에는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또 중세부터 서양의 선교사들이 선교의 필요에 따라 최초로 중국어를 로마자로 표시하는 시도를 하였다. 하지만 이렇게 라틴문자로 발음표시 된 책은 일부 신도들 사이에서만 유통되고 일반 중국인들은 몇몇 음운학자 외에는 관심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
청나라 말엽, 중국이 서양 열강에 계속 패배를 당하자 중국인들은 그 원인을 찾아내려고 고심했다. 그들이 얻은 결론 중의 하나가 중국의 한자가 배우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이 문화적으로 낙후되고 경제적으로 빈곤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식인들 사이에서 표음문자인 “절음문자”를 만드는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이러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경비로 책을 출판하고 학당을 세워 자신이 개발한 표음문자를 보급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이러한 민간 차원의 표음문자 운동은 개인의 능력한계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청나라가 멸망하고 중화민국이 수립된 후에야 정부차원에서 표음문자를 보급하기 시작하였다.
중화민국 정부는 1913년 표준어를 제정하기 위해 독음통일회를 소집하였다. 회의에서 표준어를 제정하는 것과 동시에 그 표준어를 표시할 수 있는 발음기호도 함께 정해야 했다. 당시 어떤 발음기호를 채택하는가에 대해서도 격론이 있었는데, 주로 한자의 편방(偏旁)을 따서 쓰자는 편방파, 새로 발음기호를 만들자는 부호파(符號派), 그리고 라틴문자를 차용하자는 로마자파(羅馬字母派) 등 3가지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이때 청말 절음문자 운동을 주장하는 사람이 독음통일회의 주류여서 그들이 한자의 필획을 참고하여 만든 절음문자가 우세였고, 결국 대회는 표준어 자음 심사할 때 사용한 기음자모(記音字母)를 표준발음기호로 통과시켰고 그 명칭을 주음자모(注音字母)라고 하였다.
음성체계
성모(聲母)
성모는 아래와 같이 21개 자모(子母, 음성부호라는 뜻)가 사용되고 있다.
성모 가운데 한어병음의 설치음 zi, ci, si와 권설음 zhi, chi, shi, ri는 모음 부분이 표기되어 있지만 주음부호에서는 모음의 부분이 달리 명기가 되지 않은 ㄗ, ㄘ, ㄙ와 ㄓ, ㄔ, ㄕ, ㄖ로 표기하고 있다. 다른 모음과 결합될 경우에는 성모 뒤에서 모음의 음가가 표기된다. 이러한 전통적인 주음부호 표기 방법에 익숙해진 대만인들은 대만국어(臺灣國語)를 배울 때 단독으로 표기되는 ㄗ, ㄘ, ㄙ와 ㄓ, ㄔ, ㄕ, ㄖ는 모음이 아예 없는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중국어는 하나의 한자는 하나의 음절로 이루어졌다.’라는 사실은 불변의 원칙으로 하나의 음절을 이루려면 자음만으로는 불가능하고 모음이 동반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1]
운모(韻母)
운모의 성격에 따라 주음부호()와 한어병음()의 표기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위에서 보듯이 주음부호는 운모 표기에 있어서 ㄞ(ai) ㄠ(ao) ㄤ(ang) ㄟ(ei) ㄡ(ou) ㄢ(an) ㄣ(en) ㄥ(eng) 등과 같이 두 개의 분절음을 단 하나의 자모로 나타내고 있어 한 음절을 표기하는데 한어병음보다 훨씬 자모의 수가 줄어든다. 그러므로 ‘ㄤ(ang)’과 ‘ㄥ(eng)’같은 운모는 단 한 개의 자모로 나타내고 한어병음은 세 개의 자모로 나타내고 있으며 실제 음가, 즉 음성적 표기는 두 개의 자모를 사용 각각 [ɑŋ] [əŋ]으로 나타낸다. 운모를 나타내는 자모의 수는 한어병음의 경우 ‘ㄧㄤiang’ ‘ㄨㄤuang’과 같이 4개까지 존재하지만 주음부호는 많아야 두 개를 넘지 않는다. 각각의 주음부호가 지닌 고유의 음가는 다른 음가와 결합할 경우 한어병음에서는 달리 표기된다.
성조 표기
주음부호의 성조 표기는 한어병음과 약간 다르다. 먼저 표기 위치는 한어병음은 주요모음 위에다 표시하지만, 주음부호는 음절 바로 뒤에다 표시한다.
성조 | 例子 | 주음부호 | 한어병음 |
---|---|---|---|
1성 | 忽 | ㄏㄨ | hū |
2성 | 湖 | ㄏㄨˊ | hú |
3성 | 虎 | ㄏㄨˇ | hǔ |
4성 | 護 | ㄏㄨˋ | hù |
경성 | 窗户 | ㄨㄏº | hu |
('窗户chuānghu 창문'의 두 번째 음절 '户'가 경성에 해당된다)
위에서 보듯이 주음부호 표기에서 1성은 아무런 표시를 하지 않으면 2성은 [ˊ], 3성은 [ˇ], 4성은 [ˋ], 경성은 동그란 점[º]으로 나타낸다. 한어병음에서는 성조는 반드시 주요모음 뒤에다 표시한다.
표기방법에서 한어병음과의 비교
한어병음의 ‘e’자모는 주음부호에 ㄜ(e), ㄧㄝ(ie), ㄟ(ei)에서 보듯이 세 개의 자모로 나타내고, 한어병음 ‘o’의 경우는 ㄛ(o), ㄠ(ao), ㄡ(ou), ㄨㄥ(ong)에서 보듯이 무려 네 개나 사용되는 번잡성을 띠고 있다.
주음부호는 음절문자이다. 즉 ㄞ(ai), ㄠ(ao), ㄤ(ang), ㄟ(ei), ㄡ(ou), ㄢ(an), ㄣ(en), ㄥ(eng)와 같이 하나의 문자가 하나의 음절단위를 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음소문자인 한어병음보다 덜 발달된 것으로 봐야 한다. 더구나 주음부호는 외국인은 물론 자국인에게도 낯선 문자로 따로 배워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한 음절을 나타내는 자모의 수를 살펴보면 주음부호의 자모는 가장 적게는 하나의 자모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고, 길어야 세 개로 구성된다. 반면 한어병음의 자모는 가장 적게는 한 개로 하나의 모음이 주요모음으로 구성된 단모음인 饿è와 같은 경우이며, 가장 많은 자모의 수는 6개를 사용하는데, 예를 들어 荘zhuāng 窓chuāng 双shuāng 등을 들 수 있다. 성모를 나타내는 경우 주음부호에서는 21개 어느 성모이든 하나의 부호로 나타내고 있으며, 한어병음에서도 대부분 하나의 자모가 하나의 자음을 나타내지만 권설음은 예외로 ‘r’ 이외에는 ‘zh, ch, sh’에서처럼 ‘h’가 덧붙여져 성모 표기에 대해 두 개의 자모를 사용하고 있다.
중국어 주음부호와 한글대조표
참고 문헌
단행본
- 이해우,『현대중국어 음운론』, 신아사, 2013
- 정 진취앤,『현대중국어 생성음운론』, 학고방, 2002
- 陈啊宝,吴中伟,『현대중국어개론 现代汉语概论』,김난미.김정은, 다락원, 2005
학술논문
- 김중섭. (2001). 「현대중국어의 형성과 발전」. 언어학연구, 6, 117-129
- 김영만. (1999). 「중국어 발음 교육에서 본 주음부호의 음운학적 특성과 활용」. 중국어문논총, 16(0), 51-72
각주
- ↑ 음성학적으로 자음이 하나의 음절을 이룰 수 있는 것으로는 'l,m,n,ŋ'등 네 가지 자음이 있는데, 이들은 다른 자음에 비해 共鳴度가 높아 共鳴音으로 불리며 홀로 음절 구성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