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신은 이미 군명을 받은 장군입니다. 장군이 진중에 있을 때는 군주의 명이라 할지라도 어떤 것은 듣지 않을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손자병법’으로 잘 알려진 손자가 오나라의 왕 합려의 궁녀를 참하기 전 그것을 말리는 합려에게 한 말이다.
손자는 제나라 사람으로서 뛰어난 병법 실력을 통해 오나라의 왕 합려를 만나게 되었다. 합려의 제안으로 궁녀 180명을 두 편으로 나누어 군사를 조련하는 법을 보여주고, 이에 궁녀들이 잘 따르지 않자 각 편의 대장으로 삼은, 합려가 가장 총애하는 궁녀 2명을 참하였고 이에 다른 궁녀들은 하나 같이 손자의 명령에 잘 따르기 시작했다. 이 고사와 관련 하여 한 사람을 벌줌으로써, 만인에게 경계가 되도록 한다는 뜻인 일벌백계(一罰百戒)라는 성어가 탄생했다. 이에 합려는 마음이 상하였지만 손자의 뛰어난 용병술에 결국 그를 장군으로 임명하였다. 오나라의 장군이 된 손자는 강국 초나라의 도읍을 차지하고 북으로는 제, 진 나라를 위협하는 등 큰 명성을 떨쳤다.
손자의 후손인 손빈 역시 병법에 능했다. 그는 일찍이 방연이라는 자와 함께 병법을 익혔는데 훗날 방연은 위나라 장수가 되었다. 손빈의 재능을 질투한 방연은 은밀히 사자를 보내 손빈을 데려오고 그에게 누명을 씌워 그의 두 발을 자르고 얼굴에 죄명을 새겼다. 그러나 제나라 사신에 의해 제나라에 돌아가게 된 손빈은 전기라는 장군에 의해 제나라 위왕에게 추천되고 그와 병법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마침내 손빈은 제나라의 군사로 삼아진다. 그 후 초나라의 요청으로 위나라와의 전투에서 뛰어난 병법 능력을 보인 손빈은 13년 후 위, 조나라와의 전투에서 아궁이의 수를 줄이는 병법으로 방연이 이끄는 위나라 군사를 전멸시키고, 이 과정에서 위나라 장수인 방연은 자결한다. 이 전투로 인해 손빈의 이름은 천하에 알려지게 된다.
사마천은 손자(빈)에 관해 “실천을 잘하는 자가 반드시 말을 잘하는 것은 아니며, 말을 잘하는 자가 반드시 실천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손빈은 비록 뛰어난 방법으로 위나라를 패배시키고 그가 방연을 자결에 이르게 한 것은 참으로 현명하였으나, 일찍이 자신의 두 다리가 잘리고 이마에 낙인이 찍히는 것을 막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