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문화
상고시대 사관의 천인문화 전통과 공자의 <<춘추>>가 널리 선양했던 왕도문화 전통, 그리고 전국시대의 독특한 사관문화 전통은 <<사기>>에 이르러 전면적인 총결산이 이루어졌다. <<사기>>는 천도관, 왕도관, 사도관이 하나로 통일된 거대한 사상체계를 확립함으로써 수천 년 중국의 사관문화 전통을 종합하였다.
사관문화 자체는 시대의 흐름에 적응하며 끊임없이 풍부해지고 발전하는 하나의 과정에 있다. 고대로부터 중국의 사관에게 통재지학의 전통이 있었기 때문에 선진,양한 시대의 사관문화는 현대적 의미와 역사학과 달리 당대의 모든 문화학술 내용을 포괄하고자 하였다. 예컨대, 후대에 경經, 사史, 자子, 집集 등 네 가지로 분류된 내용들이 <<사기>>에서는 하나의 총체로 나타나 있다. 이런 의미에서 기존의 사관문화 전통에 대한 <<사기>>의 총결은 기존 문화학술에 대한 체계적이고 대대적인 정합이었으며, <<사기>>가 역사 거작인 동시에 중화 민족문화의 백과전서가 된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선진, 양한 시기 사관의 학문이 통재의 학문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듯 기존의 사관문화 전통을 결산하면서 단순한 중복이나 모방, 답습이 아닌 당대의 현실적, 전치적 요구에 근거해서 이 전통을 취사선택한 <<사기>>의 사관문화 전통은 시대에 걸맞지 않는 진부하고 생명력이 결여된 골동품이 아니라 사마천이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무기이자 근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