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왕조
- 카를 비트포겔
미국의 사회경제사학자 비트포겔이 붙인 중국의 이민족 왕조를 일컫는 역사적명칭이다(1949년). 중국 대륙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정복한 요(遼)·금(金)·원(元)·청(淸) 등의 왕조를 가리키며 이들은 중국 사회에 동화·흡수된 전대의 침투왕조와는 달리, 치열한 민족의식을 보였으며 수·당 이후에 나타났다. 유목민 국가와 중국과의 관계를 비트포겔은 전자가 고도의 정치문화를 지닌 후자의 사회에 침투하며 흡수되어간 것으로 간주하여 수·당 이전의 유목정권을 '침투왕조'라고 불렀다. 그런데 당이 멸망한 뒤 북방을 장악한 거란족[遼]은 연운(燕雲) 16주라는 중국 영토의 일부를 탈취하고 새로등장한 송(宋)나라를 압박하였다. 거란족과 교체하여 등장한 여진족(女眞族) 국가인 금(金)나라는 더욱 깊숙이 중국 땅으로 들어가서 황하(黃河) 이남까지 빼앗고 강남으로 피해간 남송정권과 대립·항쟁하였다. 이어 나타난 몽골족은 금과 남송을 병탄하여 중국 전토를 지배하였으며 유라시아에 원(元)과 4한국(汗國)을 포함한 유목민 대제국을 수립하였다. 원나라가 멸망한 뒤에는 명(明)나라가 일어나서 북방으로 쫓겨간 유목정권을 억압하였으나, 16세기 중엽 금의 후신인 만주족의 후금(後金)이 일어나서 중국 전토를 정복하고 청(淸)나라 정권을 이룩하였다. 이들북방의 여러 왕조는 수·당 이전의 나라들과는 확실히 달라서 중국 사회가 지닌 정치력이나 문화의 매력에 압도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정복·지배하였으므로 비트포겔은 이들을 '정복왕조'라고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