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평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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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요

화평굴기는 '평화적으로 굴기하겠다'라는 의미로, 후진타오가 주축이 된 중국의 제 4세대 지도부가 등장하면서 기존의 도광양회를 대체하여 내세우게 된 중국의 정책적·외교적 노선이다. 이는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급격한 성장이 세계 질서에 급격한 지각 변동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미국이 제시한 '중국위협론'에 대한 대응이며, 동시에 중국이 추구할 미래의 발전 방향이다. 실제로 이 개념이 언급된 것은 2003년 11월 3일, 정비졘이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아시아포럼에서 「중국화평굴기의 새로운 길과 아시아의 미래」 (中國和平崛起 新道路和亞洲的未來)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서였다. 화평굴기의 구체적 내용은 개혁개방을 통해 국력을 신장시키고 고도성장으로 인한 위험을 방지하며, 대외적으로는 우호와 상호간의 호혜적인 번영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다. 한편, 화평굴기의 이면에는 중국의 국제사회에서의 책임과 그 영향력을 자주적으로 증대시키겠다는 포부도 담겨있다.

화평굴기는 2004년 이후 여러 문제점들과 개념이 가진 한계로 인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자취를 감추고 나중에 '화평발전'의 개념으로 대체된다. 하지만 화평굴기에 대한 담론이 더 이상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의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화평굴기론은 미국 중심으로 편성되어 있는 현재의 국제 사회에서 중국이 그 자신의 성장과 함께 처음으로 세계에 내놓은 적극적인 대안이며 요즘 국제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베이징 컨센서스와도 상당한 관련이 있다. 화평굴기론을 이해하는 것은 현재 중국이 주창하고 있는 화평발전과 중국의 앞으로의 행보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화평굴기론의 배경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엄청난 경제적인 발전을 계속해서 이룩해왔다. 일시적인 급성장이 아닌 연평균 9.4%의 GDP성장을 지속적으로 이루어낸 중국의 성장은 세계적 기준으로도 괄목할만한 성장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제적 성장은 중국의 군사력 증대를 가져왔다. 하지만 이러한 중국의 군사력의 증강은 ‘스스로도 방어를 위한 안보강화가 목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의 군사비 지출은 매년 10%를 훨씬 상회하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주변국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1] 그러나 동시에 중국의 경제력과 무력에 걸친 성장은 중국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했고 세계 정세 속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결과를 자아냈다.

이러한 중국의 부상은 기존의 세계 질서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 수밖에 없었다. 특히 유일한 강대국으로서 세계 질서의 주도권을 쥐고 있던 미국에게 중국의 성장과 군사력 증대는 거대한 위협으로 다가왔다. 따라서, 미국은 ‘체계적 차원에서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것을 우려’[2]하면서 ‘중국위협론’을 제기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으로서는 이러한 ‘중국위협론’이 억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했다 하지만 여전히 1인당 GDP로 계산하면 개발도상국의 위치에 서있는 나라이다. 눈부신 경제적 성장을 이루었지만 중국 내부에는 그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와 아직까지도 완전히 뿌리뽑지 못한 절대적 빈곤의 문제가 산적해있다. 이런 와중에 미국의 ‘중국위협론’은 중국의 입장에서 중국이 성장하는 것에 대한 대외적인 압박이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달갑지 않은 이야기이다. 성장을 통해 중국이 세계 질서 속에 거대한 축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더 이상 ‘유소작위’, ‘도광양회’처럼 조용히 힘을 기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주변으로부터의 압박에 대한 반응을 해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화평굴기론’을 통해 주변국, 특히 미국의 견제를 무마시킴과 동시에 성장을 도모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었다.

화평굴기론의 내용

화평굴기론이라는 개념은 2003년 11월 3일 정비졘이 하이난성에서 열린 보아오아시아포럼에서 「중국화평굴기의 새로운 길과 아시아의 미래」 (中國和平崛起 新道路和亞洲的未來)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처음으로 공개했다. 아울러 정비졘은 이러한 화평굴기의 특징으로 세계와의 연계를 통한 경제발전, 독립자주의 길을 지키며 발전, 화평을 견지하고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을 꼽았다. 즉, 화평굴기라는 개념은 세계의 패권을 잡기 위해 위협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고 평화를 추구하면서 세계에서 동떨어진 것이 아닌 세계와 함께 발전하는 동시에 중국만의 방식을 통한 발전을 이룩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화평굴기에 대한 특징에 대해 원쟈바오 총리는 ‘화평굴기’하기 위한 5대 핵심으로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첫째, 중국의 굴기는 세계 화평의 시기를 충분히 이용하여 자신을 발전시키고 키우도록(壯大) 노력하고자 한다. 동시에 자신의 발전을 이용하여 세계 화평을 지키고자(維護) 한다. 둘째, 중국굴기의 기점(基點)을 주로 자신의 역량에 두어 독립자주여야 한다. 셋째, 중국의 굴기는 세계와 떨어질 수 없다. 중국은 대외개방정책을 견지하고 평등호리(平等互利)에 기초하여 세계의 모든 우호국가와 경제무역거래를 발전시켜야 한다. 넷째, 중국의 굴기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하므로 아무래도 몇 세대가 노력하고 분투해야 한다. 다섯째, 중국의 굴기는 어느 누구를 방해하지 않으며, 어느 누구도 위협하지도 않으며, 어느 누구를 희생시키지 않는다. 중국은 현재 패권을 부르짖지(稱覇) 않으며 앞으로 강해져도 영원히 패권을 부르짖지 않을 것이다.[3]

화평굴기론의 쇠퇴

2003년 말에 등장하여 2004년 초까지 ‘화평굴기’의 입장을 고수하던 중국 지도부는 2004년 10기 전인대[4] 2차회의 이후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를 다시 언급하는 일이 없어졌다. 오히려 중국 정부는 ‘화평굴기’가 아니라 ‘화평발전’의 길을 견지한다고 말하며 원래의 기조에서 변화된 방향을 보였다. 화평굴기에서 화평발전으로 논조를 바꾼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2004년 후반부터 중국 학계에서 이루어진 논의들이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화평굴기론을 유보하자는 학자들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중국이 공식적으로 부상을 언급하기 시작하면 미국은 ‘중국위협론’을 더욱 확산시킬 것이며, 이는 정책으로 반영되어 대중억제정책의 확대가능성이 있다. 둘째, 중국이 과도하게 평화를 강조하다 보면 향후 대만문제 해결에 있어 무력개입의 여지를 축소시킬 수 있다. 셋째, 국내에 산재되어 있는 문제들, 예를 들면 국유기업의 개혁, 지역발전의 불균형, 정치제제 개혁 등은 중국의 부상을 저해할 수 있다. 넷째, 주변 환경의 불안정과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 또한 중국이 부상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5]

이러한 화평굴기론에 대한 논쟁에 대한 주요 쟁점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굴기’에 대한 이해이다. 학계의 일각에서는 ‘굴기’가 중립적인 표현이 아니기 때문에 외부의 중국에 대한 위협을 불식시키기 보다 오히려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하나는 ‘화평’에 대해 중국이 완전히 무력 사용을 포기를 선언하는 것이냐에 대한 논의이다. 너무 화평을 중시하게 되면 대만 문제, 티베트 문제 등 산적한 외부의 갈등에 대해 무력을 사용하는 데 있어서 상당한 제약이 있게 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참고자료

김애경 (2005). 중국의 ‘화평굴기’론 연구. 국제정치논총, 45(4), 215-234.

박병석 (2009). 중국화평굴기론의 이론적 한계와 문제점. 정치사상연구, 15(2), 7-39.

박기철 (2007). 세계화 시기 중국의 화평굴기(Peaceful Rising)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연구. 중 국학연구회 학술발표회, 109-118.

  1. 김애경, 「중국의 ‘화평굴기’론 연구 - 논쟁과 함의를 중심으로」, 한국국제정치학회, 국제정치논총 45(4), 2005.12, 215-234 (20 pages)
  2. Op.cit., 김애경, p.216
  3. 「溫家寶闡述中國和平崛起五要意, 重申中國永遠不稱覇」
  4. 전국인민대표대회
  5. Op.cit., 김애경, p.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