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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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제후국이 서로 경합을 벌인 춘추시대, 그 중에서도 5대 강대국에 속했던 오()나라와 월()나라는 철천지원수 사이였다. 오나라의 합려(闔閭)와 월나라의 윤상(允常)은 서로 원한이 있는 사이였는데 윤상 사후에 그의 아들 구천(句踐)이 오나라를 침략, 합려를 죽이게 된다. 후에 합려의 뒤를 이은 부차(夫差)에게 다시 크게 패한 구천은 그 후로 오랫동안 복수를 위해 이를 갈았고 결국 오나라를 멸망시킨다. ‘와신상담’이라는 유명한 고사성어 역시 이러한 역사에서 나온 것이다.

“무릇 오나라 사람과 월나라 사람은 서로 미워하나, 그들이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 상황에서 풍랑을 만난다면 서로 구제함이 오른손 왼손의 관계와 같을 것이다.(夫吳人與越人 相惡也 當其同舟而濟 遇風 其相救也 如左右手)”

손무가 저술한 손자병법의 이 구절이 지금까지 널리 쓰이는 사자성어 ‘오월동주’의 유래이다. 여기서 손무가 오와 월의 관계를 인용한 것은 그만큼 춘추시대 당시 오나라와 월나라의 관계가 좋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오월동주는 우리말의 속담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와 일맥상통한다. 둘 다 불구대천의 원수를 기묘하고도 운명적인 상황에서 만나게 되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말 속담은 원수와의 만남, 그 운명적 상황의 묘사에 그치지만 오월동주에서는 더 나아가 그 원수들이 공통의 목표, 즉 생존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하는 아이러니에 까지 이른다.

손무는 병법가로서 협력과 그를 통한 힘 증강을 위해 오월동주를 말하였으나 그러한 측면 말고도 오월동주가 시사하는 바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간이란 결국 환경의 산물이다. 오나라가 월나라가 생겨날 때부터 원수지간은 아니었지만 둘 다 세력을 늘리는 강대국이라는 공통점에서 오히려 서로 반목하게 되었고 원수가 되었다. 그리고 오나라인과 월나라인이 같은 배에서 풍랑을 만나게 될 때, 그 상황은 그들은 좌우 손의 관계로 만든다. 같은 상황하에서 그 상황 때문에 서로 원수가 되기도 하고, 동료가 되기도 한다. 영원한 적은 없다. 비슷한 환경을 가진 인간인 만큼 언젠가 같은 처지에 놓일 때가 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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