魯迅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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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의 저서. 루쉰에 대한 평가와 루쉰이 자신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서술했다.

아래 글은 해당 저서를 발췌한 내용이다.

"...나에게는 분명히 중요한 흔적을 남긴 분이 있다. 그것은 현대 중국작가이자 사상가인 노신(1881~1936)이다."

"노신은 사상을 문학의 형태로 실천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실천으로 행동화한, 흔치 않은 지식인 중의 한 분이다."

"젊은 시절의 누구나가 그렇듯이 정신적‧사상적 모색으로 고민하던 나는, 노신의 많은 저서를 읽으면서 '실천하는 지식인'의 삶에 감동했다. 단순히 지식을 '상품'으로 파는 것에 안주하는 교수나 기술자나 문예인이 아니라, 부정한 인위적‧사회적 조건으로 말미암아서 고난받는 이웃과 고난을 바꾸어 보려는 '지식인의 사회적 의무'에 눈을 뜬 것이다. 그 의무감은 '인간에 대한 사랑'에서 싹튼 것임은 물론이다."

"...무신론자인 나는 그의 철학과 사상과 방법론에 공감하였다. 중국어의 저서를 사전을 찾아가며 힘겹게 읽어가던 어느날 가슴에 와 닿는 한 구절에 마주쳤다..."

"...모든 면에서 장개석 치하 중국을 방불케 했던 박정희 대통령 치하에서 고민하던 나는 이 구절을 읽는 순간 그 구절은 무덤에서 노신이 나에게 타이르는 소리같이 들렸다. 나는 눈을 뜨고 정신을 번쩍 차렸다. 나는 내가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그리고 결심하였다. 그 순간, 나의 삶의 내용과 방향과 목적은 결정되었다. 맹목적이고 광신적이며 비이성적인 반공주의에 마취되어 있는 사람들을 잠에서 깨어나게 하여 의식을 바로잡아주는 일이 나의 삶의 전부가 되었다."

"... 그 뒤 노신은 무덤 속에서 끊임없이 나를 격려하고 또 용기를 북돋워주었다.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 있는 사람들을 흔들어보고, 소리를 지르고, 철로 된 방의 벽을 두들기다 주먹에서 피가 흐르면 온몸으로 부딪쳤다..."

"...노신처럼 '역사'를 밀고 갈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서는 한 '시대'와 함께 살아왔다는 것으로 만족한다. 30년 전 나의 의식의 눈을 뜨게 해준 노신에 대한 조그마한 답례를 한 셈이다."

"노신은 무신론자인 까닭에 인간고를 역사적·사회적 조건으로 보고 사회적 개혁을 통한 인간애의 보편적 실현에 그의 지식을 쏟았다. 그 목적을 달성하는 방법으로 문학 형식을 택하고, 작품을 통해 중국 사회의 착취·억압·위선·타락·몽매······를 고발했다."

"그런 임무는 30대 초반의 한 젊은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런 생각은 세상을 모르는 철부지의 교만이거나, 이른바 소아병적 영웅주의였는지도 모른다."

"철로 된 방에는 구멍이 뚫렸다. 그 구멍은 아직 사람이 빠져나갈 만한 크기는 아니지만 적어도 숨을 쉬고, 빛을 보고, 주먹이 나갈 만한 크기는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