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삼굴
교토삼굴(狡兎三窟)은 꾀 많은 토끼는 세 개의 굴을 준비한다는 의미이다. 사기 맹상군열전(孟嘗君列傳)과 전국책(戰國策) 齊策에 배경이 되는 고사가 실려 있다.
제나라의 재상이었던 맹상군은 3천여명에 달하는 많은 식객을 거느리고 있었는데, 그 중에 괴짜처럼 보이는 풍환이라는 인물이 있었다. 당시 맹상군은 많은 식객을 부양하기 위한 돈을 벌기 위해 옆 마을의 주민 1만 가구를 대상으로 돈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이들이 돈을 제때 갚지 않아 근심에 빠져 있었다. 이에 풍환이 나서며 그 문제는 자신이 해결할 것이니, 받은 돈으로 무엇을 할까 물었다. 맹상군은 풍환에게 "집에 없는 것을 사 오라"며 풍환을 떠나보낸다.
그런데 옆 마을에서 돌아온 풍환을 보니 이자만 받고 원금은 없었다. 맹상군이 어찌된 일이냐고 묻자 풍환은 '차용증을 불태우고 집에 없는 의리와 인정을 사 왔다'고 답한다. 맹상군은 풍환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를 대단히 마뜩잖게 여긴다.
그 일이 있은 지 1년 뒤 맹상군이 제나라 민왕에게 미움을 사 재상 자리에서 물러나고 식객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어 풍환만이 곁에 남는다.
그러자 풍환은 일전에 돈을 빌려주었던 옆 마을에서 살 것을 권유한다. 실의에 빠진 맹상군이 옆 마을에 당도하자 주민들이 그를 열렬히 환영했다. 그제서야 풍환의 뜻을 깨달은 맹상군에게 풍환은 '꾀 많은 토끼는 세 개의 굴을 뚫는다'며 이제 겨우 한 개의 굴을 뚫었을 뿐이라고 답한다.
이후 풍환은 위(魏)의 혜왕에게 맹상군을 등용하면 제나라를 견제할 수 있다고 꼬드겨 혜왕으로 하여금 세 차례나 맹상군을 찾아와 중용을 권유하게 한다. 그러나 풍환은 자신이 혜왕을 꼬드겼음에도 맹상군에게 혜왕의 제안에 응하지 말라고 한다. 이후 혜왕이 몇 차례나 맹상군을 찾아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민왕이 맹상군의 가치를 다시 깨닫고 맹상군을 다시 중용하게 된다. 이것이 두 번째의 굴이다.
풍환은 종묘가 맹상군의 영지에 있다면 민왕이 다시 변심한다 하더라도 맹상군을 어찌하지 못할 것이라는 치밀한 계산 하에, 민왕을 설득하여 맹상군이 살고 있는 옆 마을에 제나라의 종묘를 만들게 한다.
세 개의 굴을 완성한 풍환은 '이제 세 개의 굴이 모두 완성되었으니 이제부터 주인께서는 베개를 높이 하고 편안히 주무셔도(高枕安眠) 될 것'이라 말한다.
이 고사의 의미는 미래에 대비하여 준비를 철저히 해 두면 화가 없다는 뜻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과도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