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 특별취재를 제의
국군 파병으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여론이 악화되고, 베트남에서 한국군의 행위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일고 있었다. 중앙정보부의 제안을 듣고 온 사람은 리영희에게, "한국군이 베트남인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는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전하는 제의의 내용은 금전적으로 일반 특파원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풍족한 특별대우에다 짧은 두 달 기한부이기도 했다. 그리고 1심에서 선고유예로 계류 중인 사건도 베트남행을 수락하면 취하하겠다고 했다. 이 제의는 월급의 몇 배에 해당하는 돈과 막강한 정권과의 화해와 포옹, 반공법 기소 취하가 덩굴째로 굴러들어오는 특전이었다. 게다가, 서울의 모든 신문‧통신 외신부장들과 함께 베트남으로 위로출장을 가라고 제안했다.
리영희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저널리스트로서, 직업적 양심과 훈련된 격식에 따라, 본 대로 있는 대로 쓸 수밖에 없습니다. 거짓은 못 쓴다는 말입니다."
결국 이러한 불의한 타협에 거부함으로써, 리영희는 반강제적으로 <조선일보>를 퇴직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