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 최인모 사건
수전노 외할아버지의 외동아들인 최인모는 그 지역에서는 아주 드물게 1920년대 초에 일본 아이치현에 있는 안성농업학교로 유학을 갔다. 당시 일본은 다이쇼 데모크라시 때여서 서양의 각종 이데올로기가 도입되어 활개치고 있었다. 안성농업학교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자유주의‧민권사상‧민주주의‧사회주의‧아나키즘‧공산주의 등 온갖 이념이 들어오고 학생들도 이런 분위기에 한껏 휩쓸렸다. 최인모는 정치‧사상적 변혁의 세례를 받고 귀국하여 자기 아버지가 먹지 않고 쓰지 않고 수전노처럼 모은 농토의 상당 부분을 소작인들에게 토지문서와 함께 나눠줘버렸다. 식민지 조선의 상황에서 수십 년 앞선 사상을 실천적으로 행동해버린 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