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신
원나라 시대에 악극의 대가 관한경은 <<배월정>>이라는 작품을 내 놓았는데, 극 속에서는 상서의 딸 왕서란(악극의 여주인공)과 서생 장세륭이 병란 중에 해후하게 된다. 그들 사이에는 환란 속에서 애정이 싹트고, 부부로 맺어진다. 뒤에 왕서란과 장세륭 두 사람은 왕상서의 강박으로 서로 헤어진다. 밤중에 서란은 정원에서 달을 보고 절하며 월신에게 자신을 보우하여 남편 장세륭과 다시 결합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원한다. 결국 두 사람은 다시 결합하게 된다. <<서상기>> 속의 최조조는 경건하고 성실하게 달을 향해 의중에 있는 사람의 속마음을 알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한다.
달은 인류의 생산활동과 문화생활에 많은 편리함을 부여하였다. 그러니 그것에 대한 즐거움과 사랑, 그리고 숭배가 뒤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중국의 달에 대한 신화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상아가 달 위를 달린다."는 이야기이다. 상아는 또한 상희, 상의, 상아 같은 것으로도 불린다. 전설에 의하면 그녀는 예의 부인이다. <<회남자>>의 기록에 의하면 예는 본래 천신 중의 하나였다. 요임금 시절에 하늘에 열 개의 태양이 떠올라 초목을 말리고, 농장을 태우고 백성들을 시름시름 죽어가게 하였다. 요는 예를 인간세상으로 내려 보내 백성들을 구하게 하였다. 예는 화살을 날려 한 대에 9개 태양을 맞추어 떨어뜨렸다. 그래서 백성들은 평안하게 살면서 즐겨 생업에 힘쓸 수 있게 되었다. 그가 미처 생각지 못하였던 것은 화살에 맞고 떨어진 9개 태양이 모두 천제의 아들이라는 점이었다. 천제는 한없이 분노하였고, 예와 그 부인 상아를 모두 인간으로 떨어뜨려서 하늘로 오를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그들은 하늘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버리지 않았다. 서왕모에게 불사약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예는 바로 서왕모를 찾았다. 사왕모는 예의 신세를 동정하여 약을 주면서 말하였다. "이 약을 너희 부부가 나누어 먹으면 죽지 않고 살 수 있지만 한 사람이 다 먹는다면 능히 승천하여 신이 될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고 상아는 사심이 생겼다. 혼자서 슬쩍 약을 털어 먹어 버리니 과연 몸이 가벼워지고 회오리바람처럼 날아서 하늘로 올라갔다. 그녀는 하늘에 오르자 모든 신선들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 두려워서 혼자서 달 표면을 달리는 일만을 즐겨 하였다. 이것이 널리 유포되어 있는 '상아는 달 표면을 달린다.'는 이야기의 내용이다. <<산해경>>, <<수신기>> 등 옛 책에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가 기록되어 있다. 상아는 달 표면을 달린 후 달의 주인, 즉 월신낭낭이 되었다.
민간전설 속에서 월신은 항상 달의 꽃으로 변하는데, 인간 세상에 내려왔을 때 만난 사람이 절을 하면서 복을 구한다면 소원을 이루어 준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행하여지는 습속은 월광보살을 향하여 아름다운 혼인의 인연을 만나게 해달라고 비는 것인데, 이것은 앞에서 이야기 하였다. 심지어 단지 혼자서만 연모하는 연인을 월신에게 보아달라고 청하기까지 한다.
남녀의 애정이 담긴 이야기는 종종 꽃밭이나 달빛 아래서 진행된다. 월광보살은 자비로운 마음이 가득한 여신이다. 정인들은 그 앞에 서면 자연히 맹세를 하게 되고, 그를 청하여 정인의 마음을 살펴보려는 마음을 갖게 마련이다. 달빛 아래엔 정취가 이렇게 그윽하므로 중국의 여러 소수민족들에게서는 달을 숭배하는 민속이 많이 행해진다. 그 중에는 연애와 관련된 민속도 적지 않다. 묘족의 '달넘기(跳月)'같은 것이 그것이다. 그들은 매년 중추절 밤, 달빛이 온 천하를 비춰 줄 때, 모든 촌민들이 다함게 산림 속 빈 터에 모여 춤추고 노래하면서 '도월' 풍속을 시행한다. 청년남녀는 이때 서로 마음속에 담아 두었던 상대를 찾으며, 애모의 마음을 표현하고 즐겁게 영원히 함께 할 약속을 한다.
'투월량채(偸月亮菜)' 풍속을 여전히 행하고 있는 지역도 있다. 충추절 밤, 처녀들이 마음속에 품어둔 사람의 밭에 들어가 오이 잎을 따고, 특별한 사람 집의 채소나 파를 훔쳐 장차 마음속의 낭군을 만나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암시를 보내는 것이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파를 훔치면 좋은 신랑을 만나고, 채소를 훔치면 좋은 사위를 만난다."는 민담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