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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학 시절 양우인 모씨 형제 중 한 명이 병이 났다는 소문을 듣고 가보니 그 아우가 병자였다. 아우(광인)는 이미 쾌차하여 모지방의 후보로 부임한 상태였다. 그 형은 ‘나’에게 아우가 병상에 있을 때 쓴 일기 두 권을 보여주는데, 열람해보니 증세가 피해망상증임을 알 수 있었다. 서명은 당자본인이 쾌차한 후 제한 것이므로 바꾸지 않았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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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black|1-3장 : 광인의 발광과 ‘식인’의 발견|배경=SpringGreen}}<br> | ||
+ | 30년 동안 완전히 암흑 속에서 지내온 광인은 달빛을 바라보고 그 동안 자신이 혼미한 생활을 해왔음을 깨닫는다. 혼미 밖으로 빠져 나온 광인은 혼미 속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길거리에서 만난 마을사람들의 ‘눈빛’이 광인을 두렵게 한다. 광인은 광기 때문에 집으로 끌려와 감금당하고, 거리에서 만난 마을사람들의 흉악한 얼굴과 눈빛, 그리고 늑대촌에서 식인한 이야기, 큰형이 글쓰기를 가르쳐주던 일들을 떠올리며 세상에 ‘식인’이 남아있음을 알게 된다. 나아가 광인은 역사책을 조사하며, 그 속에 ‘인의도덕’이라는 글자 사이로 ‘식인’이라는 글자가 빼곡함을 발견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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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금된 방에서 기억과 연구를 통해 식인의 역사를 확신한 광인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먹으려고 한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 ‘식인사냥’의 주동자가 자신의 큰형이라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는다. 광인은 사람들을 일깨워 악습을 없애고자 하고, 자신의 큰형을 우선적으로 일깨우려 한다. 광인은 식인에 대해 부끄러운 생각을 지니면 구원이 가능하다며 ‘양심’에 호소 하지만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당하고 다시 감금당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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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감금된 광인은 다섯 살 된 누이동생이 죽었을 때를 기억한다. 누이 동생이 죽은 원인에 큰형이 있다는 것과 식인을 부정하지 않고 눈물만 흘리시던 어머니를 기억한 광인은 자신도 ‘식인’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깨닫는다. 광인은 그 사실에 절망하고 최후로 아직 식인을 하지 않은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말을 남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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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서술구조<br> | ||
+ | 광인일기는 서문과 본물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액자형 구조를 지니고 있다. 본문은 광인이 출현하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백화로 쓴 것이며, 서문은 병이 낳은 광인이 관리후보로 떠나버린 후 광인일기를 세상에 알리게 된 경위를 문언으로 쓴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만으로 볼 경우 광인일기는 광인-백화-진보의 세계가 관리-문언-전통의 세계에 패배하는 이야기로 읽혀질 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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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특징<br> | ||
+ | 본문과 서문 사이에는 서술 시점의 차이만큼이나 일정한 시간의 간격이 놓여 있는데, 공교롭게도 서문을 쓴 시간인 7년 4월 2일은 <광인일기>를 발표한 시간과 일치한다. 이러한 시간설정으로 현재의 시점에서 광인이 이야기를 과거의 사건으로 대상화하고 의도적으로 본문의 이야기와 서사적 거리를 둠으로써 자신의 무관함을 부각시킨다. 이를 통해 화자는 냉정한 관찰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데 이것은 얽매임 없는 반성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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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더 생각해 보아야 할 점<br> | ||
+ | 서문에서 광인은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가 연실의 생존방식에 순응하여 살아간다.<br> | ||
+ | -이를 단순히 광인의 계몽 실패나 전통에 대한 패배로 보아야 하는가.<br> | ||
+ | -외적으로는 계몽에 실패하여 관리 후보로 떠난 광인을 통해 노신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br> | ||
+ | 에 대해서는 많은 해석들이 있다.<br> | ||
+ | 또한 소설 속의 광인과 노신을 같은 인물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석도 노신의 광인일기를 해석하는 데에 중요한 점일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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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이 역사책에는 연대도 없고, 페이지마다 인의니 도덕이니 하는 글자들이 비뚤비뚤 적혀 있었다. ∙∙∙∙∙∙<br>그러자 글자들 틈새로 웬 글자들이 드러났다. 책에 빼공히 적혀 있는 두 글자는 '식인'이 아닌가! | |
+ | 광인은 기억을 통해 두려움의 근원을 찾다가 역사책을 조사하면서 ‘인의예지’속의 ‘식인’을 발견한다. 유교의 ‘인의도덕’이 오랜 시간 변화 없이 누적되어 촘촘한 그물망과 같은 구조로 자리잡은 사회에서 그 구조가 만들어낸 해악을 발견한 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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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black|4-10장 : ‘식인의 자의식’에 의한 세상 읽기와 ‘계몽’|배경=SpringGreen}}<br> | ||
+ | *1. 밥상 위의 생선<br> | ||
+ | 미끄덩거리는 것이 생선인지 사람인지 영, 뱃속 것들을 토해 내고 말았다. | ||
+ | 식인의 역사를 발견한 광인은 밥상 위의 생선을 보면서 구역질을 한다. 이 ‘구역질’은 식인의 자의식에 이끌려 벌인 첫 행위로서 세상에 대한 역겨움의 표현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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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형과 늙은이의 눈빛<br> | ||
+ | 광인은 일시적으로 감금에서 풀려나 마당을 거닐다 형과 늙은이를 만나는데, 이들의 흉측한 눈빛을 보고 사람들이 서로 연락을 취해 그물을 쳐서 자신이 자살하도록 몰아넣고 있으며 자신의 큰형이 그 주동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것은 봉건 예교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효제(孝悌)를 근본으로 삼는 가족제도라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유교사회는 가족 구성원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고 지배와 피지배의 불평등한 권리를 정당화하고 공고화하는데, 광인일기는 이를 꼬집는것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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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참된 인간<br> | ||
+ | “너흰 고칠 수 있어. 진심으로 고쳐먹으라구! 앞으로 사람을 먹는 자는 용납치도 않을 뿐 아니라 세상에서 살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br> 당신들이 고치지 않는다면 당신들도 전부 먹히고 말 거야. 설사 애새끼를 줄줄이 낳는다 해도 참된 인간에게 멸절되고 말 거야. 샤냥꾼이 늑대씨를 말리듯이 말야! 벌레처럼 말이야!” | ||
+ | 광인이 말하는 참된 인간이란 식인을 하지 않은 인간이다. 광인의 기억 속에 등장하는 모든 군상들은 식인한 경험이 있거나 적어도 식인 사냥에 가담한 사람들이다. 광인에게는 오직 자신만이 참된 인간이며, 그렇기 때문에 광인은 소리 높여 군중들에게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광인은 계몽의지만 충만할 뿐 구체적 실천에 대해서는 무능하여 계몽대상과의 간극은 더욱 벌어지게 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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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색|black|11-13장 : 광인 자신의 식인에 대한 자각과 절망|배경=SpringGreen}}<br> | ||
+ | *1. 아이<br> | ||
+ | 사천 년간 사람을 먹은 이력을 가진 나, 처음엔 몰랐지만 이젠 알겠다. 제대로 된 인간을 만나기 어려움을! | ||
+ | 아이를 구해야 할 텐데∙∙∙∙∙∙. | ||
+ | 과거의 일을 회상하던 광인은 점점 어조에 확신이 없어지고, 나아가 그 끝에서 자신의 모순을 끄집어낸다. 광인의 계몽은 세상에 한 사람이라도 식인을 하지 않은 참된 인간(광인 자신)이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그가 개정행위를 통해 많은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광인 자신도 식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가정 자체의 허구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에 광인은 사실을 인정하고 절망하지만 최후로 아직 식인을 하지 않은 광인의 이상 속에 등장하는 순수한 인격,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면서 끝내 계몽 의지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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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제== | ||
+ | [[노신]]은 피해망상증에 시달리는 광인을 통해 중국사회의 낡은 구습과 유교의 비인간적인 계급적 억압을 비판하고 있다. 노신이 말하는 ‘식인’은 단순히 식인행위라기 보다 [[유교]]사회의 해악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삼강]](三綱)’, 즉 신하를 임금에게 아들을 아버지에게 처를 남편에게 묶는 매듭이 바로 식인의 거대 장치이며, 세상이 이러한 식인의 그물이 빽빽하게 얽혀진 사냥터라는 것이다. 이러한 계급적 억압 중 소설 속에서는 효제를 근본으로 삼은 가족제도가 특히 크게 드러나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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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고자료== | ||
+ | [[노신]], 광인일기 | ||
− | + | 이종민 (2004), 계몽에 대한 현실주의자의 고뇌 읽기, 중국현대문학, (28), 239-257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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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10일 (일) 17:19 기준 최신판
광인일기(狂人日記)
작품정보
광인일기(狂人日記)는 중국의 작가 노신의 소설으로 1918년 <신청년(新靑年)>에 발표되었다. 후에 아Q정전과 함께 단편소설집 <외침(吶喊)>(1923년)에 수록되었다.
도서명 | 광인일기(狂人日記) |
---|---|
출판년도 | 1918년 |
저자 | 노신 |
목차 | 서문
1장-13장 |
장르 | 소설 |
줄거리
서문
중학 시절 양우인 모씨 형제 중 한 명이 병이 났다는 소문을 듣고 가보니 그 아우가 병자였다. 아우(광인)는 이미 쾌차하여 모지방의 후보로 부임한 상태였다. 그 형은 ‘나’에게 아우가 병상에 있을 때 쓴 일기 두 권을 보여주는데, 열람해보니 증세가 피해망상증임을 알 수 있었다. 서명은 당자본인이 쾌차한 후 제한 것이므로 바꾸지 않았다.
1-3장 : 광인의 발광과 ‘식인’의 발견
30년 동안 완전히 암흑 속에서 지내온 광인은 달빛을 바라보고 그 동안 자신이 혼미한 생활을 해왔음을 깨닫는다. 혼미 밖으로 빠져 나온 광인은 혼미 속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시달린다. 길거리에서 만난 마을사람들의 ‘눈빛’이 광인을 두렵게 한다. 광인은 광기 때문에 집으로 끌려와 감금당하고, 거리에서 만난 마을사람들의 흉악한 얼굴과 눈빛, 그리고 늑대촌에서 식인한 이야기, 큰형이 글쓰기를 가르쳐주던 일들을 떠올리며 세상에 ‘식인’이 남아있음을 알게 된다. 나아가 광인은 역사책을 조사하며, 그 속에 ‘인의도덕’이라는 글자 사이로 ‘식인’이라는 글자가 빼곡함을 발견한다.
4-10장 : ‘식인의 자의식’에 의한 세상 읽기와 ‘계몽’
감금된 방에서 기억과 연구를 통해 식인의 역사를 확신한 광인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먹으려고 한다는 피해망상에 시달린다. 그리고 그 ‘식인사냥’의 주동자가 자신의 큰형이라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는다. 광인은 사람들을 일깨워 악습을 없애고자 하고, 자신의 큰형을 우선적으로 일깨우려 한다. 광인은 식인에 대해 부끄러운 생각을 지니면 구원이 가능하다며 ‘양심’에 호소 하지만 미쳤다고 손가락질을 당하고 다시 감금당한다.
11-13장 : 광인 자신의 식인에 대한 자각과 절망
다시 감금된 광인은 다섯 살 된 누이동생이 죽었을 때를 기억한다. 누이 동생이 죽은 원인에 큰형이 있다는 것과 식인을 부정하지 않고 눈물만 흘리시던 어머니를 기억한 광인은 자신도 ‘식인’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깨닫는다. 광인은 그 사실에 절망하고 최후로 아직 식인을 하지 않은 아이들을 구해야 한다는 말을 남긴다.
특징과 내용해석
서술구조와 특징
- 1. 서술구조
광인일기는 서문과 본물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액자형 구조를 지니고 있다. 본문은 광인이 출현하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백화로 쓴 것이며, 서문은 병이 낳은 광인이 관리후보로 떠나버린 후 광인일기를 세상에 알리게 된 경위를 문언으로 쓴 것이다. 이야기의 흐름만으로 볼 경우 광인일기는 광인-백화-진보의 세계가 관리-문언-전통의 세계에 패배하는 이야기로 읽혀질 수 있다.
- 2. 특징
본문과 서문 사이에는 서술 시점의 차이만큼이나 일정한 시간의 간격이 놓여 있는데, 공교롭게도 서문을 쓴 시간인 7년 4월 2일은 <광인일기>를 발표한 시간과 일치한다. 이러한 시간설정으로 현재의 시점에서 광인이 이야기를 과거의 사건으로 대상화하고 의도적으로 본문의 이야기와 서사적 거리를 둠으로써 자신의 무관함을 부각시킨다. 이를 통해 화자는 냉정한 관찰자의 위치에 서게 되는데 이것은 얽매임 없는 반성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 3. 더 생각해 보아야 할 점
서문에서 광인은 다시 일상 생활로 돌아가 연실의 생존방식에 순응하여 살아간다.
-이를 단순히 광인의 계몽 실패나 전통에 대한 패배로 보아야 하는가.
-외적으로는 계몽에 실패하여 관리 후보로 떠난 광인을 통해 노신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가.
에 대해서는 많은 해석들이 있다.
또한 소설 속의 광인과 노신을 같은 인물로 보아야 하는가에 대한 해석도 노신의 광인일기를 해석하는 데에 중요한 점일 것이다.
내용 해석
※ 위의 줄거리와 함께 보면 더 좋습니다.
1-3장 : 광인의 발광과 ‘식인’의 발견
- 1. 달빛
광인은 30년 동안 완전히 암흑 속에서 지내오다가 달빛을 바라보고 혼미 속에서 빠져 나온다. 이 과정은 광인이 자신이 존재를 망각하게 했던 혼미에서 분리되고 광인 내부의 광기가 발현되는 시간이다. 여기서 ‘달빛’은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고 ‘광기’는 사물의 은폐된 부분을 꿰뚫어보는 통찰의 눈을 의미한다.
- 2. 역사책
이 역사책에는 연대도 없고, 페이지마다 인의니 도덕이니 하는 글자들이 비뚤비뚤 적혀 있었다. ∙∙∙∙∙∙
그러자 글자들 틈새로 웬 글자들이 드러났다. 책에 빼공히 적혀 있는 두 글자는 '식인'이 아닌가!
광인은 기억을 통해 두려움의 근원을 찾다가 역사책을 조사하면서 ‘인의예지’속의 ‘식인’을 발견한다. 유교의 ‘인의도덕’이 오랜 시간 변화 없이 누적되어 촘촘한 그물망과 같은 구조로 자리잡은 사회에서 그 구조가 만들어낸 해악을 발견한 것이다.
4-10장 : ‘식인의 자의식’에 의한 세상 읽기와 ‘계몽’
- 1. 밥상 위의 생선
미끄덩거리는 것이 생선인지 사람인지 영, 뱃속 것들을 토해 내고 말았다.
식인의 역사를 발견한 광인은 밥상 위의 생선을 보면서 구역질을 한다. 이 ‘구역질’은 식인의 자의식에 이끌려 벌인 첫 행위로서 세상에 대한 역겨움의 표현이다.
- 2. 형과 늙은이의 눈빛
광인은 일시적으로 감금에서 풀려나 마당을 거닐다 형과 늙은이를 만나는데, 이들의 흉측한 눈빛을 보고 사람들이 서로 연락을 취해 그물을 쳐서 자신이 자살하도록 몰아넣고 있으며 자신의 큰형이 그 주동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것은 봉건 예교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효제(孝悌)를 근본으로 삼는 가족제도라는 점을 인식한 것이다. 유교사회는 가족 구성원 사이의 관계를 규정하고 지배와 피지배의 불평등한 권리를 정당화하고 공고화하는데, 광인일기는 이를 꼬집는것이다.
- 3. 참된 인간
“너흰 고칠 수 있어. 진심으로 고쳐먹으라구! 앞으로 사람을 먹는 자는 용납치도 않을 뿐 아니라 세상에서 살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
당신들이 고치지 않는다면 당신들도 전부 먹히고 말 거야. 설사 애새끼를 줄줄이 낳는다 해도 참된 인간에게 멸절되고 말 거야. 샤냥꾼이 늑대씨를 말리듯이 말야! 벌레처럼 말이야!”
광인이 말하는 참된 인간이란 식인을 하지 않은 인간이다. 광인의 기억 속에 등장하는 모든 군상들은 식인한 경험이 있거나 적어도 식인 사냥에 가담한 사람들이다. 광인에게는 오직 자신만이 참된 인간이며, 그렇기 때문에 광인은 소리 높여 군중들에게 마음을 고쳐먹어야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광인은 계몽의지만 충만할 뿐 구체적 실천에 대해서는 무능하여 계몽대상과의 간극은 더욱 벌어지게 된다.
11-13장 : 광인 자신의 식인에 대한 자각과 절망
- 1. 아이
사천 년간 사람을 먹은 이력을 가진 나, 처음엔 몰랐지만 이젠 알겠다. 제대로 된 인간을 만나기 어려움을! 아이를 구해야 할 텐데∙∙∙∙∙∙.
과거의 일을 회상하던 광인은 점점 어조에 확신이 없어지고, 나아가 그 끝에서 자신의 모순을 끄집어낸다. 광인의 계몽은 세상에 한 사람이라도 식인을 하지 않은 참된 인간(광인 자신)이 존재한다는 가정하에 그가 개정행위를 통해 많은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광인 자신도 식인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 가정 자체의 허구성을 깨닫게 된 것이다. 이에 광인은 사실을 인정하고 절망하지만 최후로 아직 식인을 하지 않은 광인의 이상 속에 등장하는 순수한 인격, 아이를 구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면서 끝내 계몽 의지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주제
노신은 피해망상증에 시달리는 광인을 통해 중국사회의 낡은 구습과 유교의 비인간적인 계급적 억압을 비판하고 있다. 노신이 말하는 ‘식인’은 단순히 식인행위라기 보다 유교사회의 해악을 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삼강(三綱)’, 즉 신하를 임금에게 아들을 아버지에게 처를 남편에게 묶는 매듭이 바로 식인의 거대 장치이며, 세상이 이러한 식인의 그물이 빽빽하게 얽혀진 사냥터라는 것이다. 이러한 계급적 억압 중 소설 속에서는 효제를 근본으로 삼은 가족제도가 특히 크게 드러나 있다.
참고자료
노신, 광인일기
이종민 (2004), 계몽에 대한 현실주의자의 고뇌 읽기, 중국현대문학, (28), 239-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