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슬퍼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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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슬퍼하며(傷逝)

작품 정보

<죽음을 슬퍼하며>는 노신의 단편소설집 <방황>에 수록된 작품들 중 하나로 5·4 운동 이후의 젊은 남녀 쥐안성과 쯔쥔의 이야기를 다룬다. 원제는 <傷逝>이고, <방황>에 수록되기 전에 신문과 잡지에 발표된 적이 없다. 작품 속 화자인 쥐안성이 쯔쥔의 죽음에 대한 후회와 죄책감의 이야기를 작성한 수기의 형태로 전개된다.

도서명 죽음을 슬퍼하며
출판년도 1925년
저자 노신
수록 <방황>
장르 소설

줄거리

하단의 내용은 특정 작품의 줄거리, 결말 또는 중점요소에 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용 누설을 원하지 않으신다면 문단을 건너 뛰어주시기 바랍니다.

쥐안성과 쯔쥔은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유연애를 시작하였고 과감히 동거에 이르게 된다. 그들은 가정의 전제, 구습 타파, 남녀평등 등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나누며, 봉건적 인습과 세상의 눈초리에 용감히 저항했다. 특히 쯔쥔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다른 이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당당한 성격의 신여성이었다. 그러나 동거를 시작한 후 쯔쥔은 집안일을 하느라 독서나 담소르르 나눌 시간도 없어졌고, 쥐안성의 실직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전과 달리 나약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 실직한 쥐안성은 번역일을 하며 지내지만 생활은 더욱 힘들어졌다. 그럴수록 쯔쥔은 기운이 없어지고 말 잘 하지 않게 되었다. 쯔쥔의 전과 다른 모습에 쥐안성의 마음은 변하게 되었고, 쯔쥔에게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쯔쥔은 충격을 받았지만 별일 없이 지내다가 어느날 갑자기 말 없이 아버지를 따라 그 집을 떠나고, 쥐안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쯔쥔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그는 자신이 쯔쥔에게 진실을 말한 것에 대해 후회를 하며 자신의 회한과 비애에 대한 수기를 작성한다.

내용 해석

쯔쥔의 변화

작품에서 쯔쥔은 동거를 전후로 크게 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 동거 전
“나는 나 자신의 것이지, 그들 누구도 나에게 간섭할 권리는 없어요!”
……가정의 전제, 구습타파, 남녀평등, 입센과 타고르, 셀리 등에 관해서 이야기 하였다.
……쯔쥔은 곁눈질도 하지 않고 당당하게 걸어 나갔다……그러나 그녀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빛 없이 완전히 무관심한 태도로 마치 아무도 없는 곳을 지나는 것처럼 태연히 앞으로 걸어갔다.

쯔쥔은 하이힐을 신고 쥐안성과 당시의 진보적인 화제-외국 문학을 토론하고 있었다. 이것은 그녀가 신시대의 여성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개성의 해방을 추구하고 봉건예교와 대항하는 과정에서 추호의 두려움도 없는 용기를 보여주었다. 여기서 그녀의 선명하고 독특한 개성을 엿볼 수 있는데, 이는 5·4 운동이 불러온 새로운 사조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쯔쥔은 <인형의 집>에서 계시와 정신적인 지지를 받고 자신의 사랑을 위하여 가출하였다. 뜨거운 사랑에 빠진 쯔쥔은 아버지에게 반항하여 용감하게 가출할 수 있었고, 길가는 사람의 멸시와 타인의 모욕에도 두려움이 없는 평온함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쯔쥔과 쥐안성은 열렬한 사랑과 미래에 대한 무한한 동경을 가지고 동거생활을 시작하였다.[1]

  • 동거 후
……너무 바쁜 것이었다. 집안일을 돌보느라 담소를 나눌 시간도 없었으니 하물며 독서와 산보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다.
……이사 온 뒤로 한 번도 펼쳐 보지 않아서 책들 위에는 뽀얗게 먼지가 쌓여 있었다.
……나는 정말 이처럼 자질구레한 일이 굳세고 두려움을 모르는 쯔쥔에게 이토록 뚜렷한 변화를 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녀는 요즘 확실히 나약해졌다.

동거생활을 시작한 후 쯔쥔은 점차 생활 속 소소한 가사에 묶여 지냈다. 그녀는 매일 가사에 매달렸는데 이는 앞에서 보여준 신여성의 형상과는 달리 그녀를 완전히 가정주부로 탈바꿈시켰다. 이전의 산뜻한 이미지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대신 매일 땀을 흘리며 집안 일을 하고 쥐안성에게 밥을 해주었다. 그녀는 사랑을 위하여 용감하게 전통 세력과 싸우는 생기발랄한 신세대의 여성으로부터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전통적인 봉건 가정의 여성이 되어 가정과 남편을 자신의 유일한 의지로 삼고 있었다. 때마침 쥐안성은 일하던 직장에서 해고당하여 그들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졌다. 곤경 속에서 쯔쥔은 나약하고 소심해져 옛날처럼 용감하게 쥐안성과 함께 어려움에 맞서지 못했다. "책들 위에 뽀얗게 먼지가 쌓여 있었다."는 묘사는 쯔쥔의 생활 상태를 잘 부각하고 있다. 매일 집에만 있는 쯔쥔은 이전의 독서 취미를 지속하지 못한 채 단순하게 가사에만 매달렸다. 이는 쯔쥔이 이미 사회의 진보적인 사상과 멀어진 상태를 보여주는데 이로 인해 쯔쥔과 쥐안성의 생활태도에는 심각한 의견 차이가 생겼고[2] 이는 쥐안성이 쯔쥔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게 되는 계기가 된다.

노신의 여성관

  1. 임우형, 「이광수와 루쉰의 여성상에 대한 고찰」, 중앙대학교 대학원 석사학위논문(2014), p.83~84
  2. 위의 책, p.85~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