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소리(風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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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람의 소리(風聲)> -영화 <바람의 소리>를 통해 본 중국의 항일, 그리고 민족정신
<사진 1> 치파오에 모스 부호로 새긴 유언이 발견되는 장면, <사진 2> 영화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귀가 나레이션하는 장면

매주 시대 순으로 영화를 한 편씩 관람해오던 소모임 활동이“바람의 소리”라는 영화를 끝으로 막 내리게 되었다. 이 영화는 그 동안 봐 왔던 영화들과는 다른 형식이어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나의 역사적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다른 영화들과는 달리, <바람의 소리>는 폐쇄된 공간에서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을 그린 심리 스릴러물이다. 화려한 CG나 커다란 반전은 없지만, 시대적 배경과 맞물리는 탄탄한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2013년에 한국에서 개봉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으며, 제 14회 부산 국제 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역대 중화권 영화 중 최고의 호평을 듣고 있는 영화이다.

영화 바람의 소리의 배경은 1942년 난징이다. 이 영화는 맥가의 소설인 “풍성”을 영화화한 것으로, 배경은 1945년 일본이 세계 2차 대전에 패배하기 직전, 중국 대륙을 정복하려는 야욕을 불태우고 있을 때이다. 당시 일본은 국민당 괴뢰 정부를 세워 중국에 대한 통치를 강화하고자 하고자 하였다. 그러던 도중, 이상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한다. 일본군 수뇌부 인물이나 군사 시설에 대한 지속적인 테러가 발생하는 것이다. 일본군 정보 장교 타케다는 상관 폭행죄로 본국에 송환될 처지에 처하자, 공로를 세워 만회하기 위해 일본군이 공산당을 위해 일하는 스파이를 색출하고자 한다. 타케다는 가짜 정보를 흘리고, 가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5명의 정부 요원들을 한 건물 안에 모아놓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한 각종 고문 및 심문을 거듭한다. 다섯 명 중 두 명은 항일 조직의 요원이었다. 한 명은 조직을 움직이는 우두머리인 “노창”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노창”의 명령을 받아 실행하는 “노귀”였다. 그 둘은 고문 와중에서도 서로의 정체를 절대 밝히지 않았으며 끝내 “노귀”는 타케다가 흘린 가짜 정보가 거짓이라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죽음을 선택한다. 죽어야만 이 성안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에 “노귀”는 스스로의 옷 속에 메시지를 담고, 또한 지속되는 고문으로 정보의 누설을 막기 위해 일부러 죽음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희생과 노력 끝에 “노창”는 비로소 성으로부터의 탈출하였고 지속적인 항일 운동을 이끌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 영화를 보고 주목한 점은, 우선 중국과 한국이 비슷한 시기의 역사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한국에게 “일제 강점기”가 있는 것처럼, 중국에는 중·일 전쟁과 그 시기에 발생했던 난징대학살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일제강점기에 대한 인식이 일반적으로 강하게 자리 잡고 있으며, 그 당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투쟁한 열사 및 의사들에 대해서 현충원에 안장을 하고, 독립 유공자들의 자손들에 대한 혜택을 주는 등 그 뜻을 높이 기린다. 중국에서도 당시 항일 운동에 이 때 벌어진 일본제국주의의 만행에 대해 중국 내에서 반일 감정이 매우 크다고 여러 중국 친구들에게서 들은 바 있었는데, 그 사실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또한 영화 속에서 일본의 제국주의의 반해 싸우는 공산당 산하 항일 조직 요원이 목숨을 바치고, 그 사실이 영웅적인 모습으로 부각되는 것에서 중국의 민족주의 정서가 느껴졌다.

<사진 1>은 노귀가 성 안에서 같이 감금되었던 언니에게 보내는 유언이 밝혀지는 장면이다. “나는 죽는 것이 두렵지 않다, 내가 두려운 것은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 내가 왜 죽었는지를 모르는 것이다.” 바로 항일 조직의 스파이가 5명 중 자신과 가족처럼 의지했던 언니의 옷에 모스 부호로 새긴 내용이다. 항일 운동을 통해 몸 바친 자신의 뜻을 기억 해 달라. 나는 조국을 위해 죽었다. “내가 ‘왜’ 죽었는지 잊혀지는 것이 두렵다”라는 부분에서 나는 중국 난징대학살 기념관이 떠올랐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42년 한창 중일전쟁이 막바지에 치달았을 당치의 중국이다. 난징은 국민당 괴뢰정부의 수도였을 뿐만 아니라, 일본군에 의해 중국인들이 무참히 살해당한 비극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렇게 볼 때, 1937년 12월13일 이후 일주일 간 30만이 희생된 난징대학살을 기리는 장쑤성 난징의 학살기념관의 "용서할 순 있어도 잊지는 말자"(可以寬恕,但不要忘)라는 문구가 떠오르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사진 2>는 영화의 마지막에 나오는 노귀의 나레이션이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노귀(항일 조직의 스파이 우두머리)는 개인이 아니다. 바로 정신이며 민족이다.”라는 ‘노창(저우쉰)’의 나레이션으로 끝이 난다.‘노귀’는 바로 일본군 괴뢰정부인 국민당에 맞서 항일 조직운동을 전개한 공산당의 우두머리이다. ‘개인’이 아니라 정신이며 한 나라의 민족이라는 말은 곧, 당시 항일 조직 운동을 전개하던 공산당의 혼이 아직도 살아있으며, 지금 현대 중국에까지도 널리 퍼지고 있다는 뜻을 함축한 것이 아닐까. 이 영화가 중국에서 개봉되었을 당시 7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민족주의적 정서가 현대까지도 많은 중국인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무정한 저를 용서하세요. 민족의 생사존망을 위해, 조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저는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라는 대사로 자신의 죽음을 설명하는 영웅의 모습은 독립투사의 정신이자 애국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역사적인 사실을 담고 있지 않는 첩보 스릴러물이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관심을 갖고 보니 당시 역사적 분위기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이해도 높일 수 있었다. 중·일 전쟁 당시의 일본과 국민당, 공산당 사이의 미묘한 관계와 우리나라만큼 당시 항일 운동에 대한 강렬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는 점 등을 알 수 있었던, 재미와 함께 그 시대의 역사적 분위기도 읽을 수 있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