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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나라 시대 때 진시황의 분서갱유에 의해 회멸된 문헌을 모으고 회복시키며 유학을 장려하여 통치사상으로 삼고자 하는 과정에서 경전을 비롯한 선진시대 문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자의 연구 또한 흥성하게 되고 한자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이 때 나온 한자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바로 '육서설'이다. <br /> | ||
+ | 육서설은 한자의 구조에 대한 이론이며, 육서는 옛 사람들의 한자구조에 대한 귀납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정리하면 육서라는 것은 한나라 사람들이 선진시대 때의 육국문자로 쓰인 고문 경전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고대한자의 구성법칙에 대한 개괄과 귀납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육서'라는 명칭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전국시대의 『주례』에 등장하는데, 이에 대해 [[허신]]이 육서에 대한 개념규정과 구체적 예까지 나열함으로써 한자구조에 대한 이론적 체계가 비로소 갖추어지게 되었다.<ref>하영삼, 『한자의 세계』, 신아사, 2013, pp95-101</ref> | ||
+ | 허신은 당시 고문을 중시하는 '[[금고문논쟁|고문경학파]]'와 금문을 중시하는 '[[금고문논쟁|금문경학파]]'로 학파가 나뉜 상황에서 고문경서를 더 정확하게 해석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22년이라는 긴 세월을 들여 고문자의 구조를 분석한 자서를 편찬했는데, 이것이 바로 『[[설문해자]]』이다. 설문해자는 총 15권으로 구성되었고 9353개의 글자를 수록했으며 모든 글자를 540개의 부수 아래에 나누어 배열하였다. 허신은 소전을 주요 글자체로 삼아 자형의 구조를 분석하고, 글자의 형음의를 체계적으로 해석하였는데, <<설문해자>>에서 한자의 육자구조설, 즉 상형, 지사, 회의, 형성, 전주, 가차를 제기하고 이를 이용해 9353개 한자의 구조를 분석했다. 이러한 허신의 육서 구조설은 중국 고문자학에 크게 기여했다.<ref>韓鑒堂 編著, 문준혜 역,『한자문화』, 역락, 2013, pp93-95</ref>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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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서의 종류== | ||
+ | 육서에는 상형(象形), 지사(指事), 회의(會意), 형성(形聲)의 4가지 한자 제작 방법과 전주(轉注)와 가차(假借)라는 2가지 글자 사용 방법이 있다.<br> | ||
− | == | + | ===상형(象形)=== |
− | + | 먼저 상형은 사물의 형상을 그대로 본떠서 한자를 제작하는 방법으로 어떤 물체의 형태의 특징을 파악하여 그것을 베껴낸 것이다. 허신의 저서인 『설문해자』에는 '상형이란, 그 물체를 그림 그려 이루어 형체에 따라 구불구불한 것이다. 日과 月이 그것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ref>아쓰지 데쓰지 저, 심경호 역, 『漢字學』, 보고사, pp155-157</ref> | |
− | + | 고대의 중국인들은 사람, 동물, 자연계의 사물을 묘사 대상으로 삼아 그림과 비슷한 상형자들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상형자를 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으며 또한 발음을 가지고 있다. 상형자는 일종의 읽을 수 있는 그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의 많은 사물과 개념들을 모두 다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을 불가능하므로, 한자 중에 상형자는 많지 않다. 『설문해자』에도 상형자는 약 300여개 정도에 불과하다. 상형자는 독체자이기 때문에 두 개 이상의 글자로 나눌 수 없고, 한자 제작의 기초 글자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지사자, 회의자, 형성자 등이 상형자의 기초 위에서 만들어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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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사(指事)=== | ||
+ | 지사는 상징적인 부호를 사용하거나, 또는 상형자에 지사성 부호를 더하여 의미를 표시하는 글자로서 상형자처럼 역시 독체자이다.<br /> | ||
+ | 지사자는 그 수가 매우 적어서 『설문해자』에도 겨우 100여자가 존재한다. 숫자 一, 二 등은 전형적인 상징적 부호지사자로서 보면 바로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本, 刃 등은 상형자에 지사성 부호를 더한 지사자들이다. 本은 상형자 木의 아래에 횡선 하나를 그어 나무의 뿌리를 가리켰다. 刃은 상형자 刀의 칼날이 있는 곳에 점 하나를 찍어서 그 부분이 칼날임을 가리켰다. 그 외에 上, 下, 亦 등도 모두 사용하는 지사자들이다. 상형자는 지사자의 기초이고, 상형자가 없다면 지사자도 있을 수 없다.<br> | ||
+ | ===회의(會意)=== | ||
+ | 하나의 한자가 두 개 혹은 두 개 이상의 글자로 구성되었다면, 이런 글자는 '합체자'라고 부른다. 합체자는 독체자로 구성되었고, 회의자와 형성자 두 종류가 있다.<br /> | ||
+ | 먼저, 회의자는 두 개 또는 두 개 이상의 상형자를 이용하여 하나의 글자를 만들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나타내는 글자이다.『설문해자』에서 허신은 회의자에 대해 '회의는 비슷한 것을 나열하고 뜻을 합침으로써 그 가리키는 바를 나타내는 것으로, 무(武)와 신(信)이 그 예이다'라고 하였다. 즉 어떤 의미적 부류를 나열하고 그 뜻을 합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br /> | ||
+ | 회의자를 만드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회의자는 상형자나 지사자보다 그 수가 많다. 회의자는 이체회의자와 동체회의자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이체회의자가 비교적 많다. <br /> | ||
+ | 이체회의자는 서로 다른 독체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회의자이다. 休자는 人과 木으로 이루어졌고 한 사람이 나무에 기대 있는 모습을 통해 '휴식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여기서 '휴식하다'라는 의미는 확실히 서로 다른 두 글자의 의미가 합쳐진 다음에 생겨났으므로, 休는 이체회의자이다.<br /> | ||
+ | 동체회의자는 서로 같은 독체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회의자를 말한다. 예를 들어 林은 두 개의 木자로 구성되어 수목이 무성한 숲을 나타냈고, 森은 세 개의 木으로 구성되어 나무가 더 많고 면적이 더 넓은 삼림을 나타낸다. 林과 森의 의미는 같은 글자의 의미가 합쳐진 다음에 생겨났으므로 동체회의자이다. 여기서 하나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회의자를 구성하고 있는 독체자는 그것이 구성한 회의자의 발음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 ||
− | == | + | ===형성(形聲)=== |
− | + | 형성자는 의미를 나타내는 '형방'하나와 발음을 나타내는 '성방'하나로 구성된 글자이다.<br /> | |
− | + | 형성자는 '형방'으로 뜻을 나타내고 '성방'으로 발음을 나타내는데, 상형자, 지사자, 회의자의 편방은 뜻만 나타내고 발음은 나타내지 않는다. 형성의 방법은 형체로 뜻을 나타내는 단순한 글자 제작 방법을 타파하여 대량으로 글자를 만들 수 있게 했다. 형성자는 한자의 주요 제작 방법으로서 현대 한자의 85%이상은 형성자이다.<br /> | |
− | + | 형성자의 제작 방식으로는 먼저 형방에 성방을 더하는 방식이 있다. 이 방식은 그림에 발음을 표시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다'를 의미하는 洋자는 氵를 형방으로 삼아 물과 관련된 사물임을 표시하고, 성방으로 羊(양)자를 더하여 글자의 발음을 표시하여 나타내었다. 洋처럼 氵를 형방으로 삼고 성방을 다른 발음의 글자로 바꾸면 수많은 글자들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는 발음의 구별 기능을 이용한 형성자 제작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br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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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성자는 의미를 나타내는 '형방'하나와 발음을 나타내는 '성방'하나로 구성된 글자이다. 형성자는 '형방'으로 뜻을 나타내고 '성방'으로 발음을 나타내는데, 상형자, 지사자, 회의자의 편방은 뜻만 나타내고 발음은 나타내지 않는다. 형성의 방법은 형체로 뜻을 나타내는 단순한 글자 제작 방법을 타파하여 대량으로 글자를 만들 수 있게 | ||
다음으로 성방에 형방을 더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는 발음에 그림을 짝지어 주는 것과 비슷하다. 즉 발음을 나타내는 글자 하나를 성방으로 삼고, 서로 다른 의미를 표시하는 글자들을 형방으로 더하면 발음이 서로 같거나 비슷한 형성자를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발음이 포인 包를 성방으로 삼으면, 胞(포), 砲(포), 咆(포) 등 다양한 형성자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의미의 구별 기능을 이용한 제작방식이다. | 다음으로 성방에 형방을 더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는 발음에 그림을 짝지어 주는 것과 비슷하다. 즉 발음을 나타내는 글자 하나를 성방으로 삼고, 서로 다른 의미를 표시하는 글자들을 형방으로 더하면 발음이 서로 같거나 비슷한 형성자를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발음이 포인 包를 성방으로 삼으면, 胞(포), 砲(포), 咆(포) 등 다양한 형성자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의미의 구별 기능을 이용한 제작방식이다. | ||
− | === | + | |
+ | ===전주(轉注)와 가차(假借)=== | ||
일종의 글자 사용 방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전주는 해석이 분분하고 아직까지도 여러 설이 존재한다. 老자는 오른쪽으로 굴러가고 考의 아랫부분은 왼쪽으로 돌아간다는 허신의 설명 등 글자 형태를 중심으로 한 形轉說이 있는가하면, 전주가 '그 소리를 이리저리 돌려 다른 글자의 쓰임에 주석을 하는 것'이라고 하며 聲轉說을 주장한 학자들도 존재한다.<ref>黃德寬, 陳秉新 저, 하영삼 옮김, 『漢語文子學史』, 동문선, 2000, pp241-245</ref> | 일종의 글자 사용 방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전주는 해석이 분분하고 아직까지도 여러 설이 존재한다. 老자는 오른쪽으로 굴러가고 考의 아랫부분은 왼쪽으로 돌아간다는 허신의 설명 등 글자 형태를 중심으로 한 形轉說이 있는가하면, 전주가 '그 소리를 이리저리 돌려 다른 글자의 쓰임에 주석을 하는 것'이라고 하며 聲轉說을 주장한 학자들도 존재한다.<ref>黃德寬, 陳秉新 저, 하영삼 옮김, 『漢語文子學史』, 동문선, 2000, pp241-245</ref> | ||
가차는 이미 있는 글자를 빌려서 새로 생긴 동음의 단어를 기록하는 글자 사용 방법이다. 단어는 있는데 이 단어를 나타내는 글자가 없거나 또는 글자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종종 이미 있는 동음의 글자를 빌려서 대체하게 된다. 가차의 '假'는 '빌리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고대 무기의 일종이고 발음이 '아'인 我가 먼저 있었고, 나중에 이 글자를 빌려 발음이 같은 1인칭대명사를 나타낸 것이다. 인칭대명사 我는 가차자이다. 가차자에는 甲, 乙 西, 北, 勿, 花, 它 등이 있다. | 가차는 이미 있는 글자를 빌려서 새로 생긴 동음의 단어를 기록하는 글자 사용 방법이다. 단어는 있는데 이 단어를 나타내는 글자가 없거나 또는 글자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종종 이미 있는 동음의 글자를 빌려서 대체하게 된다. 가차의 '假'는 '빌리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고대 무기의 일종이고 발음이 '아'인 我가 먼저 있었고, 나중에 이 글자를 빌려 발음이 같은 1인칭대명사를 나타낸 것이다. 인칭대명사 我는 가차자이다. 가차자에는 甲, 乙 西, 北, 勿, 花, 它 등이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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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서설'에 대한 비판== | =='육서설'에 대한 비판== | ||
육서는 전국시대 말기부터 등장한 나타난 한자의 구조에 관한 이론으로, 한나라 때에 상세한 해석이 이루어지고 나서 한자의 연구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그러나 육서설이 허신에 의해 체계화되고 집대성되긴 했지만, 그의 견해에는 당시의 시대적 환경이나 개인적 한계 때문에 다소 모자라거나 잘못된 곳도 존재했다. 예를 들어 허신이 연구했던 고대 한자의 범위는 갑골문과 금문 등을 제외한 범위였으며 이로 인해 오역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인식하면서 한자 구조에 대한 보다 나은 이론을 정립하는데 참고할 수 있다.<br> | 육서는 전국시대 말기부터 등장한 나타난 한자의 구조에 관한 이론으로, 한나라 때에 상세한 해석이 이루어지고 나서 한자의 연구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그러나 육서설이 허신에 의해 체계화되고 집대성되긴 했지만, 그의 견해에는 당시의 시대적 환경이나 개인적 한계 때문에 다소 모자라거나 잘못된 곳도 존재했다. 예를 들어 허신이 연구했던 고대 한자의 범위는 갑골문과 금문 등을 제외한 범위였으며 이로 인해 오역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인식하면서 한자 구조에 대한 보다 나은 이론을 정립하는데 참고할 수 있다.<b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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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서의 문제점=== | ===육서의 문제점=== | ||
− | 먼저 육서에서 '지사'에 관한 문제가 거론된다. 지사와 상형과의 차이는 모호하기 때문에 줄곧 이 둘의 분류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상형이 구체성을 띤다면 지사는 추상성을 띠며, 상형이 형상이 있는 것을 그렸다면 지사는 형상이 없는 것을 그렸다는 등의 차이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구분 자체가 모호하다는 학자들의 의견이 많다. 회의에 대해서도 문제가 존재한다. | + | 먼저 육서에서 '지사'에 관한 문제가 거론된다. 지사와 상형과의 차이는 모호하기 때문에 줄곧 이 둘의 분류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다. <br /> |
− | + | 이에 대해 상형이 구체성을 띤다면 지사는 추상성을 띠며, 상형이 형상이 있는 것을 그렸다면 지사는 형상이 없는 것을 그렸다는 등의 차이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구분 자체가 모호하다는 학자들의 의견이 많다. <br /> | |
+ | 회의에 대해서도 문제가 존재한다. 『설문해자』에서 말한 '두 가지 이상의 글자를 모아 뜻을 합친 형식'의 회의구조는 나타나지 않고 전체적인 뜻을 한꺼번에 본뜬 형식이 일반적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고대한자에서의 회의는 두 가지 이상의 한자를 모아 새로운 뜻을 만들어 낸 것이라기보다는 전체적인 뜻을 한꺼번에 형상화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예를 들어 休는 人이 木에 기대어 쉬는 모습을 그렸지, 사람과 나무를 각각 그린 것이 아니다. 信 또한 사람(人)과 말씀(言)을 각각 그린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말씀이라면 모름지기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렸다.<br /> | ||
+ | 이밖에도 육서의 전주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또 다른 글자 운용 방식인 가차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육서설의 문제점을 깨닫고 이를 수정, 보완하는 새로운 이론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 ||
− | + | ===당란의 삼서설(三書說)=== | |
− | + | 새로 등장한 이론으로 먼저 당란(1901~1979)의 삼서설(三書說)이 있다. 당란이 주장한 삼서란 상형, 상의, 형성을 말하는데 그 중 상형과 상의는 독체자 위주로 그림 문자적 특성을 갖춘 구조로 볼 수 있으며, 형성 문자는 기존의 상형과 상의무자를 기초로 하여 소리부가 더해진 합체자로 볼 수 있다. <br /> | |
− | ===당란의 삼서설=== | + | 상형자는 구체적 물체를 그린 것이거나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기호를 포함하며, 한번 보면 이것이 무엇을 나타내는지를 바로 알 수 있는 것들이다. 虎, 一, 二 등과 같은 것을 말하며 사물의 이름 이외에는 다른 의미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br /> |
− | 새로 등장한 이론으로 먼저 당란(1901~1979)의 | + | 상의자는 글자의 형체로부터 그것이 담고 있는 뜻을 해석해 낼 수 있는 것을 말하며, 물체의 어떤 특정 부분이 갖는 특징에 치중한다는 점에서 상형자와 다르다. 예를 들어 배가 부른 모습을 표현한 身을 임신하면 배가 나오는 특징에 중점을 두어 '임신하다'로 해석하는 것이 이에 속한다.<br /> |
+ | 형성자는 비교적 간단하여 소리부가 포함된 경우는 모두 형성자로 간주한다.<br /> | ||
+ | 그리고 당란은 전주와 가차를 글자의 운용에 관한 것으로 보았고 제작 방법에서 제외하였기 때문에 삼서가 되었다. 이외에도 표형자, 표의자, 표음자, 형의자, 형음자, 음의자, 약속 관계에 의한 글자 등으로 한자 제작 과정을 분석한 용우순의 새로운 분류법이 존재하고 '당란의 삼서설'을 보완하고 수정한 구석규의 '새로운 삼서설' 등이 등장하기도 했다. | ||
+ | |||
==주석== | ==주석== |
2017년 12월 26일 (화) 15:55 기준 최신판
목차
육서란?
한나라 시대 때 진시황의 분서갱유에 의해 회멸된 문헌을 모으고 회복시키며 유학을 장려하여 통치사상으로 삼고자 하는 과정에서 경전을 비롯한 선진시대 문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자의 연구 또한 흥성하게 되고 한자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가 이루어졌으며, 이 때 나온 한자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바로 '육서설'이다.
육서설은 한자의 구조에 대한 이론이며, 육서는 옛 사람들의 한자구조에 대한 귀납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정리하면 육서라는 것은 한나라 사람들이 선진시대 때의 육국문자로 쓰인 고문 경전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고대한자의 구성법칙에 대한 개괄과 귀납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육서'라는 명칭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전국시대의 『주례』에 등장하는데, 이에 대해 허신이 육서에 대한 개념규정과 구체적 예까지 나열함으로써 한자구조에 대한 이론적 체계가 비로소 갖추어지게 되었다.[1]
허신은 당시 고문을 중시하는 '고문경학파'와 금문을 중시하는 '금문경학파'로 학파가 나뉜 상황에서 고문경서를 더 정확하게 해석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22년이라는 긴 세월을 들여 고문자의 구조를 분석한 자서를 편찬했는데, 이것이 바로 『설문해자』이다. 설문해자는 총 15권으로 구성되었고 9353개의 글자를 수록했으며 모든 글자를 540개의 부수 아래에 나누어 배열하였다. 허신은 소전을 주요 글자체로 삼아 자형의 구조를 분석하고, 글자의 형음의를 체계적으로 해석하였는데, <<설문해자>>에서 한자의 육자구조설, 즉 상형, 지사, 회의, 형성, 전주, 가차를 제기하고 이를 이용해 9353개 한자의 구조를 분석했다. 이러한 허신의 육서 구조설은 중국 고문자학에 크게 기여했다.[2]
육서의 종류
육서에는 상형(象形), 지사(指事), 회의(會意), 형성(形聲)의 4가지 한자 제작 방법과 전주(轉注)와 가차(假借)라는 2가지 글자 사용 방법이 있다.
상형(象形)
먼저 상형은 사물의 형상을 그대로 본떠서 한자를 제작하는 방법으로 어떤 물체의 형태의 특징을 파악하여 그것을 베껴낸 것이다. 허신의 저서인 『설문해자』에는 '상형이란, 그 물체를 그림 그려 이루어 형체에 따라 구불구불한 것이다. 日과 月이 그것이다' 라고 기록되어 있다.[3] 고대의 중국인들은 사람, 동물, 자연계의 사물을 묘사 대상으로 삼아 그림과 비슷한 상형자들을 만들어냈다. 사람들은 상형자를 보고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으며 또한 발음을 가지고 있다. 상형자는 일종의 읽을 수 있는 그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의 많은 사물과 개념들을 모두 다 그림으로 그려내는 것을 불가능하므로, 한자 중에 상형자는 많지 않다. 『설문해자』에도 상형자는 약 300여개 정도에 불과하다. 상형자는 독체자이기 때문에 두 개 이상의 글자로 나눌 수 없고, 한자 제작의 기초 글자라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지사자, 회의자, 형성자 등이 상형자의 기초 위에서 만들어졌다.
지사(指事)
지사는 상징적인 부호를 사용하거나, 또는 상형자에 지사성 부호를 더하여 의미를 표시하는 글자로서 상형자처럼 역시 독체자이다.
지사자는 그 수가 매우 적어서 『설문해자』에도 겨우 100여자가 존재한다. 숫자 一, 二 등은 전형적인 상징적 부호지사자로서 보면 바로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本, 刃 등은 상형자에 지사성 부호를 더한 지사자들이다. 本은 상형자 木의 아래에 횡선 하나를 그어 나무의 뿌리를 가리켰다. 刃은 상형자 刀의 칼날이 있는 곳에 점 하나를 찍어서 그 부분이 칼날임을 가리켰다. 그 외에 上, 下, 亦 등도 모두 사용하는 지사자들이다. 상형자는 지사자의 기초이고, 상형자가 없다면 지사자도 있을 수 없다.
회의(會意)
하나의 한자가 두 개 혹은 두 개 이상의 글자로 구성되었다면, 이런 글자는 '합체자'라고 부른다. 합체자는 독체자로 구성되었고, 회의자와 형성자 두 종류가 있다.
먼저, 회의자는 두 개 또는 두 개 이상의 상형자를 이용하여 하나의 글자를 만들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의미를 나타내는 글자이다.『설문해자』에서 허신은 회의자에 대해 '회의는 비슷한 것을 나열하고 뜻을 합침으로써 그 가리키는 바를 나타내는 것으로, 무(武)와 신(信)이 그 예이다'라고 하였다. 즉 어떤 의미적 부류를 나열하고 그 뜻을 합침으로써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회의자를 만드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회의자는 상형자나 지사자보다 그 수가 많다. 회의자는 이체회의자와 동체회의자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이체회의자가 비교적 많다.
이체회의자는 서로 다른 독체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회의자이다. 休자는 人과 木으로 이루어졌고 한 사람이 나무에 기대 있는 모습을 통해 '휴식하다'의 뜻을 나타낸다. 여기서 '휴식하다'라는 의미는 확실히 서로 다른 두 글자의 의미가 합쳐진 다음에 생겨났으므로, 休는 이체회의자이다.
동체회의자는 서로 같은 독체자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회의자를 말한다. 예를 들어 林은 두 개의 木자로 구성되어 수목이 무성한 숲을 나타냈고, 森은 세 개의 木으로 구성되어 나무가 더 많고 면적이 더 넓은 삼림을 나타낸다. 林과 森의 의미는 같은 글자의 의미가 합쳐진 다음에 생겨났으므로 동체회의자이다. 여기서 하나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회의자를 구성하고 있는 독체자는 그것이 구성한 회의자의 발음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형성(形聲)
형성자는 의미를 나타내는 '형방'하나와 발음을 나타내는 '성방'하나로 구성된 글자이다.
형성자는 '형방'으로 뜻을 나타내고 '성방'으로 발음을 나타내는데, 상형자, 지사자, 회의자의 편방은 뜻만 나타내고 발음은 나타내지 않는다. 형성의 방법은 형체로 뜻을 나타내는 단순한 글자 제작 방법을 타파하여 대량으로 글자를 만들 수 있게 했다. 형성자는 한자의 주요 제작 방법으로서 현대 한자의 85%이상은 형성자이다.
형성자의 제작 방식으로는 먼저 형방에 성방을 더하는 방식이 있다. 이 방식은 그림에 발음을 표시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바다'를 의미하는 洋자는 氵를 형방으로 삼아 물과 관련된 사물임을 표시하고, 성방으로 羊(양)자를 더하여 글자의 발음을 표시하여 나타내었다. 洋처럼 氵를 형방으로 삼고 성방을 다른 발음의 글자로 바꾸면 수많은 글자들을 만들어낼 수 있고, 이는 발음의 구별 기능을 이용한 형성자 제작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성방에 형방을 더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는 발음에 그림을 짝지어 주는 것과 비슷하다. 즉 발음을 나타내는 글자 하나를 성방으로 삼고, 서로 다른 의미를 표시하는 글자들을 형방으로 더하면 발음이 서로 같거나 비슷한 형성자를 대량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발음이 포인 包를 성방으로 삼으면, 胞(포), 砲(포), 咆(포) 등 다양한 형성자를 쉽게 만들 수 있다. 이것은 의미의 구별 기능을 이용한 제작방식이다.
전주(轉注)와 가차(假借)
일종의 글자 사용 방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전주는 해석이 분분하고 아직까지도 여러 설이 존재한다. 老자는 오른쪽으로 굴러가고 考의 아랫부분은 왼쪽으로 돌아간다는 허신의 설명 등 글자 형태를 중심으로 한 形轉說이 있는가하면, 전주가 '그 소리를 이리저리 돌려 다른 글자의 쓰임에 주석을 하는 것'이라고 하며 聲轉說을 주장한 학자들도 존재한다.[4] 가차는 이미 있는 글자를 빌려서 새로 생긴 동음의 단어를 기록하는 글자 사용 방법이다. 단어는 있는데 이 단어를 나타내는 글자가 없거나 또는 글자를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종종 이미 있는 동음의 글자를 빌려서 대체하게 된다. 가차의 '假'는 '빌리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고대 무기의 일종이고 발음이 '아'인 我가 먼저 있었고, 나중에 이 글자를 빌려 발음이 같은 1인칭대명사를 나타낸 것이다. 인칭대명사 我는 가차자이다. 가차자에는 甲, 乙 西, 北, 勿, 花, 它 등이 있다.
'육서설'에 대한 비판
육서는 전국시대 말기부터 등장한 나타난 한자의 구조에 관한 이론으로, 한나라 때에 상세한 해석이 이루어지고 나서 한자의 연구에 지대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그러나 육서설이 허신에 의해 체계화되고 집대성되긴 했지만, 그의 견해에는 당시의 시대적 환경이나 개인적 한계 때문에 다소 모자라거나 잘못된 곳도 존재했다. 예를 들어 허신이 연구했던 고대 한자의 범위는 갑골문과 금문 등을 제외한 범위였으며 이로 인해 오역이 발생하기도 했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정확하게 인식하면서 한자 구조에 대한 보다 나은 이론을 정립하는데 참고할 수 있다.
육서의 문제점
먼저 육서에서 '지사'에 관한 문제가 거론된다. 지사와 상형과의 차이는 모호하기 때문에 줄곧 이 둘의 분류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다.
이에 대해 상형이 구체성을 띤다면 지사는 추상성을 띠며, 상형이 형상이 있는 것을 그렸다면 지사는 형상이 없는 것을 그렸다는 등의 차이로 설명하기도 하지만, 이들의 구분 자체가 모호하다는 학자들의 의견이 많다.
회의에 대해서도 문제가 존재한다. 『설문해자』에서 말한 '두 가지 이상의 글자를 모아 뜻을 합친 형식'의 회의구조는 나타나지 않고 전체적인 뜻을 한꺼번에 본뜬 형식이 일반적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고대한자에서의 회의는 두 가지 이상의 한자를 모아 새로운 뜻을 만들어 낸 것이라기보다는 전체적인 뜻을 한꺼번에 형상화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할 것이다. 예를 들어 休는 人이 木에 기대어 쉬는 모습을 그렸지, 사람과 나무를 각각 그린 것이 아니다. 信 또한 사람(人)과 말씀(言)을 각각 그린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말씀이라면 모름지기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렸다.
이밖에도 육서의 전주에 대해서는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또 다른 글자 운용 방식인 가차에 대해서도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육서설의 문제점을 깨닫고 이를 수정, 보완하는 새로운 이론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당란의 삼서설(三書說)
새로 등장한 이론으로 먼저 당란(1901~1979)의 삼서설(三書說)이 있다. 당란이 주장한 삼서란 상형, 상의, 형성을 말하는데 그 중 상형과 상의는 독체자 위주로 그림 문자적 특성을 갖춘 구조로 볼 수 있으며, 형성 문자는 기존의 상형과 상의무자를 기초로 하여 소리부가 더해진 합체자로 볼 수 있다.
상형자는 구체적 물체를 그린 것이거나 관습적으로 사용하는 기호를 포함하며, 한번 보면 이것이 무엇을 나타내는지를 바로 알 수 있는 것들이다. 虎, 一, 二 등과 같은 것을 말하며 사물의 이름 이외에는 다른 의미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상의자는 글자의 형체로부터 그것이 담고 있는 뜻을 해석해 낼 수 있는 것을 말하며, 물체의 어떤 특정 부분이 갖는 특징에 치중한다는 점에서 상형자와 다르다. 예를 들어 배가 부른 모습을 표현한 身을 임신하면 배가 나오는 특징에 중점을 두어 '임신하다'로 해석하는 것이 이에 속한다.
형성자는 비교적 간단하여 소리부가 포함된 경우는 모두 형성자로 간주한다.
그리고 당란은 전주와 가차를 글자의 운용에 관한 것으로 보았고 제작 방법에서 제외하였기 때문에 삼서가 되었다. 이외에도 표형자, 표의자, 표음자, 형의자, 형음자, 음의자, 약속 관계에 의한 글자 등으로 한자 제작 과정을 분석한 용우순의 새로운 분류법이 존재하고 '당란의 삼서설'을 보완하고 수정한 구석규의 '새로운 삼서설' 등이 등장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