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본기
사마천은 <오제본기>에서 혁명과 왕조교체의 문제를 다루면서 중국 신화 속에서 역사의 원형을 탐색하고, 이 <하본기>편에서 본격적인 중국 역사의 서막을 언급한다. <하본기>에 기술된 하나라는 전설 속의 오제 시대와 역사적으로 실증된 은대의 중간에 해당하는 시기로 신화에서 역사로 넘어오는 과도기에 해당된다. 중국 역사의 계보에서 첫 왕조의 이름은 하이고 우가 그 첫 번째 임금이 된다. 우임금은 중국의 산천의 경계를 획정한 인물로서 흔히 토지의 신, 즉 사신이라고 한다. 우임금은 치수에 성공하고 산천을 소통하였으며 아홉 주를 획정하였으므로 대우, 즉 위대한 우임금으로도 일컬어진다. 또한 우는 서방의 강융족에 의해 조상신으로 받들어졌기에 융우라고 불린다. 강융족 중의 한 지파가 고도의 문화를 발전시켜 숭산에 살게 되었고 이에 숭우라는 명칭이 생겼으며, 그 종족이 바로 하가 되니 우는 하족의 종신이 되는 것이다.
사마천이 <<상서>>에 있는 <우공>과 <고요모> 등의 글을 기본자료로 삼아 쓴 이 편은 우임금을 위주로 하면서 하나라의 인물들 17명의 활약상을 덧붙이고 있으며, 덕의 성쇠가 한 시대의 흥성과 패망을 나타낸다는 논지에는 변함이 없다. 13년 동안 집을 떠나 치수 사업에 몰두하면서 아버지가 못다 이룬 업적을 잇겠다는 우임금의 사명 의식과 효심은 사마천의 서술에 의해 더욱 감동적으로 독자들에게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