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로
해로란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광활한 해상에서 동서교류와 교역이 진행된, 지중해에서 홍해와 아라비아해를 지나 인도양과 태평양 및 대서양에 이르는 환지구적 바닷길을 지칭한다. 해로도 초원로나 오아시스로와 마찬가지로 문명교류의 통로인만큼 이질문명간의 바닷길인 것이다. 해로는 시크로드의 개념 확대에 따라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그 일부인 이른바 남해로가 실크로드 3대 간선 중 하나로 인정되었으며, 그 서단은 로마, 동단은 중국의 동남해안으로 설정되었다. 포괄 해역은 지중해, 홍해, 아라비아해, 인도양, 중국 남해로서 동서 항해로의 전체 길이는 약 15,000km다. 아울러 위치상으로 초원로나 오아시스로의 남쪽에 있는 바닷길이라고 하여 해로를 남해로라고 명명하였다. 해로는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즉 구대륙의 동서를 관통하는 한정적인 바닷길로서, 이 길을 통한 문명교류는 구대륙에 국한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해로는 일찍부터 비록 부분적이고 단절적이긴 하나 문명교류의 통로로서 기능해왔다. 특히 중세에 이르러 조선술과 항해술의 발달에 힘입은 무슬림들과 중국인들의 진취적인 해상활동에 의하여 해로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하였고 근대에는 해로를 통해 서세(西勢)의 급격한 동점(東漸)으로 그 역할이 전례 없이 증대되었다. 초원로나 오아시스로가 사실상 쇠퇴기를 맞은 근대에도 유독 해로만은 줄곧 상승이로를 걸어왔으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 번영기를 이어가고 있다. 중세에는 이 해로를 통해 동방에서 성산(盛産)되는 비단과 도자기, 향료, 차 등이 서방으로 대량 반출되었다. 그리하여 해로를 ‘도자기로’나 ‘햐료로’라고 부르기도 했다.